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과 상관없이,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봄은 왔고 또 가고 있다.
감자를 심고 나머지 밭이랑을 만드느라 며칠 땅을 팠더니 온 몸이 다 욱신거린다.
아직 밭을 세 이랑 더 만들어야 하고 마당에는 벌서 풀이 많이 올라와 버렸다.
엊그제 비 소식이 있어 일은 못하니 바람이나 쐬고 오자...
바다 뷰가 좋은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돌아오는 길 회도 떠왔다.
비가 내리려는지 날도 꾸물거렸는데 집 밖을 나서니 오히려 해가 난다.
해안 도로 따라 돌다가 잠시 내려 바닷바람도 실컷 맞았다.
바닷길 따라 돌다가 우연히 창선도에서 왕후박 나무를 만났다.
500년도 훨씬 넘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쉬어 간 나무. 갑자기 이순신 장군이 반갑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에서 / 최영미
오랜만에 나가서 사람 무리를 보고 오니 속에서 부아가 치민다.
그래 2번 찍어서 좋겠다...
점점 무뎌지겠지만 당분간 꽃과 나무, 하늘만 봐야겠다.
다른 곳은 벌써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목련도 활짝 피었지만
간청재 마당은 아직 매화가 한창이다. 할미꽃도 소곤거리고...
봄비 몇 번 내리니 뒷마당 버섯들도 고개를 내민다.
당분간은 얘네들하고만 놀아야겠다.
그리고 봄 도다리회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