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서울 나들이 피로가 가시지 않았는데 또 서울에 다녀오게 되었다.
딸아이가 올 봄 서울시 공모전에 당선되어 지금까지 개고생(?)하며 준비해 온 공공미술을 오픈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사진으로 봐도 되지만 그래도 또 기분 나쁠 때 꼬투리 잡아서 뭐라뭐라 할까봐 다녀왔다.
시끌벅적한 젊은 거리, 신촌에서 전시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맥주 축제를 한다고 난리....주말이라 거리는 혼을 쏙 빼 놓았다.
전시의 주제는 '기묘한 휴식'이었다.
직장인들의 휴식을 위한 것이라 해가 지면 더 멋있다고....
전시 한 편에서는 예쁘게 만든 스티커에 '휴식이란? ' 휴식의 정의를 써서 붙이는 곳이 있었다.
딸아이와 함께한 친구들이 용가리와 나에게도 하나 써서 붙이라고 했지만 부끄러워서....ㅎㅎ
보통 휴식이라고 하면 육체적인 휴식은 육체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놔 두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들 많이 한다.
솔직히 그렇게 몸을 가만히 두면 어느정도 회복이 된다.
그런데 정신적인 휴식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다른 것을 하게 되면 그것은 그저 정신적인 피곤함을 회피하는 것이지 휴식은 아니라는....
빨래를 해서 몸이 힘들다고 청소를 하는 것과 비슷?
그래서 정신적인 휴식을 하려면 차라리 오감에 몸을 맡기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내가 의도하거나 예측하거나 계획하지 않은 오감을 사용하게 되면 그것으로 정신적인 휴식이 된다는 것.
첫 번째 방은 그 방에 들어가 움직이면 그저 내가 움직이는 것에 따라 종소리가 들린다.
한 발, 한 발 움직이면 머리, 어깨, 팔, 무릎 등이 스치는 곳에서 나도 모르는 종소리가 들린다.
종이 매달린 천 조각이 스치며 촉감을 느끼고 여기 저기서 들리는 종소리가 청각을 울린다.
그렇게 본능적인 감각으로 머릿속을 쉬게 하는 휴식? 뭐 대충 이런 것 같다...ㅋㅋ
두 번째 방은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고 드라이아이스 연기와 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조명에 따라 마치 바닷물에 몸에 닿는 느낌이 나게 했다.
연기와 조명, 즉 시각으로 바닷물이 닿는 촉각을 느끼게 하려고 한 것 같다.
역시 예상치 못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있었던 시간은 짦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많이들 찾았다.
밤이 되면 전시물 정리하고 다시 다음날 오픈하고 수업도 들어야 하고,서로 돌아가며 전시장도 지켜야 하고...
7,8개월 간 힘들었던 여정이 이제 끝나겠구나 했는데 10월에 서울시 측에 보고하는 전시를 또 해야 한단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단 팀원들을 끌고 가는 것이었고, 그다음은 공무원들을 상대로 일을 하는 것이었단다.
'공무원들은 자기 책상에서 내려오면 사람으로 변신한대...'
내가 웃으며 말해 줬다. ㅋㅋㅋ
지리산에서 서울까지 가서 게다가 그 복잡스러운 신촌 바닥에서 시간을 보냈더니 기가 다 빠진 것 같았다.
에너지를 좀 축적해서 갔더라면 복잡스러운 신촌 바닥을 즐겼을 것이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맛난 것 먹으러 가자!
서울 가서 가장 좋은 일. 맛있는 저녁과 그에 어울리는 반주.....
딸아이 어렸을 때부터 친정 아빠와 온 식구가 함께 자주 갔던 음식점으로 갔다.
아빠 돌아가시고는 한 번도 가지 않았었다.
그 음식점은 지금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넓은 방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먹었던 곳도 전부 의자 테이블로 바뀌었다는 것.
입구에 커다란 가마솥 세 개가 펄펄 끓고 있는 것도 똑 같았다. 30년도 넘게 그렇게 끓고 있었겠지....하여간 오래된 집이다.
꼬리찜과 도가니탕을 주문했다.
즐기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먹고 싶었다.
게다가 아빠 돌아가시고는 용가리나 나도 고깃국물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라 따로 먹으러 갈 마음을 내지 않았었다.
가끔 생각이 났지만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지리산 내려온 후 이런 종류의 음식은 한 번도 먹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음식은 잘 하는 집에 가서 먹어야 한다'는 그런 시답잖은 생각(사실 모든 음식은 잘 하는 집에 가서 먹는 게 당연히 좋은거 아님?)때문에 꼭 추억 속에 있던 그 집에 가야만 했다.
그 집에서 가장 비싼 꼬리찜을 호기롭게 시켜서 영롱한 빛을 발산하는 소주 한 잔과 함께 건배를 외치며
꼬리 한 점을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런.데....빠직!
고기 안에 작은 뼛조각이 있었던 것이다.
그 작은 뼛조각이 예전에 충치치료 해 놓았던 곳을 강타해 어금니 한 쪽이 깨져버렸다.
아....그때부터 꼬리찜이고 뭐고 완전 우울모드......
그래도 한 쪽으로 먹는다고 몇 점 꿋꿋하게 먹기는 했지만 기분이 영 말이 아니었다.
올 봄 난생 처음 신경치료 하느라 고생하고 그 뒤에도 치아 전체가 난리도 아니어서 고생했었는데...
사실 나는 이빨부심이 있었다. 나 혼자 내 치아가 엄청 튼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딱딱하고 질긴 것도 잘 씹어 먹고 이가 아프거나 하지도 않았었다.
봄에 한 신경치료도 딱딱한 것 씹다가 이에 금이 가면서 하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욱신거리는 치통을 경험했다.
그때 용가리는 그럴 줄 알았다며 핀잔을 줬다.
'숏다리, 오징어 같이 그 딱딱한 걸 그렇게 먹고 엿이나 사탕도 그렇게 우적우적 깨 먹더니...
내가 너 그렇게 먹으면 이 다 나간다고 그랬지? 니 이는 튼튼해서 괜찮다며? 쯧쯧쯧....'
이번 이가 아프면서 찬찬히 보니 양쪽 어금니는 모두 충치치료를 해서 멀쩡한 어금니가 없었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그런 부심이 있었는지....
봄에 신경치료하면서 보니 살짝 금이 간 치아들이 많다고 의사가 주의를 줘서 나도 조심조심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ㅠㅠㅠㅠㅠ
어금니가 쪼개지면 뽑는 수밖에 없다는 인터넷 정보를 찾아보고 더욱더 근심걱정이 커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주말이어서 당장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이 나이에 벌써 임플란트를 해야 한단 말인가....ㅠㅠ
월욜 떨리는 마음으로 읍내 치과에 갔다.
다행스럽게도 어금니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순간 너무 기뻤다.
이런 저런 치료를 해야 한다고....그래도 이를 뽑지 않은 것이 어디냐....
당분간 술도 못 마시고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어야 하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래도 지난번 한 번 해 봐서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봄에 신경치료할 때는 술도 못 마시고 한쪽으로만 씹으니 치아 전체가 아프고 음식 맛도 모르겠고 힘들더니
이제는 여유가 생기고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다.
역시 사람은 경험이 중요하다. 처음과 두 번째는 하늘과 땅차이다. ㅎㅎ
이제는 서울에 한 번 다녀오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처음 서울 갈 때는 별로 힘들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한 번 다녀오면 회복하는데 며칠 걸린다.
이번에는 어금니까지 깨먹고 왔으니 더 힘들었다.
그런데 어제는 11시간 짜장면 압색이라는 기막히고 욕나오고 부들부들 떨리는 소식까지 듣고나니
육체적 피로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에휴.....
진정한 권력 집단인 검찰, 판사, 기자 이 세 집단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죽을 것 같다.
'조국이 계백처럼 처자식 목 베고 법무부장관으로 나가야 했냐? 이 개xx들'
용가리가 소리쳤다.
정말 계백장군이 이해가 된다.
적에게 인질로 잡혀 능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계백장군의 목숨을 건 전장 출전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조국의 법무부장관 지명은 목숨을 건 출정식이었다.
이 싸움은 언제까지 해야 할까....
긴 싸움이 될 것 같다. 지치지 말아야 할텐데....지치지 말자.
모두에게 막간을 이용한 '기묘한 휴식'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