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나의 생일을 빙자하여 거한 외출을 감행했다.
극장구경(나는 영화관람보다 이 말이 더 좋다. 사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는 것이지 극장을 구경하러 가는 것은 아니데 말이다 ㅎㅎ)하러 진주까지 나간 것이다.
지리산에 내려오고는 처음으로 커다란 스크린 화면을 대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내가 보려던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진주에서 말이다...
내 생일인 줄 알고 그랬나?
영화관은 용가리와 나 단 둘이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ㅋㅋ
'내가 너를 위해 이 상영관을 통째로 빌렸지..너 몰랐냐?' 용가리가 되도 않는 소리로 웃겼다.
덕분에 실컷 울면서 볼 수 있었다.
영화 보면서 울고 나니 속이 좀 뚫리는 기분....
최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으며,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시절이었고, 불신의 시절이었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으며,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으며,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지난 총선 여수에 출마한 백무현 후보의 모습과 2000년 부산에 출마한 노무현 후보의 모습이 교차되었다.
자신이 암인지도 모르고 끝까지 호남텃밭에서 고군분투했던 백무현 후보의 죽음을 알게 되어 놀라고 슬펐고
스크린에 비친 노무현 후보의 모습이 너무 못생겨서 놀랐다.
까맣고 까칠한 얼굴로 유세에 지쳐 골목길에 쭈그려 앉아 담배 피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
눈물을 흐르게 하는 장면들은 많았지만 나는 담배 피는 못생긴 노무현의 얼굴을 보는 것이 제일 슬펐다.
'먹고 살기 힘드시지요? 어디 먹고 살만 하신 분 손 들어 보이소. 아 몇 분 계시네. 혹시 전라도에서 왔습니까?'
당시 합동 유세장에서 허태열 후보가 하는 작태다.
난 순간 미친거 아냐? 라는 말이 엄청 크게 나왔는데 다행히 상영관은 우리 둘 차지였으므로...ㅎㅎ
참 추접고 저열하고 낯부끄럽고 무식하고...진짜 저런 말들을 하는구나....
그저 놀라고 화 나고 내 얼굴이 붉어질 뿐이었다.
'타협하지 않을 일과 타협할 일 그 구분이 제일 힘들지요'
유세 강행군을 하며 차 안에서 노무현이 한 말이다.
살면서 나도 이 구분이 참 어렵다. 더 어려워진다...
영화의 말미 김희로 시인과 그 아들 김원명 작가가 봉하 마을을 찾는다.
'나보다 젊은 사람이 먼저 간 것이 더 고약스러운지
내가 굴욕스럽게 오래 사는 것이 더 고약스러운 것인지 모르겠네'
김희로 시인이 하는 말이다. 마음이 아팠다.
오는 길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건 오는 중이고
오고 있다는 거야. 그건 결코 물러서거나 멈추지 않는다는 거야
우리가 하는 어떤 일도 헛수고는 아니야
난 우리가 승리를 보게 될 거라고 진심으로 믿어
그렇지만 보지 못하더라도, 내가 확실히 못 하더라도
승리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 가 끝날 때 까지 모두 듣고 나왔다.
역시 전인권 노래는 전인권 목소리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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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영화인 모양입니다. 가슴 저린 장면도 많겠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였길 바래봅니다. 오랜만에 도시에 있는 극장엘 가셨다니 영화 구경이 아니고 극장 구경이 맞는 것 같은데요. ㅎㅎ 늦었지만 생신 축하 드려요!
극장구경하고 아이스크림 먹고...촌에 살다 도시 나가서 누리는 즐거움 ㅎㅎ
앗 저는 어제 우연히 유튜브에서 노무현 봉하마을 클립들을 보게 되었는데...
생신 축하드립니다!
we're not getting old. we're getting awesome!
생일 축하를 이렇게 받으니 엄청 쑥스럽네요 ^^;;
보고 싶은데 상영관이 없네요.
노무현대통령 그립고 보고 싶어요.
인터넷 돌아댕기면서 사진들 보면서 훌쩍거립니다.
저두 제비님처럼 경제적 자유인이 되면 한적한 시골에 가서 살고 싶네요.
좋아하는 것이라곤 술 담배 커피인데 시골 생활이 힘들겠지요?
술 한잔 하고 댓글 쓰니 그 맛이 새롭네요.
아침에 커피 내려 마시며 능선 바라보고 뒹굴대다 보면 오전이 가고
저녁에 무슨 안주로 한 잔 할까 생각하고 안주 만들어 먹다 보면 하루 해가 갑니다 ㅎㅎㅎㅎ
무등산님 시골 생활이 딱 체질이실 것 같은데요^^
유세하다가 힘드시니까
'아무래도 내가 많이 이기고 있는것 같다.'
'고만하자. 힘들다.'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마음의 무게가 느껴져서...
맞아요..정말 귀엽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고...
옛날 포장 초코파이 보고 갑자기 초코파이 먹고 싶어 한 통 샀어요...포장은 바뀌었지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