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를 위로하는 것은 지난 주 심은 배추 모종과 무씨의 싹이다.
배추 모종을 심고나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걱정했었는데 다행스럽게 튼실하게 자리잡은 것 같다.
빠짐 없이 무 싹도 귀엽게 올라왔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다시 땅만 파고 풀만 뽑으며 모든 언론매체를 차단하고 살아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검찰까지 거들고 나섰으니 어찌 될지는 모르나 아마도 땅만 보고 살아야 할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검찰이 어떤 검찰인데...검찰 총장 바뀌면서 혹여 기대라도 했었는데...그러면 그렇지...
검찰이고 언론이고 판사들이고 다들 자신들이 속한 계급에 충성하며 감히 아무도 넘보지 못하게 단도리를 하고 온 세월이 얼마인데...
촛불로 탄핵을 이루고 5월 대선이 시작되었을 때, 만약 지금 정권교체가 되지 않는다면 모든 언론매체를 끊고 땅만 파면서 살아야지...하고 결심했었다.
다행스럽게 내가 각종 언론매체를 끊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왔고 우리는 축배를 들며 거나하게 취하며 좋아했었다.
중간 중간 열불나는 상황이 꽤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번처럼 참담하지는 않았다.
가슴에 돌덩이가 눌려진 것처럼 답답하고 목이 막힌다.
대출 반납일이 다가오는데 책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어준이의 뉴스공장을 들으며 잠깐씩 숨을 쉴 뿐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뉴스공장에 유시민이 나와서 한 말이다.
'한국사회에서 오랜 세월 동안 기득세력을 누린 기득권들에 대해 함부로 까불지 마라, 너가 탈탈 털어서 먼지 안 날 정도로 완벽한 게 아니면 이런 일들에 대해선 헛소리하지 마라. 누구든 조국처럼 기득권에 도전한 사람 중에 먼지 안 날 사람만 해라. 건방지게 그렇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해 온 조국은 완벽하지 않다는 게 탄로 난 것이다. 그렇게까지 훌륭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조국은 죽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대들지 않는다.'
'올바르게 살려고 하는 이에게 너는 왜 완벽하지 못하냐고 비난하면 누구도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나는 그게 무서웠다.'
맞다. 올바르게 살기는 개뿔.....
나같은 모지리도 지금보다 더 막 살아야 하나?
에휴~~ 이제 밤나무 밑에 마구 자란 풀 베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