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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농한기?! 2016/08/16

by jebi1009 2018. 12. 27.


       

농한기라...

농사를 짓지도 않는 주제에, 손바닥 만한 텃밭 하는 주제에 농한기 어쩌고 하는 것이 푸하하~ 웃길 일이지만서도

스스로 나름 농한기다.

가끔 풀을 뽑아주기도 하지만 햇빛이 너무 강열해서 다른 일을 도모하기에는 좀 무리다.

얇은 티셔츠를 입고 잠시 풀을 뽑았는데 샤워할 때 보니 등짝이 까맣다.

누가 보면 일부러 태닝한 줄 알겠다. ㅎㅎㅎ

옷을 입어도 이렇게 새까맣게 타나니....

텃밭의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할 것 같아 하루 한 번 물을 주는 것이 전부다.

호스로 30분 이상 물을 뿌리지만 뿌릴 때 뿐이고 별 티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지켜보기가 안쓰러워서.....ㅠㅠ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춥기까지하니 아무리 난리를 떨어도 이제 더위도 막바지인 것 같다.

계절 바뀌는 것 보면 참 신기하다.

진짜 똥누러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다른 것 같이 어찌 그리 안면을 바꾸는지..ㅎㅎ

언제 그리 추웠나 싶게 꾸역꾸역 봄은 오고 언제 그리 더웠나 싶게 찬 바람이 파고 든다.


아무리 더워도 간청재 마루에 등짝 대고 누워 있으면 참 시원하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이 여름을 보낸다. 부채질 하는 경우도 없었다.

동네 분들도 이런 더위는 20년 넘게 처음이라 하지만 그래도 나는 서울 보다는 덥지 않다고 말한다.

사방 창문 열어 놓고 간청재 마루에 등짝 대고 누워 책을 읽고...읽다가 자기도 하고...

아직 새로 구입한 책도 없고 해서 이사하면서 정리한 책 다시 읽었다.

이제 슬슬 함양 도서관 회원으로 움직여 볼까 한다.

이사하면서 책을 엄청 많이 버렸다.

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이 나고 버리기는 좀 그런 책들, 또 최근에 산 책들은 골라서 가져왔다.

옛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자니 활자가 너무 작고 글씨가 빽빽해서, 게다가 종이도 바래고 글자체도 그렇고 해서 다시 구입한 책도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책은 참 새롭다. 어떤 내용인지도 알고 분명 읽기는 읽었는데 어찌 그리 머릿속에 남는 내용은 이렇게도 다를까....

옛날 [그리스인 조르바] 읽었을 때는 과부의 목을 따는 장면이나 부불리나가 죽자 마을 사람들이 달려들어 물건을 집어가는 장면이 막 생각나고 그랬는데 지금 나이 들어 읽으니 그리 대수롭지 않다.

그리고 이런 장면이 있어나 싶은 것은 바닷가 오두막에서 밤 늦도록 술을 마시며 알밤을 구워 먹는 장면.

그는 다시 불 속에서 알밤 몇 개를 꺼내어 껍질을 깠고 우리는 잔을 부딪쳤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마시면서 큼직한 토끼 두 마리처럼 오독오독 밤을 씹어 먹었다. 바다가 포효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이 머릿속에서 계속 남아 나를 기분 좋게 했다. 그냥....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떡하니 내 마음에 자리잡은 부분.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달과 6펜스] 중딩? 고딩? 때 읽었던 느낌과 별 다르지 않았지만

'더크 스트로브'가 그 당시에는 너무나 짜증나고 바보 같아서 신경질이 났었는데 지금은 그냥 이해가 되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지탱하는 힘은 정말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역사란 무엇인가] 대학 때도 팍팍 잘 읽힌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감명적인 부분이 많았었다.

그래...이러면서 한숨을 쉬게 하는...

E.H 카 사후에 책이 다시 출간된지도 모르고 있었다.

처음 역사란 무엇인가 강의를 시작한 것도 69세, 90이 다 된 나이에 제 2판을 쓰려 자료를 모으고 준비하고 서문을 써 놓은 채 사망했다.

그가 서문에서 말하듯이

'진보에 대한 모든 신념과 인류의 더 나은 진보에 대한 모든 전망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배제해버리는 오늘날의 회의주의와 절망의 조류'에 대항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나이에 역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졌다.

새삼 느낀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대단한 지식인이다.

지금도 뭐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동적이다.



2판 서문 중에서



[석정집]은 스님이 출간하시고 건네 주셨는데 슬렁슬렁 띄엄띄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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