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831 물빛, 하늘빛 점점 짧아지는 가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다.하늘이 높아진다는 느낌, 물이 깊어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뱀사골 계곡과 대원사 계곡의 그 깊어진 물빛깔을 보고 내 마음이 맑아진 느낌이다.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하늘이 너무나 파랗고 햇살도 좋아서 오랜만에 뱀사골 계곡을 조금 걷고 왔다.그리고 며칠 후 연관스님과 다녀왔던 길이 그리워 산청 대원사에 들러 밤머리재를 넘어왔다. 가을이 눈부시다. 그리고 다가올 겨울이 기다려진다.우물 속에 들어가 침잠하는 느낌의 겨울. 그 겨울이 기다려진다.마음이 끄달리는 것을 너무 힘들지 않게 넘어가고 싶다.호수같이 평온한 마음을 갖고 싶어 그것을 평생 바라왔지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그러니 그저 너무 힘들지 않게.. 2024. 10. 26.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오늘 비가 내리고 물안개가 자욱한 산 능선을 보면서 윤동주의 이 생각났다.그리고 너무 슬펐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다. 2024. 10. 19.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한참 전에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한 달이 넘어서야 연락을 받았다.전에는 2주, 늦어도 3주면 구입 연락을 받았었는데 올해는 한 달이 넘는다.예산 때문이라는데 거지 같은 정부가 이런 시골 도서관 예산도 줄이나 보다. 2021년 8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자, 한국 정부는 자신에게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 390여 명을 구출해 한국으로 데려왔다.이들은 한국 정부가 파병한 군부대, 한국 대사관, 한국이 운영한 병원 등에서 근무했던 사람들과 그 가족이다.이 책은 '미라클 작전'으로 구출한 아프간 특별 기여자 157명의 울산 정착 기록이다. 이 글의 저자는 기자로 2023년 2월 중순 울산 동구에 닷새간 머물면서 1년간의 울산 정착기를 취재하고 나중에 울산과 인천을 다시 찾았다.. 2024. 10. 12. 제주도 - 제주 4.3 평화공원 제주도에 몇 번 가면서 항상 가봐야지 생각만 하고 가보지 못한 곳.이번에는 4.3 평화공원에 다녀왔다.지금도 희생자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계속 밝혀지는 사실들이 정말 가슴 아프다.국가 폭력에 희생되고 억울하게 죽어간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추모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마음껏 추모하고 위로하고 슬퍼해야만 죽은 이들도 살아남은 이들도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그 추모의 장이 많이 만들어질수록 좋은데 참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5.18도 세월호도 10.29도 드러내 놓고 슬퍼하고 위로하는 장이 많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정말 안타깝다.특히 세월호나 10.29는 언제쯤이나 그 진실의 주변에 다가갈 수 있을까... 마지막날 제주항에서 목포행 배를 기다리면서 보게 된 조형물.제주도는 아름답지만 여기저기 아픔이 .. 2024. 10. 6. 제주도 - 도록도록 도록도록은 '우리의 여행이 오래도록 기억되도록'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종달리 마을 안에 예쁘게 집을 고쳐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환상적인 경치나 독특한 마을 풍경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평범한 마을이다.그래서 제주도에서 산다면 어떨까 하는 느낌을 살짝 맛볼 수 있는 것이다.물론 이렇게 좋은 숙소에서 지내지 않는다는 것은 감안하고 말이다.숙소에 들어서니 참 감성적으로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생각이다.솔직히 용가리와 나 같은 중늙은이들이 갈 곳은 아니다.ㅠㅠ젊은 부부나 연인, 딸아이 또래의 아이들이 가면 좋을 곳이다. 어쨌든.....폴라로이드 카메라, 빔프로젝터, 블루투스 스피커, 환영의 손 편지...태블릿에 모든 메시지를 남겨놨다.각각의 기기들을 사용하는 방법, 집에서 유의해야 할 점, 그리고 아침을 준비해 .. 2024. 10. 5. 제주도 백수 생활이지만 그래도 여름에는 나름 휴가(?)를 갔었는데 이번 여름에는 덥기도 하고 일도 많아서 아무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휴가의 모습이 달라졌다면 전에는 호캉스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간청재 생활하면서 휴가로 호캉스를 선택한다는 것이다.서울 적당한 호텔에 가서 며칠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전에는 여행 가면 숙소는 별로 괘념치 않았다.민박, 펜션, 모텔.... 그저 적당하게..오히려 호텔은 별로 선호하지 않았었다.호텔은 작은 지방에는 별로 없기도 하고 재미가 없었다.그런데 이제는 호텔이 좋다.하얀 침대 시트가 빳빳하게 세팅되어 있고 욕실에는 깨끗한 흰 수건이 각 잡고 비치되어 있는 호텔이 좋다.매일 청소가 되어 있고 욕실에는 뽀송한 수건이 매일 제공되는 호텔이 좋다.욕조가 있는 호텔에서 반신욕 하면.. 2024. 10. 5. 땅콩 수확 땅콩을 갈무리했다. 보통은 10월 들어서 수확하는데 이번에는 조금 빨리 했다. 땅콩 몇 개가 잎이 다 시들어 그것만 먼저 하려고 했는데 다른 포기들도 더 두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니 아직도 꽃이 피네?? 살펴보니 땅콩 열매에서 싹이 나와 자라서 꽃까지 핀 것이었다. 보통 땅콩 수확기가 지나면 땅콩에서 싹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시점이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적절한 수확일을 잡기는 참 어렵다. 하나의 땅콩 포기에서도 이미 싹이 나온 것, 적당하게 잘 여문 것, 덜 여문 것, 지금 막 꼬투리가 달린 것이 다 섞여 있다. 그러니 포기 포기마다 영근 것이 제각각이다. 물론 경험 많은 농사꾼들이야 잘 알겠지만, 잘 영근 땅콩이 가장 많을 때를 알아채는 것은 정말 힘들다.ㅠㅠ 그래서 한.. 2024. 10. 1. 이전 1 2 3 4 5 6 7 8 ··· 1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