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856 30년 어제 4월 29일은 용가리와 결혼한 지 30년 되는 날이다.30년 같이 살려면 호호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어영부영 30년이 되었다.기념일 핑계로 무언가 맛있는 것을 먹었지만 작년부터 조금은 시들해졌다.읍내 모종 사러 가면서 서운해서 케잌은 샀다.그리고는 결혼기념일 하루 종일 밭일하느라 해가 뉘엿뉘엿 넘어갔다.녹초가 되어 들어와 씻고 대충 냉동식품을 데워 먹었다. 아... 사는 것은 참 그렇다.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여기저기 아프고 은근슬쩍 약이 늘고 그러다 암 진단받고 죽는 것 아닐까?누구나 가는 길인 것 같다. 항상 평정심을 원하지만 그게 힘들다.정신적으로 강해지고 싶다.긍정적으로 살고 싶다.행복한 생각으로 살고 싶다.되는 대로 살고 싶다. 땅콩, 오이, 호박, 고추, 토마토,.. 2025. 4. 30. 단풍나무꽃 단풍나무에 꽃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가만히 생각해 보면 꽃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데 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을까..맛난 열매를 탐하면서도 그 꽃은 기억하지 못하는 나무도 많다.호두나무와 뽕나무도 그렇다.호두와 오디는 그렇게 탐하면서 그 꽃을 잘 봐 둔 적이 없다.밤나무 밤꽃은 그 향이 하도 독특해서 꽃을 알고 있다.처음 간청재 이사 왔을 때 마당에 떨어진 밤꽃을 보고 뱀 허물이나 벌레인 줄 알았다.ㅠㅠ몇 해 전 가죽나무꽃도 처음 알았다.마당에 하얗게 떨어진 것들이 무엇인지 궁금했을 때 그것이 가죽나무꽃이란 것을 알았다. https://jebi1009.tistory.com/593 가죽나무꽃간청재 마당 한쪽에는 매화나무와 가죽나무가 있다. 매화를 보고 빗소리를 듣는 집(간청재)이니 매화나무를 무척 .. 2025. 4. 25. 국기봉 마당에서 일하고 있는데 낯선 트럭이 와서 집 앞에 섰다.트럭에서 두 사람이 내리고 용가리가 가서 응대했다.트럭이 돌아가고 용가리가 와서 말했다.우리 동네 팔순이 되신 분이 잔치는 생략하고 기념품으로 4미터 국기봉을 동네 사람들에게 주신다고 했단다.용가리에게 당연하게 '신청하실 거죠?'라고 물었고 용가리는 NO!라고 했단다.용가리의 어이없는 표정....ㅎㅎ우리는 그 순간 오세훈이 생각났다. 100미터 태극기.오세훈의 광화문 태극기가 그냥 괜히 나온 것이 아니구나..ㅠㅠ이러다 다음에는 박정희 동상을 동네 입구에 세우겠다는 사람도 나올 것 같다.아니다. 동상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자식들이 반대하지 않을까? ㅋㅋ이 동네 와서 살면서 수건과 화장지를 칠순 팔순 기념품으로 두어 번 받았었다.고맙게도 이장님이 .. 2025. 4. 21. 먹는 봄 아차 하는 순간 엄나무 잎이 폈다.엄나무순을 따서 먹으려고 했는데, 며칠 돌풍이 불어 집에 있었더니 엄나무까지 살피지 못했다.봄이면 엄나무순 살짝 데쳐 소주 한잔 하는 맛이 있는데 엊그제 뒷창문으로 보니 엄나무 잎이 돋았다.분명 푸른 기미도 없이 앙상한 가지만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이틀 사이에 세상은 연두연두하게 변했다.무채색의 나무와 들판이었는데 파릇파릇 연두연두...밤나무 밑 비탈에도 머위가 지천으로 나왔다.얼마 전까지도 어린 머위들만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모르겠다.요즘은 하루 사이에 세상이 휙휙 바뀐다.한 뼘씩 크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물이 올라 잎사귀가 짙어지고 있다.언제 이렇게 연두 세상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머위를 잘랐다.조금만 잘라먹으려고 했는데 엄마 생각이 났다.한 바구니 잘.. 2025. 4. 18. 4월 16일 2025. 4. 15. 뚝! 노란색 튤립만 뚝! 부러졌다.지난 주말부터 비, 바람, 눈, 돌풍, 햇빛, 구름이 번갈아 바뀌면서 기온도 떨어졌다.하늘거리는 수선화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꺾인 것이 없는데곧게 올라와 탐스러운 꽃을 달고 있던 튤립은 꺾어 부러졌다.이상하게도 노란색 튤립들만 부러졌다.부러져 땅에 떨어진 꽃송이들이 마음을 짠하게 했다. 4월 중순에 눈보라가 몰아쳤다.오늘은 햇살이 비치지만 바람 소리가 심상치 않다.며칠 동안 바깥에 나가 일하지 못했다.날씨 때문에 아직 상추 씨앗도 뿌리지 못했다. 4월, 지리산 천왕봉에는 눈이 하얗게 내렸다. 2025. 4. 15. 보람찬 하루 꽃길을 보고 와서 가열차게 노동에 임했다.삽질과 쇠스랑으로 밭을 갈았다.손바닥만 한 텃밭이지만 노동의 강도는 만만치 않다.기계도 소도 없이 오로지 두 손과 두 발로 하는 일이다.손에는 물집이 잡혔고 온몸이 욱신거린다.내 평생 퇴비 놓아 잘 갈아 놓은 밭이랑이 이렇게 이쁘다고 감탄할 날이 있을 줄은 몰랐다.이때쯤이면 보슬보슬 잘 갈아 놓은 밭이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아무것도 심지 않은 남의 집 밭이랑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모든 것은 노동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다. 씨앗을 심은 곳에서 꼬물꼬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요즘 튤립이 정말 예쁘다.용가리가 하는 말. '정말 꽃밭 같다~~'달맞이꽃 수레국화 매발톱 할미꽃 작약 수국... 이 아이들이 정말 섭섭해할 것 같은 말이다. ㅎㅎ튤립은 낮에.. 2025. 4. 11. 이전 1 2 3 4 ··· 1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