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준씨가 SNS에 남긴 글
누군가를 위로하면서 사실 가장 위로 받는 것은 나 자신이다.
누군가를 응원하면서 사실 가장 응원 받는 것은 나 자신이다.
지난 2,3주 동안 답답하고 화나고 슬프고 미안하고 절망하고.....
오늘 이 글을 보고 같은 마음으로 위로와 응원을 보내면서 나 자신 또한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그래서 여름 커튼 걷어 빨고 가을 커튼으로 바꾸고 구찮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노각을 꺼냈다.
노각은 무치거나 볶거나 어렵지는 않으나 살짝 절여서 물기 짜는 것이 너무나도 구찮아서 꺼리게 되는 식재료다.
그러나 텃밭에 그냥 방치한 오이가 늙어버렸으니 그것을 어찌 마다하리요....텃밭에서 나온 모든 것들은 어지간하면 절대 버릴 수가 없다.
오늘 꺼내서 껍질 벗기고 속을 긁어내고 소금에 절여서 물기를 꼬옥~ 짜냈다. 넘나 귀찮은 과정 ㅠㅠ
다음에 또 하기가 싫어서 4개 넣어 두었던 것 몽땅 다 절였더니 양이 꽤 된다.
반은 무치고 반은 볶자.
지난번 해 두었던 들깨가루를 넣고 새우젓 넣고 볶았다.
조갯살이나 새우살이 있어서 함께 볶으면 더 맛날텐데 이 산골짜기에서 새우젓으로 만족해야지 뭐...
감자밥에 막걸리도 거들었다.
울적했던, 화가 났던, 답답했던 지난 몇 주간의 기분을 용가리와 함께 막걸리 한 잔으로 전환했다.
항상 저녁마다 부딪히는 술잔이지만 요 몇주간 부딪혔던 술잔과는 다르게 부딪혔다.
우리 둘 말고는 가까이에 서로 위로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이들이 없다는 것이 가끔은 허전하기도 하다.
하지만...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뒤 돌아보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
그래....지금도 나아지는 중이겠지? 그렇겠지?
'취중진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묘한 휴식 WEIRD RELAX (0) | 2019.09.24 |
---|---|
정말 미쳤다. (0) | 2019.09.05 |
한국 언론 사망 (0) | 2019.08.29 |
나를 위로하는 것 (0) | 2019.08.29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0) | 2019.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