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무슨 약을 복용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비이성적인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을까?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이 다 생각날 지경이다.
99.99퍼센트의 언론이 다 같은 방향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오히려 네티즌들이 취재하고 펙트체크를 하고 있다.
제기된 의혹의 펙트들이 이리저리 퍼져서 조금 방향을 잡는다 싶으면
다시 또 다른 의혹들이 기라성 같은 언론들의 '속보' '단독'을 달고 포털에 계속 오르고...네티즌들이 또 취재하고..
다시 또 다른 의혹들이 단독 달고 나오고 또 취재하고...
그런데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들은 연일 온 매체를 다 도배하고 있지만 펙트를 향해 취재하는 목소리는 0.1프로도 매체를 타지 못한다.
맘 잡고 찾아 보지 않으면 구경하기도 어렵다.
아침마다 새로운 의혹이 포털에 떠 있으면 이것은 또 뭐지? 하면서 가슴을 졸이며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제 정신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짓인가?
좋은 학교 나온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28살 젊은이의 10년 전 5년 전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 들춰가며 한 줄, 한 줄 따져서 문장 그대로 실행 했나 안 했나 따지고 게다가 압수수색으로 쑥대밭을 만들고
10시간 봉사활동했다고? 정말 10시간 다 했나? 10분이라도 딴 짓했는데 10시간이라고 거짓말 한 거 아냐? 이런 수준이다.
학생들의 봉사활동, 체험활동, 표창장이 검찰청 특수부가 조사할 만한 것이었나?
그래...말하는 것처럼 거짓이고 가짜로 했다고 치자.
법무부장관이 될 사람은 그 딸이 아니다. 28세 젊은이가 아니다.
정말 현타가 왔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이런 거지같은 일에 왜이렇게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지?
평소 이런 일에 관심도 없고 조국이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쯤 했으면
'그냥 법무부 장관 시켜줘라...이렇게 두들겨 맞고도 그렇게 하겠다잖냐...이제 고마 해라...지겹다..징그럽다...' 할 것 같다.
이제는 확실해졌다.
모든 언론에서 떠드는 의혹은 100퍼센트 사실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겠다.
이제는 맘 졸이지도 않겠다.
단독, 속보를 단 의혹제기는 이제 확인할 필요도 없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광기에서 냉정을 찾으려는 목소리는 1퍼센트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니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
정말 이런 에너지를 모으면 태평양 한 가운데 새로운 국가도 건설하겠다.
누군가 그러더라...검찰이 봉사활동 압수수색할 시간에 차라리 인형 눈깔 붙이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다들 자기가 잘못 먹은 약기운에서 빨리 깨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이 광기에서 빠져나와 이성을 찾는 목소리가 0.1퍼센트라도 언론매체에서 흘러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나와 비슷한 순간에 어준이도 현타가 왔나보다.
'[단독] 조국 딸 받은 동양대 총장상, 총장은 준 적 없다'
어제자 중앙일보 기사 제목입니다.
조 후보자 딸이 총장상 받았는데 내역 확인이 되지 않는다. 총장은 준 적 없다고 한다.
사문서 위조에 대학원 합격 취소 사안일 수 있다. 그런 주장입니다.
총장상 - 거창해 보이려고 갖다붙인 프레임이고 - 실제 벌어진 일은 조 후보자 딸이 대학생 시절 동양대에서 중고등학생 영어 봉사활동을 하고 봉사상 받았는데 관련 대장의 보존 기간이 5년이 넘어서 기록은 없지만 동양대 교수로 있는 모친이 봉사상을 위조한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해 동양대 총무복지팀장은 "봉사상이나 각종 상 등은 워낙 직인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대장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야기고 검찰은 또 이것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특례입학, 포르쉐로 시작해 고등학교 내신등급까지 나오더니 이제 봉사상이 등장해 이게 또 무슨 소리인지, 사실 관계를 여기저기 알아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조국 당사자의 고등학교 자기소개서 진위를 검증하겠다고 온 언론이 덤벼도 웃길 판인데, 온 언론이 후보자 딸의 고등학교, 대학교 자기소개서 한줄 한줄 따지면서 국가 존망이라도 걸린 양 비장한 톤으로 비판하고 그걸 또 확인하겠다며 대한민국 검찰 특수부가 압수수색하는 장면들.
'대체 이게 무슨 미친 짓들인가?'
앞으로도 모든 공직자 후보 자녀들의 고등학교, 대학교 봉사활동, 인턴활동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 할 겁니까?
현재 공직에 있는 사람들도 그런 기준으로 다 적용할 거예요?
공직자인 검사 자녀들도 다 그렇게 할 겁니까?
아니면 오로지 조국 후보자의 딸만, 이번 한번만 그래야 하는 겁니까?
왜 그래야 하는 거죠?
자신들이 질렀던 것이 맞아야 하니까, 그러려면 조국은 반드시 나쁜 놈이 되어줘야 하고, 그 딸은 실력이 없어야 하니까, 그 알량한 자기들 면들 좀 지켜보겠다고 최고 교육을 받은 전문 집단들이 한 젊은 학생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하고 가혹해야 하는 겁니까?
자기가 맞다는 것 보여주려고 공적 권력을 이렇게까지 휘둘러야 하는 겁니까?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건 어른들 당신들이예요.
학생 자소서 뒤지는 거, 앞으로도 하고 싶으면 하시는데 그런데 제발 그 근엄한 표정은 그만 좀 지으십시오.
지구를 구하는 줄 알겠습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