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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아침부터 서둘렀다.금요일 오후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서 일단 차를 마을 입구에 내려놓았다.토요일 아침 걸어 내려가 차를 타고, 함양 터미널에 가서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동서울행 버스를 탔다.12월 14일. 그렇게 아침부터 시작된 하루가 참으로 길었다.  서울에 도착해 지하철로 이동하는 중에 이미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은 무정차한다는 문자가 날아들었다.논현역에서 9호선을 타려고 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개찰구로 가는 곳이 지그재그 여려 겹의 줄이 이어졌다.개찰구를 통과하기까지 30분 넘게 걸렸다.거의 반평생 서울에 살면서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샛강역에서 내렸다.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오는 데도 30분 넘게 걸렸다.그렇게 지상으로 나와 사람들과.. 2024. 12. 16.
조국 오늘 조국 교수님(나는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그냥 조국 교수라고 부른다.) 징역 2년 확정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정말 한 마디라도 쓰지 않을 수 없다.조국 가족의 사냥이 시작된 이후 나는 가슴이 저릿저릿 아파서 잠을 잘 수 없는 날이 많았다.특히 정경심, 조민의 판결을 앞두고는 가슴이 떨렸었다.분명히 말도 안 되는 기소와 재판이라고 생각하고,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니 정상적인 재판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떨리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그때의 그 기억이 다시 떠오르면서 며칠 전부터 그때의 증상이 시작되었다.역시 그럴 줄 알았지만, 손톱만큼의 기대도 하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했지만 그래도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나는 어떤 개인을 응원하는 것보다는, 그냥 상.. 2024. 12. 12.
빛과 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내가 가슴에 품고 있던 문제들, 그리고 요즘 더 이 문제들을 생각하게 되는 실상들...스톡홀롬에서 한강 작가님이 말했다.그냥 외롭지 않다고 느꼈다.  빛과 실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 열어보니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 여남은 권이 담겨 있었다. 표지에 ‘시집’이라는 단어가 연필로 적힌 얇은 중철 제본을 발견한 것은 그 포개어진 일기장들 사이에서였다. A5 크기의 갱지 다섯 장을 절반으로 접고 스테이플러로 중철한.. 2024. 12. 8.
12.3 사태는 진행 중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분노와 두려움이 가시지 않는다.나는 실제로 계엄군을 본 적이 없다.전경과 백골단을 본 것이 전부지만 그들은 그래도 경찰이다.그런데 계엄군은 군인이다.군인은 적으로 규정된 것은 섬멸하도록 훈련받았다.그런 계엄군이 도시 한 복판에 나타났다. 국회에 난입했다. 특전사, 공수부대.. 이런 말들을 들으면 괜히 무섭다.전쟁에서 국가를 수호하고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하게 훈련된 정예 부대라고 하지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자국민을 학살하는 무서운 군인들이라는 것이다.국가폭력이 자행될 때 동원되는 부대... 난 계엄을 경험한 적이 없다.내가 살았던 곳에 계엄군이 깔려 삼엄하게 출입을 통제하거나 거리에 장갑차가 세워진 것을 직접 본 적도 없다.그런데도 그.. 2024. 12. 5.
외규장각 의궤 시어머니 뵈러 서울에 다녀왔다.아프신 어머니와 그 형제 가족들...만남을 갖는 것이 힘들 때가 더 많다.그리고 늙고 병들어 죽어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바라보는 심정이 괴로운 것도 어쩔 수 없다.어머니는 많이 회복하셔서 어느 정도 기력을 찾으셨지만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듯싶다.그러나 어머니는 어머니가 생각하는 것이 있고 형제들은 또 그들 각자 생각하는 것이 있으니 편안하게 생활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용가리와 나는 그저 한발 떨어져 지켜보는 수밖에...우리는 언제나 아웃사이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뭔가 마음이 스산해져서 간청재로 돌아오기 전에 다른 것을 조금 채우고 싶다.박물관에 가 본 지도 오래되었구나..편안하게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내가 좋아하는 빗살무늬 토기를 보면서.. 2024. 12. 3.
수세미 수세미 갈무리를 하면서 정말정말 텃밭을 모두 비웠다.수세미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겉껍질이 바삭바삭 마를 때까지 그냥 두는 것.적당히 여물었을 때 삶는 것.끝까지 말려서 껍질 벗겨 만드는 수세미는 좀 더 거친 맛이 있다.그리고 그전에 삶아서 만드는 수세미는 더 부드럽다.문제는 거칠고 부드러운 점이 아니라 중간에 썩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도 막상 껍질 벗기고 보면 상한 부분들이 꽤 많다.그러니 바싹 마를 때까지 수세미가 온전하기 힘들다.중간에 썩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이번에는 어쩐 일로 썩는 부분 없이 수세미가 잘 영글고 잘 말랐다.그래서 그냥 내처 두고 말려서 껍질만 벗겨 사용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달린 수세미들은 찬 바람 불면서 계속 초록 상태로 있는 것이다.지.. 2024. 11. 26.
김장 제목이 거창하게 김장이지만 내가 김장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간청재 이사 오고 처음부터 배추를 심어 김장을 했었다. 그래봤자 10여 포기지만 말이다.의욕이 넘쳐 고추도 심어, 말 그대로 태양에만 의존해 고춧가루를 만들었다.쪽파나 갓도 심었었다.배추와 무는 창고에 잘 싸서 보관해 배추 전을 부쳐 먹거나 생무를 먹기도 했다.물론 무는 잘 얼어서 낭패인 적도 많았다.그런데 해가 갈수록 하나 둘 심는 것이 줄더니 배추를 심지 않은지 2년이 되었다.여름 더위 기세가 더 기승을 부리면서 8월 중순에 삽 들고 밭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배추와 무는 늦어도 8월 말에는 심어야 한다.게다가 우리 집은 그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려서 말이다...벌레들도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려 한냉사를 쳐도 배추는 정말 수확하기 어려운 지경.. 2024.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