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청재로 이사 오기 전까지 강남에서 살았다.
경제적으로도 부족하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언제나 눈치보며 살았다.
큰소리치며 살지 못했다. 그리고 외로웠다.
나는 민주당 지지자다.
투표권을 가진 이후로는 한 번도 저쪽 당을 찍어본 적이 없다.
딱 부러지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을 때에도 재야 민주인사를 찍었었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이라도 저쪽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면 절대 찍지 않을 것이다.
주위의 냉소를 견디며 양쪽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조마조마하게 지내며 그렇게 지지했다.
어딜 가도 저쪽당 지지자들은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이쪽 정부 욕하고 다닐 때도 나는 그저 속으로만 부글거리며 자리를 피했었다.
김대중 노무현 두 번의 대선에 승리하고도 마음은 항상 조마조마했다.
선거에 이겨서 맘 편하게 큰소리친 적이 없다.
그러면서 광화문 광장에도 나가고 서초동 거리에도 나가고 여기저기 후원도 하고 마음 졸이며 응원했다.
촛불 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국민들 대부분이 참여한 촛불 혁명이었기에 이제 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숨죽이고 조마조마하게 눈치 보는 지지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남에서 이사온 곳이 지금의 서부경남이다.
언제나 빨간 색 플랜카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곳이다.(어쩌다 빨간색이 저쪽 색이 되었지? 빨갱이 타령하던 무리들이... 어처구니가 없다)
여전히 주변에 동지는 없다. 여전히 외롭다.
첫 발령 받은 학교도 강남의 중학교였다.
내 동기들은 남부 쪽으로 많이 가서 다양한 모임과 활동으로 동지애를 느끼고 있을 때
내가 발령 받은 곳은 신규가 딱 두 명.
게다가 전교조 조합원도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나는 물어물어 합법화되기 이전 전교조에도 가입하고 동지 없이 집회에도 나갔다.
혼자 가기 싫어서 상관도 없는 용가리를 끌고 갔다. ㅎㅎ
당시 용가리는 자동차회사 연구원이었다.
그때도 참 외로웠다.
생각해 보면 항상 나는 왕따 같은 기분으로 살았었던 것 같다.
출신이 강남이니 어딜 가도 좀 특이한(?) 눈길을 받았다.
시민주권에 가입하고 행사가 있었다.
이해찬 전 대표와 간단한 산행도 했었는데 그때 용가리 딸아이도 함께 갔다.
뒤풀이 막걸릿집에서 간단하게 소개를 하는데 우리 가족을 강남에서 왔다고 따로 소개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강남에서 오셨네~~ 와~~ 하는 것이다.ㅠㅠ
나는 언제나 주변에서 동지를 만나기를 애타게 찾았던 것 같다.
예전에 선배가 그랬다.
이쪽 사람들은 항상 조심스럽고 아웃사이더라 조금만 낌새를 보여도 반색하며 화답한다 하였다.
처음 간청재 와서 스카이라이프 설치할 때 오셨던 아저씨가 생각난다.
노인들이 많으니 채널 세팅을 해 주는 것이 일상인 것 같았다.
선호채널을 세팅하는데 종편 뉴스 채널을 다 건너뛰라 하니 '저쪽은 아니신가 봐요?' 하시는 거다.
우리는 반색하며 당연하죠... 하니 이곳에서 20년 넘게 민주당 지지자로 살고 있다고 엄청 반가워하시는 거다.
그때 용가리와 나, 그 아저씨는 서로들 살짝씩 감동했다.ㅎㅎ
나는 왜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술 먹다가 너무 열 받고 화가 나서 여기다 투덜거린다.
일제 강점기 임시정부와 조선총독부 기관지가 생각난다.
임시정부도 내부에서는 계파싸움도 있었고 독립자금 착복도 있었다.
권력암투도 있었고 지리멸렬할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조선총독부를 지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나라 언론은 회생불능이다. 완전 맛이 갔다.
게다가 포털이 도와주니 조선총독부 기관지보다 더하다.
그리고 양쪽 모두 비판하는 사람들..... 그러면 좀 자기가 똑똑해 보이나?
내 할 말은 많지만.....그냥 띠발이다....
내 죽기 전에 마음 졸이지 않고 드러내 놓고 지지하며 더 높은 가치의 정치를 실현하라고 주문하는 그런 날이 올까?
오늘 엄나무순 살짝 데쳐 한 잔 했다.
그래도 봄인데 순은 따서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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