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심심풀이

더위와 함께 했던... 2015/09/01

by jebi1009 2018. 12. 27.



푹푹 찌는 더위가 한창일 때 극장보다 더 시원한 곳은 없을 것이다.
집 안에 백수가 둘씩이나 있으므로 일부러 시간 내거나 예매하지 않아도
붐비지 않는 시간에 실실 극장 다니기는 꽤 괜찮다.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코끼리 같이 생긴 캐릭터가 '빙봉'이다.
어릴 적 한 번씩 상상 속에서 내가 만들어 낸 나만의 절친. 이런 저런 좋은 것들을 다 합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나도 생각해 보면 그런 상상 속 친구가 있었던 것 같다.
이 빙봉이 폐기되어 사라졌을 때 용가리와 나는 펑펑 울었다. ㅠㅠ


고3 딸아이가 기말고사 끝나고 보고와서는 정말 재미있다고 추천했다.
그리고 엄마도 꼭 한 번은 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울었다. 두 번 울었다. 용가리도 울었다.
별 것 아닌데 눈물이 났다.
용가리는 이 영화를 보고 와서는 며칠 동안 외장하드에 있던 에니메이션을 다시 보았다.
붉은 돼지, 마녀배달부 키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라퓨타.....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그랬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다 죽어야 돼..
머릿속에 똥만 들어서 어떠한 신선한 생각이나 창의적인 발상이 불가능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반성해야 돼...
야 정말 기발하지 않냐?'
딸아이가 갓난 아기였을 때
딸의 표정, 행동, 웃음, 울음...등등을 보며 '정말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영화는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추상적인 감정들을 의인화하여 정말 머릿속에 들어가게 해 주었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이 주인공'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분주하게 일한다.
기쁨이 대장이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기쁨이 혼자서 아무리 노력해도 기쁨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
슬픔이 있기 때문에 기쁨도 생기고..그것을 알아 가면서 감정의 복잡함, 컨트롤 이런 것들이 생기고..
그것이 바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
감정 컨트롤 본부, 장기 기억 저장소, 꿈 제작소, 상상의 나라, 잠재의식, 추상적 사고, 생각의 기차,
성격의 섬, 기억 쓰레기장
기발한 머릿속 세상을 이루는 부분들이다. 이 곳에서 감정변화의 비밀이 이루어진다.

[암살]






이번 시즌 가장 화재가 되었던, 그리고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김구, 김원봉 실존 인물들이 나오고 여러 명을 짜깁기한 듯한 가공의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월북한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조명까지 거론하게 만든 영화다.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도 한흥구 교수와 함께 이 영화를 다루기도 했다.
한국영화에서 특급 대우 받는 배우들이 다 나온다.
영화'도둑들'과 캐스팅이 너무 비슷하고 배우들의 캐릭터도 비슷하고....
감독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만 쓰남?
전지현은 조금 나이가 들어가니 더 좋은 것 같다.
젊고 밝고 화려한 전지현의 연기 보다 어둡고 무거운 전지현이 훨 낫다.
친일파 강일국의 아내로 나오는 진경(이 배우의 이름을 이제 알았다),
아네모네 마담으로 나오는 이해숙의 연기도 몇 장면 되지 않았지만 아주 임펙트 있었다.


[베테랑]



                       주인공 황정민의 아내로 나오는 진경.  '암살'에서처럼 짧게 등장하지만 강하다.

암살과 함께 천만 관객 어쩌고 하면서 흥행 중인 영화.
권선징악의 통쾌함을 보여준다.
생각 만큼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단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재벌가들의 생활, 가치관, 행동 등등이 실제와 똑 같을 것이라는 점을 더 확인시켜 주었다.
전에는 '설마...영화니까 그렇지 실제로 그러기야 하겠어?' 했지만
이제는 진짜 똑같을 것이라는 확신.
영화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건이 나온다.
재벌가 2,3세들의 마약 사건, SK 최철원 폭행사건, 한화 김승연 폭행사건..
그 외에도 이런 저런 풍문들을 짜깁기한 듯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들의 평소 생활 습관, 사람을 대하는 방식, 말투 등등이 영화 속의 인물들과 거의 흡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왕 오락영화인데 황정민이 유아인을 더 옴팡지게 두들겨 패 주고 잡았으면 더 속이 시원할 뻔 했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  -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특이했다.
책도 꽤 두께가 있었고 글씨도 빽빽했다. 그리고 엄청나게 친절한 주석들.....
작가 스스로 쓴 프로필도 재미있다.
책을 잡은 지 두 번 만에 다 읽었다. 엄청 더운 날 더운 것도 모르고 읽었다.


20세기 이후 인간의 일상에 음악이 개입하지 않는 순간은 거의 없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어떤 순간, 어떤 공간에도 음악은 유령처럼 존재하며,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문화 산업 시장의 규모에서 음악보다 월등한 영상 예술은 수용자의 선택에 의해서 배타적으로 소비되는 특성을 가진다. 하지만 음악은 주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지표만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파괴력을 지닌다고 나는 생각한다.

1. 마이너리티의 예술 선언 - 재즈 그리고 로큰롤 혁명
2. 청년문화의 바람이 불어오다 - 통기타 혁명과 그룹사운드
3. 클래식 속의 안티 클래식 - 모차르트의 투정과 베토벤의 투쟁
4. 두 개의 음모 - <사의 찬미>와 <목포의 눈물> 속에 숨은 비밀

목차만 보더라도 엄청 흥미롭지 않은가!
지금은 '가요'라고 불리는 노래가 예전에는 '유행가'라고 불렸었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그런데 그 '가요'는 '황국신민의 노래'라는 뜻으로, 
군인 출신 미나미 총독이 '위로는 천황을 숭상하고 아래로는 황군을 찬양하는 미래 지향적인 노래를 만들어 불러라!'라는 지시와 함께 트로트 금지 칙령을 발표하면서 '국민가요'라 명명하고 강제적으로 '국민가요 제창 운동'을 실시하면서 생겨난 명칭이다.
1960년대의 박정희가 수행한 왜색가요금지조치와 건전가요(국민가요의 박정희 버전)정책은 1937년 군인 출신의 미나미 총독이 행했던 것의 재탕인 셈이다.
작가는 '가요'라는 말은 절대 쓰면 안 된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옛날 할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유행가라고 해야하남?

< 감격시대>라는 노래는 바로 이 '국민가요'인데,
이 노래가 1995년 8월 15일,  8.15기념식을 하는 식장에서 KBS교향악단에 의해 연주되는 장면도 놀라웠다.
김영삼 정부 때 식민지 시대를 청산한다며 총독부 건물을 폭파시키고 기념식을 했던 자리인데 말이다.
'거리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 숨쉬는 거리다~'
이 노래를 해방의 감격을 노래한 곡으로 알고 있는데 큰일 날 소리란다.
이 노래가 발표된 것은 1939년이었고, 이때는 일본이 중국을 거의 함락하고 전선을 인도차이나 반도로 확대시키며 승승장구하던 무렵이다.
이 노래의 3절 가사는 '희망봉은 멀지 않다. 행운의 뱃길아'
여기서 희망봉은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이 노래는 전 세계를 향한 황군의 진군가다.
이런 노래가 아직도 신나게 불려지고 가요무대 같은 데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한대수와 신중현의 비극, 그리고 한대수의 2집 앨범 <고무신> 의 획기적이 앨범재킷도 흥미로웠다.
김우진과 윤심덕의 기획자살설,
모짜르트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현실주의자 베토벤, 이 두 사람이 평생 비정규직이었다는 사실,
재즈와 로큰롤이 갖는 혁명적 의미....
서양의 음악부터 우리나라의 음악까지...역사의 흐름을 오롯이 담고 있는 음악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느꼈다. 역시 세상에는 고수들이 많구나!!

'심심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한기?! 2016/08/16   (0) 2018.12.27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기 2015/11/09   (0) 2018.12.27
오디오 2015/08/20   (0) 2018.12.27
삐딱이 2015/06/30   (0) 2018.12.27
전쟁과 평화 2015/04/21   (0) 2018.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