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품에 변화가 생겼다.
급작스럽게 땀이 흐르고 덥다가 급작스럽게 오슬오슬 추워지는 갱년기 아줌마의 증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제 좀 잠잠해질 때도 되었는데 이번에는 꽤 오래간다. 작년 말 겨울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아직도...ㅠㅠ
자다가 부채로 진정을 시켰는데 갑자기 다락에 처박아 두었던 손선풍기가 생각났다.
은행에서 사은품으로 준 것이었는데 별 쓸모가 없어서 다락에 두었던 것이다. 버리지 않기를 잘했다.
자다가 몇 번은 이 선풍기로 진정시키고 있다. 요 선풍기를 생각해 낸 내가 기특하다. ㅎㅎ
그리고 마을 보건소에서 받아 온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이 추가되었다.
거의 매일 텃밭이나 집 근처 비탈 땅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니 조심한다고 해도 이름 모를 벌레에 물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이번에는 오디 딴다고 뽕나무에 매달려 있어서 그런지 왼쪽 팔다리가 거의 멍게 수준이다.
100군데 이상 물린 것 같다.
용가리는 그렇게 물릴 때까지 뭐했냐고 하지만 참으로 이상한 것이, 물리는 줄 모르게 물렸다.
물리면 바로 따끔하거나 뻐근하게 느낌이 올 때도 있다. 그러면 그 자리가 바로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처럼 별 느낌이 없었는데 나중에 가렵고 부풀어 오르는 경우가 있다.
오디 따고 줍고 풀 뽑고 할 때도 전혀 모르다가 샤워할 때 조금 가려운 느낌이 있었다.
물린 자국도 없고 부풀어 오르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자다가 새벽에 너무 가려워서 일어나 보니 하나 둘 부풀어 오른 자국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게 생겨나더니 아침에 보니 팔과 다리가 멍게처럼 되어 있었다.
용가리가 놀래서 보건소에 가서 약을 받아왔다. 그러면서 잔소리....
'넌 겁이 너무 없다. 조심성이 없다. 그러다 큰일 난다...'
나도 전에는 모기 정도 물리는 것은 신경도 안 썼는데 간청재에 오고 난 뒤에는 정말 알 수 없는 수많은 벌레들이 있어서 조금 긴장하는 편이다.
벌레쯤이야... 하던 기개가 조금 꺾였다고나 할까? ㅋㅋ
작년에는 용가리가 얼굴에 한 방 물렸는데 거의 얼굴 반쪽이 부어 올라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한 동안 고생했다.
보건소에서 바르는 약과 먹는 약도 줘서 먹고 바르고 했었다.
나도 귀를 한 방 물렸었는데 한쪽 귀가 2배가 되었었다. ㅎㅎ
긴 팔에 긴 바지 입고 팔토시 하고 장갑 끼고 장화 신고 목에는 수건 두르고 모자 쓰고 얼굴도 가리고 눈만 보이게 하는데 벌레들은 기가 막히게 빈 틈을 파고든다.
용가리는 모자 쓴 그 라인을 딱 물렸었다.
그리고 옷을 입어도 그 정도는 뚫고 무는 것 같다. 그러니 팔다리가 이 모양이 되었지....ㅠㅠ
가뜩이나 시도 때도 없이 열이 오르고 땀이 나서 밤잠을 설치는데 벌레 물린 곳 때문에 더 괴로워 아침 컨디션이 영 아니었다.
오전 커피 마시고 하루 종일 마루에서 책 보며, 휴대폰 보며 뒹굴었다.
짜증 나고 조금은 우울했던 기분이 나아지는 듯....
예전에는 머리만 붙이면 잠이 들었다. 용가리는 결혼하고 나처럼 빨리 잠드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불속에 들어가자마자 뭐라고 말을 걸면 벌써 맛이 갔다고...ㅋㅋ
직장에 다닐 때도 아침에 일어나 화장하면서 침대를 바라보곤 했다. 저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가지면서...
어떤 때는 정말 눈 한 번 감았다 뜬 것 같았는데 벌써 아침 알람이 울려서 눈물이 날 뻔했다. 너무 억울해서 ㅠ
그런데 지금은 밤새 땀 흘리고 춥고.. 꼼지락거리고 책도 읽었다가 휴대폰 만지작거리다가 잠깐 잠도 자고...
이번 땀나는 시즌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뭐 지나가기는 하겠지....
늙어가는 것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밥 숟가락 놓을 때가 오는 걸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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