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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약국

by jebi1009 2025. 2. 1.

2월 첫날부터 눈이 내린다.

바람도 불지 않아서 소복소복 내린다.

나무에도 돌담에도 예쁘게 내려앉아 방 안에서도 화사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그런데 옴짝달싹할 수 없이 갇혀 있어야 한다.

마을길까지 눈이 쌓여 움직일 수가 없다.

아무런 일이 없다면 이렇게 소복소복 내리는 눈을 보며 며칠을 갇혀 있어도 좋지만 나가야 할 일이 있다면 참 난감하다.

오늘도 이렇게 마음 졸이며 난감해하다가 이제야 마음을 놓게 되었다.

 



눈 수술 후 안약을 처방받아 넣고 있는데 다음 진료날까지 약이 부족한 것이다.

1회용 안약 개수를 자세히 헤아리지 않아 이틀 분량이 모자라게 처방된 것이다.

긴 연휴가 지난 후 병원에 문의하니 가까운 안과에 가서 처방전을 받아 약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약을 여러 개 쓰고 있어 이틀 정도 하나는 안 넣어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말이다.ㅠㅠ

처방전은 메일이나 팩스로 발급할 수 없단다.

 

어제 부랴부랴 함양 읍내에 있는 안과를 검색했더니 딱 한 군데가 있었다.

전화로 사정을 이야기하니 일단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단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읍내 병원으로 갔다.

연휴 끝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잠시 기다리니 처방전은 쉽게 나왔다.

약국에 가서 약을 받으려 하는데 처방된 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치료받으셨냐고 하면서 함양 읍내에 이 약은 없다는 것이다.

아....ㅠㅠ

절망적이던 순간, 약사님이 약을 주문해서 가져올 수 있다며 내일 오전에 약이 올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오.... 너무 감사했다.

다음날은 토요일이어서 1시까지만 영업하니 그전에 나오라고 하셨다.

처방전과 전화번호를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까지 또 눈 소식이 있었다.

내일 오전에 나가려고 차를 마을길 있는 곳까지 내려놓고 왔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예상과는 달리 눈이 많이 내려 쌓였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아 비와 섞여 질척거리는 정도가 될 줄 알았는데 완전히 펑펑 눈이 내린 것이다.

마을길까지 내려갔다 온 용가리가 오늘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어쩌지...ㅠㅠ

오늘까지는 약이 있으니 내일이라도 나가서 약을 받아 오면 되는데 내일은 또 일요일이다.

용가리와 고민하다가 약을 어디다 좀 맡겨 놓던지, 아님 약국 밖 적당한 곳에 놓아 달라고 약사님에게 부탁해 보기로 했다.

약국에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니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며 다시 전화한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약을 넣을 시간이 되어 약통을 뒤지는데 내가 계산하지 않은 약 4개가 나왔다.

다른 통에 섞여 있어서 몰랐던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를 더 버틸 수 있으니 월요일에 나가도 되는 것이다.

월요일에 약국에 간다고 약사님과 다시 통화했다.

다행...

 

금요일부터 '어쩌지'와'다행이다'를 몇 번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이다'로 끝이 나서 정말 다행이다. ㅎㅎ

없는 약을 주문해서 가져다주시고 또 내가 약을 받을 수 있도록 방법도 생각해 주신 함양읍내 성실약국 약사님께 감사드린다.

약국 이름도 '성실'이다. ㅎㅎ

 

오전에 그 난리를 치고 이제 마음이 느긋해지니 소복소복 쌓여 있는 눈 세상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아궁이에 불을 넣고 고구마도 넣었다.

오늘따라 용가리가 고구마를 잘 구웠네... 유난히 고구마가 맛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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