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지내는 동안 눈 뜨면 '오늘 저녁 뭐 먹을까?'가 제일 중요한 화두였다.
눈 뜨는 시간이 제각각 달라서 다 같이 눈 뜨고 모였을 때는 항상 하는 말이 되었다.
일단 연말에 흰 가래떡을 뽑았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방앗간을 찾았다.
따끈한 가래떡을 하나 씩 들고는 마냥 좋아했다.
가래떡은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는
구워먹고 삶아먹고 떡볶이 떡잡채...어묵탕에도 넣어 먹고.. 정말 봄이 오기 전에 다 먹게 된다.
특히 흰 가래떡은 용가리 최애 음식이다.
회와 고기는 기본.
통영에서 도미, 방어, 해삼, 멍게...게다가 매운탕까지.
고기는 날이 추워 밖에서 굽는 것이 귀찮아 돼지고기를 삶아 수육을 해 먹었다.
나는 여태껏 수육할 때 삼겹살이나 목살을 사용했었는데 정육점 사장님의 권유로 사태살을 사서 삶았다.
이 동네에서는 수육은 당연히 사태살을 이용하고 구워 먹을 때나 삼겹, 목살을 이용한다고 했다.
가격도 거의 절반수준...
완전 성공적이었다. 기름도 많지 않고 살은 쫄깃거리고..
내가 담근 김장김치와 맛있게 버무린 새우젓으로 소주 각 1병 씩은 거뜬했다. ㅎㅎ
그리고 딸아이가 뽑아 온 레시피 리스트.
샐러드 파스타, 치즈케잌, 소세지 야채볶음, 게살크림 고로케, 까르보나라 떡볶이, 양파 베이컨 토스트...
주류가 빠질 수 없지.
지난 여름 메로나 칵테일로 대박을 쳤던 일을 상기시켜 와인 칵테일의 일종인 상그리아도 준비했다.
거기에 용가리도 합세해서 핫케잌을 구웠다.
딸아이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돋보기 끼고 핫케잌 가루 설명서를 열심히 읽은 후 생애 첫 핫케잌을 구웠다.
나는 어묵탕과 월남쌈, 도토리묵, 순두부, 버터구이 오징어, 소세지 구이.... 요거트빵도 구웠다.
틈틈이 라면과 짜왕도 끓여 먹고 수제비도 먹었다.
수제비는 용가리가 반죽에 국물까지 모두 직접 했다. 역시 딸아이의 힘은 위대하다. ㅎㅎ
아궁이 불에 고등어도 굽고 떡도 구웠다.
딸아이 마지막 날에는 인월 산수림에서 탕수육과 새우완자를 거금 들여 사다 먹기도 했다.
이렇게 늘어 놓다 보니 정말 많은 것을 먹었구나...돼단하다!!!
여기까지는 딸아이가 만든 음식. 물론 사진에 빠진 것들도 있다.
용가리가 돋보기 끼고 설명서 읽어 가며 구워 준 핫케잌. 딸아이는 와~ 오~ 연신 감탄하며 맛있게 먹었다.
'이러다 나중에는 라면만 끓여 주는 거 아냐?'
딸아이가 한 말이다.
당근....약발이 떨어질 때가 오는 것이 당연한 이치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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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제비님과 동일한 가족 구성이라...ㅎ, 기본 둘 이상이 좋아하는 것을 우선으로 만듭니다. 외식할 때를 빼면 거의 끼니마다 요리를 합니다. 다시 데우거나 인스턴트, 반조리 음식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이곳은 배달 시켜 먹을 마땅한 게 없어서 요리를 못 하거나 안 하면 정말 냉동음식이거나 외식이라야만 합니다. 제 입맛엔 너무 짜고 기름기가 많아서 집밥을 먹지 않을 수 없어요. 아이와 남편도 이미 습관이 되어서...ㅎ, 건강엔 좋지만, 요리하는 저는 가끔 피곤하기도 합니다.
방학 중이라 특별 가족 구성이었어요 ㅎㅎ
평소에는 둘이라 그냥 제가 먹고 싶은 거 합니다. 용가리는 옆에서 얻어 먹는 정도 ? ㅋㅋㅋㅋ
맛있는 음식들의 '향연'이라는게 이런 걸까요?
사진으로 찍어 그렇지 사실 특별한 음식들도 아니어요..ㅎㅎ
'최애' 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참을 들여다 봤더랬습니다. 최고로 좋아하는의 의미라고 사진이 말해주네요 ㅎㅎㅎㅎㅎ 음식을 함께 나누어 즐길 수 있는 가족이 함께여서 더 좋으셨겠지요? ^^ 에공 저는 요새 끼니를 차리는 것에도 한숨이 나오니....걱정입니다. 맛있게 먹어줄 아이와 남편 생각을 하면 기운을 내자! 하다가도 부엌에만 들어가면 아무것도 하기싫어지는 이 게으름...어찌하나요.
그래도 제비님 상다리 부러지는 사진 보고 있으니 도~~~전 의식을 생깁니다. ㅎㅎㅎㅎㅎㅎㅎ
부엌 싱크대 앞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보기만 해도 힘들어지는 곳입니다ㅠㅠ
매일 의무감이 아니라 마음이 날 때만 서게 되면 그래도 좀 낫습니다..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