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가 이제야 왔다'
어제 엄마와 통화하면서 엄마가 한 이야기다.
무슨 카드?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증!
연명치료를 받지 않으려면 사전에 등록해 놓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엄마는 여기저기 물어물어 등록했다는 친구분과 함께 공단으로 찾아가 등록 절차를 하셨다.
그리고 한참 후에 카드가 도착한 것이다.
이제 지갑에 항상 넣고 다니신다 하였다.
휴대폰에 은행 앱을 깔아서 아주 편하다고 자랑하신다.
구청에서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에 꼬박꼬박 신청하셔서 주민센터 민원 안내, 스쿨존 교통안전 캠페인? 등등
일주일에 두 세 번 출근하신다.
소소한 용돈도 벌고, 몸도 움직이시고, 사람들과 소통도 하게 되니 꽤 만족하신다.
그렇게 들어오는 수입(?)을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은행에 가기가 번거로워 은행 앱을 까셨단다.
은행 가서 일 보고 직원에게 부탁하니 친절하게 깔아 주시고 사용법도 알려 주셨다고...
주변 할머니들에게 편하고 좋으니 이용하라고 알려 주신단다.
며칠 전 백신주사를 맞으셨단다.
사람들이 주사 맞고 아플 거라며 하도 겁을 줘서 타이레놀 사놓고, 밥도 미리 해 놓고, 김치찌개도 끓여 놓고 주사 맞으러 가셨단다.
다행스럽게 주사 맞으신 팔이 좀 아프고 크게 근육통이나 몸살 기운은 없이 지나가셨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
'나보다 나이도 많아 보이지도 않던데 식구들 주렁주렁 달고 와서 주사 맞더라... 주사 맞으러 오는데 무슨 부축은..
그러니 더 구부정해 보이고 나이 들어 보이지.'
3월 초 아빠 보러 납골당 갔을 때 엄마를 봤다.
납골당 들어가려면 큐알코드나 방명록 절차가 있었다.
우리는 큐알코드, 엄마는 방명록.
엄마가 납골당에서 아빠 보고 난 후 큐알코드 찍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셨다.
엄마는 수첩을 꺼내고 형부가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것을 순서대로 적었다.
그리고 몇 번 연습해 보셨다.
엄마는 독거노인이다.
아빠 돌아가시고 오래 사시던 곳에서 이사도 하셨다.
처음에는 청담동 사모님에서 못 벗어나 힘들어하시고 내 속을 뒤집어 놓을 때도 많았다.
나는 성질이 못되서 그럴 때 엄마를 토닥거리지 못하고 오히려 팩팩거렸다.
지금도 가끔 그러실 때가 있고 나도 역시 아직도 팩팩거린다.
엄마는 평생 저쪽당만 찍었었는데 이번에는 오세훈 나쁜 놈이라며 박영선 찍었다고 하셨다.
물론 내가 살짝 밭을 갈기도 했다. ㅎㅎ
엄마는 1938년생이시다.
엄마에게 한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우리 엄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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