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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당근

by jebi1009 2026. 1. 29.

당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오이는 좋아하는데 당근은 거의 먹지 않는다.

당근을 일부러 구입하는 경우는 김밥을 만들 때뿐이었던 것 같다.

김밥도 아주 어쩌다 만들기 때문에 당근을 돈 주고 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옛날 한 때 당근을 생으로 먹었던 적이 있었다.

이유는 그냥 그때 당근이 맛이 있어서 그랬다.

당근을 잘라서 한 두 개씩 생으로 먹었는데 그때는 맛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당근 생각이 가끔 났지만 더 맛있는 것과 과일들이 있으니 따로 찾지 않았다.

물론 식재료로 당근을 쓰는 일도 거의 없었다.

 

작년인가? 우연히 당근이 나오는 영상물을 보면서 당근 맛이 생각났다.

그래서 텃밭에 당근을 심어볼까 생각했는데 포기했다.

당근은 씨앗을 뿌려 솎아주어야 한다고 해서...

솎아주어서 뿌리를 크게 키우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그리고 솎아주는 작업이 정말 하기 싫고 어렵다. 나에게는 그렇다.

씨앗을 흩뿌리고 싹이 나서 자랄 때 간격을 두고 솎아주는 일은 힘들고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상추만 겨우 솎아주고 있다.

 

그런데 당근 한 상자가 생겼다.

제주에 사는 친한 쌤이 맛있는 귤을 보내 주시더니 이번에는 당근을 소개해 주셨다.

제주의 친구분이 직접 농사지은 구좌 당근.

예전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돌담이 둘러진 까만 밭에 주황색 당근들을 수확하는 풍경에 반한 적이 있었다.

그 풍경과 당근 색이 어찌나 예쁜지.....

예쁘게 생긴 당근 한 상자가 왔다.

바로 깎아서 먹으니 단물이 넘쳤다.

당근향이 싫어서 먹지 않았는데 이제는 향도 좋고 단맛도 좋다.

당근이 도착한 날 바로 3개나 생으로 먹고 매일 저녁 하나씩 생으로 먹었다.

당근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 김밥도 싸 먹었다.

김밥에 들어간 당근볶음은 고소하고 맛있다.

 

바로 먹을 것은 냉장고에 넣고 반 정도는 창고 상자에 두었다.

그런데 며칠 전 창고에 당근을 가지러 가니 날이 추워져서 창고에 있던 당근이 얼어버린 것이다.

당근이 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바보...ㅠㅠㅠㅠ

검색해 보니 얼었다 녹은 당근은 푸석거려서 생으로 먹기는 힘들다고 했다. 

아까운 내 당근....

당근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검색하니 당근 전과 당근 수프가 나왔다.

당근 수프를 끓이고 저녁에는 전을 부쳤다.

장장 4시간 반이나 싱크대 앞에 서 있어야 했다.

오후 2시쯤 당근 가지러 창고에 갔다가 얼어버린 당근 정리만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저녁 준비가 되어 버렸다.

힘은 들었지만 결과물은 훌륭했다.

당근 수프도 맛있었고 당근 전은 단호박 전 맛이 났다.

당근 수프는 당근 처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부러 해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오늘 저녁에는 미리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얼지 않은 당근을 생으로 먹었다.

단물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아무튼 며칠 동안 당근을 엄청나게 먹었다.

당근과 매우 많이 친해진 듯.ㅎㅎㅎ

 

당근 많이, 감자, 양파를 버터에 볶다가 우유를 넣고 푹 끓여 블랜더로 갈아 준다. 치즈를 넣어 녹이면 맛있다.
당근을 엄청나게 많이 채 썰어서 부침가루 조금 넣고 달걀 넣어 부친다. 양파는 선택, 물은 들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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