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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수세미

by jebi1009 2024. 11. 26.

수세미 갈무리를 하면서 정말정말 텃밭을 모두 비웠다.

수세미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겉껍질이 바삭바삭 마를 때까지 그냥 두는 것.

적당히 여물었을 때 삶는 것.

끝까지 말려서 껍질 벗겨 만드는 수세미는 좀 더 거친 맛이 있다.

그리고 그전에 삶아서 만드는 수세미는 더 부드럽다.

문제는 거칠고 부드러운 점이 아니라 중간에 썩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도 막상 껍질 벗기고 보면 상한 부분들이 꽤 많다.

그러니 바싹 마를 때까지 수세미가 온전하기 힘들다.

중간에 썩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쩐 일로 썩는 부분 없이 수세미가 잘 영글고 잘 말랐다.

그래서 그냥 내처 두고 말려서 껍질만 벗겨 사용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달린 수세미들은 찬 바람 불면서 계속 초록 상태로 있는 것이다.

지금 달려 있는 것들은 삶아서 마무리하려고 다 정리했다.

 

왼쪽은 바싹 마른 수세미, 오른쪽은 마르지 않은 수세미.
마른 수세미들을 껍질 벗기니 중간 중간 상한 부분들이 있다.
수세미는 씨가 엄청 많다.

 

 

바싹 마른 수세미들도 막상 껍질을 벗기고 보니 중간중간 상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은 딱딱하게 뭉쳐 있어서 수세미로 사용할 수가 없다.

오랜만에 화덕에 불을 피우고 솥을 걸어 수세미들을 모두 삶았다.

삶아서 껍질 벗기고 씨 털어 내고 다시 주물러 씻어내고...

하루종일 수세미와 씨름했다.

마른 수세미는 색이 진하고 삶은 수세미(마른 것들도 껍질 벗겨 한번 삶아냈다.)는 색이 연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수세미는 씨가 정말정말정말 많다.

그렇게 많이 털어냈는데도 박혀 있는 씨들이 있다.

얼마는 후벼 파서 꺼냈지만 나머지들은 그냥 쓰기로...ㅠㅠㅠ

1년 사용할 수세미는 나온 것 같다.

항상 그렇지만 가운데 부분 제일 이쁜 수세미는 항상 선물로 주고 못생긴 것들은 내가 사용하게 된다.

그래도 이 수세미가 좋다.

씨앗도 받았으니 이 수고로움이 지겹지 않다면 앞으로 계속 이 수세미를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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