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생선회에 딸려 온 매운탕거리를 냉장고에서 꺼내 매운탕을 끓였다.
예전 같았으면 '매운탕거리 드릴까요?' 물어 볼 때 당근 '아니오'였었다.
그러나 지리산 오면서 어지간한 것은 다 챙겨서 먹게 되었다.
물론 매운탕 끓일 줄도 몰랐었다.
몇 번 시도해 봤지만 영 맛이 신통치 않았는데 이제는 별다른 재료 넣지 않고 그럭저럭 맛을 낸다.
이번 농사 성적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 A++을 받은 우리집 무를 잘라 넣고
고춧가루 마늘 생강 간장을 넣어 팔팔 끓이다가 매운탕거리를 넣어 푸욱 끓이면 시원하고 감칠맛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역시 A+을 받은 대파를 숭숭 썰어 넣는다.
매운탕거리에는 도미와 방어 머리와 뼈 기타 등등이 포함된다.
손질된 재료들을 보니 생선을 손질하던 아주머니가 생각난다.
새해 첫날이라서 통영 활어회 시장 좌판거리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일단 용가리는 그런 곳에 가면 처음부터 끝가지 한 번 주욱~ 훑어보고는 살 집을 정한다.
좌판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은 연신 생선을 손질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광어, 방어, 쥐치, 우럭, 참돔, 감성돔, 돌돔.....
손님을 부르고 가격을 흥정하고 정신 없는 북새통 속에서 유독 한 아주머니만 한가했다.
가만 살펴보니 말투가 달랐다.
시골 내려오면서 동남아시아계 외국인을 많이 보게 된다.
사과밭에서 일할 때도 그랬고 명절 때 서울 가는 버스 안이나 터미널에서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수산시장에서 생선 손질하는 아주머니는 처음 본 것 같다.
사람들은 그 아주머니에게 회를 부탁하지 않았다.
능숙하고 입담 좋은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에게는 줄을 섰다.
우리는 그 아주머니 좌판으로 가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횟감인 참돔과 딸아이가 먹고 싶다는 방어를 부탁했다.
생선을 손질하고 회를 떠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에 혼자 소설을 썼다.
낯선 겨울에 생선손질이라니 얼마나 추울까...
언제 왔을까...
남편은 잘 해 줄까...
회 뜨는 것은 시어머니에게 배웠겠지...
식구들이 따뜻하게 잘 대해줄까...
혼자 소설을 쓰면서 괜히 마음이 짠하고 그랬다.
그러면 항상 용가리는 나에게 핀잔을 준다.
너는 항상 그게 병이야...
우리나라에 온 것도 본인이 선택한 것이고 여기서 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꼭 너는 그런 시각으로 보더라...너나 잘 해...
맞는 말이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 아주머니를 짠하게 여긴단 말인가..정말 주제도 넘지 ㅠㅠ
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말이다 그냥 마음이 짠하게 느껴지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역시 그 아주머니의 손놀림은 서툴렀다.
그리고 우리가 회를 뜨는 동안 아무도 흥정하지 않았다.
손놀림은 서툴렀지만 꼼꼼하게 정성껏 손질해 주었다.
보통 매운탕거리를 줄 때 부산물들을 대충 잘라서 주기도 하는데
생선 대가리도 확실하게 잘라주고 지느러미도 깨끗하게 잘라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 바로 생선 입? 주둥이?다.
어디서 주워 들은 것은 있어가지고 생선은 주둥이를 반드시 잘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보통 입 부분을 자르지 않고 줄 때도 많다.
그러나 이 아주머니는 주둥이도 확실하게 잘라주고 세 번이나 씼어서 넣어 주었다.
회도 적당히 수분기를 빼서 잘 썰어 주었다.
시간은 조금 오래 걸렸어도 나는 만족했다.
우리는 그날 정말 맛나게 회를 즐겼다.
그리고 엊그제 매운탕을 끓이려고 손질한 생선 부산물들을 보니 그 아주머니가 다시 생각났다.
손님들이 좀 찾았을까...
부끄러움이 많아서 고개도 잘 못 들고 눈도 잘 못마주치던데...
옆자리 아줌마들은 잘 대해줄까...
또 주제 넘게 혼자서 소설 쓰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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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는 외국인 언니에게 하루 빨리 손님이 줄지어 서길 바랍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씩씩하게 잘 사셨으면 합니다.
저도 잘 살기를...마음 속으로 많이 빌었습니다.
따뜻한 마음 한자락 내어 주시는 제비님의 훈훈한 정이 이곳까지 전해집니다. 분명 타지인으로 적지 않은 고단함으로 하지만 큰 기쁨으로 살아가고 계실 그 이웃분께도 전해졌을거라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
2018년에도 제비님 가정, 이웃,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살아가는 모든분께 행복한 기운이 전해지길 먼곳에서 마음 가득 담아 안부 전합니다 ^^
벨라님도 2018년에는 더 행복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