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거창하게 김장이지만 내가 김장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
간청재 이사 오고 처음부터 배추를 심어 김장을 했었다. 그래봤자 10여 포기지만 말이다.
의욕이 넘쳐 고추도 심어, 말 그대로 태양에만 의존해 고춧가루를 만들었다.
쪽파나 갓도 심었었다.
배추와 무는 창고에 잘 싸서 보관해 배추 전을 부쳐 먹거나 생무를 먹기도 했다.
물론 무는 잘 얼어서 낭패인 적도 많았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하나 둘 심는 것이 줄더니 배추를 심지 않은지 2년이 되었다.
여름 더위 기세가 더 기승을 부리면서 8월 중순에 삽 들고 밭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배추와 무는 늦어도 8월 말에는 심어야 한다.
게다가 우리 집은 그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려서 말이다...
벌레들도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려 한냉사를 쳐도 배추는 정말 수확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래서 김장김치 맛보는 일이 그저 남 부러운 일이 되어 그림의 떡이었지만,
김장도 하지 않으면서 김장 김치를 맛보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작년에는 옆 골짜기 스님과 활골 동지의 김장 김치가, 올해는 둥이네의 김치가 그림의 떡을 진짜 떡으로 바꿔 주었다.
정말 고맙다.
외진 산골짜기에 살면서 누군가 음식을 가져와 맛보라고 할 때가 제일 감동이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음식을 먹여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진다.
간청재 살기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