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취중진담

자랑질~ 2017/11/22

by jebi1009 2018. 12. 29.


며칠 전 생일날 용가리가 생일상을 차려 주었다.

찰밥에 미역국, 계란말이...

모두 직접 만든 것이다.

원래 찰밥에는 팥을 넣어야 하는데 그것까지는 어려워서 생략.

나머지는 인터넷에서 레시피 찾아 직접 만들었다.

처음에는 나에게 물어 보았는데 가르쳐주다 보면 간섭하게 될까봐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하라고 했다.

요즙 인터넷에 얼마나 잘 나와 있는데...나도 그렇게 보면서 한다고...

오후 3시부터 시작했는데 6시가 넘어서 밥상이 나왔다.

밥, 국, 계란말이..세 가지 하는데 3시간 이상 걸린 것이다. ㅎㅎㅎ

밥상을 가져온 용가리는 갈증이 난다며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내가 싱크대 앞에만 서면 왜 그렇게 갈증이 나는지 알겠지? ㅋㅋ'


맛은 성공적이었다.

계란말이는 내가 한 것보다 더 부드럽고 맛있었다.

앞으로 종종 해 달라고 해야겠다.

이렇게 시작해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리고 한 두 번 해 보면

국을 끓이고 반찬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막막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시작했으니까...날 때부터 밥하고 국 끓이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필요가 진화를 만든다. ㅎㅎㅎ







뜻하지 않게 거한 생일을 보내게 되었다.

생일날 용가리에게는 생일 밥상을 받고 딸아이에게는 명품 지갑을 받았으니 말이다.

두 가지 모두 난생 처음 있는 일...

이로써 나도 명품을 소지한 여자가 되었다.ㅋㅋㅋ


얼마 전 서울에 갔을 때 딸아이가 생일 선물 미리 주는 것이라며 심상치 않은 포장의 물건을 주었다.

열어 보니 명품 브랜드의 지갑.

'이거 짝퉁이지? 짝퉁도 비싼데...'

'참 나...이거 진품이야..내가 직구해서 산 거야!

생일날 보내려다가 고가라서 직접 전달하는거라구...엄마의 반응도 기대되고..헤헤'

'니가 돈이 어딨어?'

'장학금 받은거 다 털어 넣었어..'


딸아이는 전시회에 참여하여 격려금 차원의 장학금을 조금 받았는데 그 돈으로 산 것이다.

장학금 받아서 이번 달은 생활비를 조금 넉넉하게 쓸 수 있겠다 싶었는데 홀랑 써버리다니...

'너 간 크다. 엄마는 이런 돈 이렇게 한 방에 써 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싫어? 왜 입꼬리가 올라가려다 말어?  안 이뻐?'





사실 나는 난감했다.

얼굴에 미소가 번질만큼 엄청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큰 돈을 덥썩 써버린 것도 그렇고 일단 별로 이쁘지가 않았다.ㅠㅠ

나는 남들이 말하는 명품 브랜드의 가방이나 신발, 옷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내가 일부러 사지 않거나 검소한 생활을 위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안 이뻐서 안 샀다.

가격 대비 안 이뻤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너무너무 이뻤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샀을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싸고 이쁜 놈 여러 개를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이야 한창 때 구입했던 물건들도 다 아름다운 가게로 넘기고 정리했는데 생뚱맞게 명품 지갑이라니..


'엄마에게 제대로 된 지갑 하나 사 주고 싶었어'

'왜? 내 지갑이 어때서?'

인터넷에서 개성 있는 놈으로 골라 저렴한 가격에 몇 년 째 잘 쓰고 있는데 왜?

'코트나 가방도 아니고 지갑 정도는 명품 하나 가지고 있어라..'  딸아이가 말한다.

정말 이쁜 것은 가격이 엄청나서 아쉬운대로 고른 것이란다.

'엄마, 예뻐서 비싼걸까? 비싸서 예쁜걸까?'

딸아이는 명품 브랜드 디자인이 이쁘단다.

가죽의 결이라든가 모서리 부분이라든가..나는 신경도 안 쓰이는 것에 대해 뭐라뭐라 한다.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그냥 바람이 잔뜩 든 허영덩어리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허영끼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ㅠㅠ


자기 장학금 털어서 명품 지갑 하나 가져보라고 선물하는 딸아이에게 실망을 줄 수는 없었다.

'정말 이쁘다..너무 좋아...그런데 앞으로는 이렇게 큰 돈 쓰지마.'

나중에 용가리가 그런다.

'너 이 지갑 별로지? 내가 너를 잘 알지...ㅋㅋ'

어쨌든 나에게도 명품 지갑이 생겼다.

그런데 이 지갑 들고 어디를 갈까?  장날 읍에 나갈 때...

top
  1. 알퐁 2017/11/22 16:48

    우와 최고인 생일상 같습니다!
    해피 버스데이 투유!

    • 제비 2017/11/27 10:34

      감사합니당~~

  2. 샤프 2017/11/23 07:18

    저 만의 생각 이겠지만..도로에서 그랜저를 보면.....늙은 꼰대들이 타고다니는 차라는 셍각을 하는데...
    성능이야 자세히는 몰겠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뽀대(?)가 안나는.....

    명품 지갑을 선물하는 따님의 맘은 이쁘지만, 안이쁜건 사실인것 같습니다.

    • 제비 2017/11/27 10:34

      맞아요 ㅎㅎㅎ 사프님 말씀대로 안 이쁜건 사실이어요^^

  3. huiya 2017/11/23 10:52

    제비님 자체가 명풍이고, 생활 자체가 명품인데,
    외국에서 들여온 명품이라고 하는 비싼 상품을 굳이 사실 필요가 있을까요?
    따님의 마음은 물건이나 가격에 빗대서 말할 수가 없는 '특별한 사랑'이지만요.

    • 제비 2017/11/27 10:37

      아이고..이런 부끄러운 말씀을 하시다니 ㅋㅋ
      제 인생 마지막 명품일 것 같습니다^^

  4. 벨라줌마 2017/11/24 16:12

    대략 케익에 꽃혀있는 초를 세어보니.... 한 스물 다섯개? 정도로 보이네요 제 눈에는 ㅎㅎㅎㅎㅎ 생일 축하드립니다.
    마음을 선물하는 것에는 여러 길이 있지요. 저는 따님의 그 고운 마음이 이해가 마구되는 걸요? 저도 명품에 마음을 홀딱 빼앗겼던 20대에는 엄마한테도 명품 선물 해드리고 싶어 안달 했는걸요? 알바비 몽땅 털어 샤넬 향수며.... 가방이며 옷이며..... 지금은 못하고 안하지만요 ㅎㅎㅎ 그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시간도 있어야 그것들이 결국에는 사치스러운 겉치레다의 시간에도 도달하는 것일테니요. 벨라줌마 철든 소리 하는 척 마구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그런데요 제가 아는 진짜 명품은 하나 구입해서 반평생 이상 쓸 수 있는 견고하고 튼튼한 제품을 칭하는 것이라 생각듭니다. 프라다의 장인 정신이 퇴색은 쬐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명성을 유지하니.... 한 30년은 사용 하실 수 있을 듯요 ^^ 너 내 맘에 든다, 너 내 눈에도 아주 예쁘다..... 매일 들여다 보며 말걸어 주시길요! ^^

    • 제비 2017/11/27 10:40

      오~ 벨라님 예리하시네요..케잌의 초를 보시다니 ㅋㅋ
      벨라님 말대로 맘에 든다고 말 걸어주면서 30년 쓸게요!


'취중진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운탕 2018/01/05   (0) 2018.12.29
노란 편지 2017/11/28   (0) 2018.12.29
파업을 뚫고... 2017/11/11   (0) 2018.12.29
도시 냄새 2017/10/10   (0) 2018.12.29
음식 2017/07/22   (0) 2018.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