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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김장

by jebi1009 2024. 11. 24.

제목이 거창하게 김장이지만 내가 김장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

간청재 이사 오고 처음부터 배추를 심어 김장을 했었다. 그래봤자 10여 포기지만 말이다.

의욕이 넘쳐 고추도 심어, 말 그대로 태양에만 의존해 고춧가루를 만들었다.

쪽파나 갓도 심었었다.

배추와 무는 창고에 잘 싸서 보관해 배추 전을 부쳐 먹거나 생무를 먹기도 했다.

물론 무는 잘 얼어서 낭패인 적도 많았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하나 둘 심는 것이 줄더니 배추를 심지 않은지 2년이 되었다.

여름 더위 기세가 더 기승을 부리면서 8월 중순에 삽 들고 밭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배추와 무는 늦어도 8월 말에는 심어야 한다.

게다가 우리 집은 그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려서 말이다...

벌레들도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려 한냉사를 쳐도 배추는 정말 수확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래서 김장김치 맛보는 일이 그저 남 부러운 일이 되어 그림의 떡이었지만,

김장도 하지 않으면서 김장 김치를 맛보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작년에는 옆 골짜기 스님과 활골 동지의 김장 김치가, 올해는 둥이네의 김치가 그림의 떡을 진짜 떡으로 바꿔 주었다.

정말 고맙다.

외진 산골짜기에 살면서 누군가 음식을 가져와 맛보라고 할 때가 제일 감동이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음식을 먹여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진다.

간청재 살기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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