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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痛飮大快
  • 통음대쾌

묵묵부답3

비가 온다. 작은 창문을 열어 놓았더니 하루종일 빗소리가 들린다. 가끔 쏟아붓는 소리가 들릴 때는 조금 불안하지만 빗소리는 참 예쁘다. 오늘 용가리가 울었다. 나는 티슈를 주고 구들방 방문을 닫아 주었다. 갑자기 시어머니가 많이 안 좋아지셨다. 5월 어버이날 올라가 뵙고 식사도 같이 했었는데 이게 뭔 일인가 싶다. 그저 혈당 조절이 좀 안되나 싶었는데 병원 입원하시면서 모든 기능이 떨어지고 인지능력이 심하게 떨어졌다. 엊그제 시댁 작은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서울 조문 다녀왔다. 집안에서는 막내 작은 아버님이시다. 조금은 충격이었다. 아니다. 죽음은 당연하지만 언제나 충격이다. 어머니도 뵙고 왔는데 일주일 전에 가서 뵈었을 때보다 많이 나빠지셨다. 사람이라면 가야 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 생각이 되면서도 침울해지는 .. 2024. 6. 29.
나도 그래.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어떤 변곡점을 지나는 것 같은 그 시점에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하지만 아무도 그런 말을 해 주지 않았다.나는 힘들고 외롭고 슬펐다.그 힘들고 외롭고 우울함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그렇다고 항상 우울함에 쩔어 있지는 않았다.나는 내 생활이 감사했고 행복했다.하지만 또 다른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그 슬픔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나는 오랜 기간 감정과 생각을 공유했던 지인들과 그것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내가 간청재 산골로 내려오고 한동안은 그 지인들과 모든 것을 공유하고 나누었다.그런데 모든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간청재의 날라리 같은 생활이 진짜 생활로 접어드는 순간 나는 또 다른 나를 알게 되었다.나와 모든 것을 공유했다고 내가 생각한.. 2024. 6. 13.
모호성과 자기 검열 해가 바뀌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익숙함과 낯섦 사이의 방황이다. 익숙한 것이 점점 낯설어지고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 익숙해진다. 나이를 먹으면 모든 것이 더 명확해질 줄 알았다. 더 선명해지고 그래서 더 편안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모든 것이 더 모호해진다. 2,30년 전에는 오히려 더 확신이 있었다. 그건 아니지. 나는 그렇지 않아.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가 '그럴 수도 있겠다.'로 바뀌어간다.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데 남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너무도 단순하고 선명한 문제인데 남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지? 왜?? 문제는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날린 말들이 알게 모르게 사람들을 아프게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 2024.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