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스러운 일들이 일단락된 듯하다.
대통령의 퇴근길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같은 경남 도민이 된 기념으로 용가리와 마중 나갔다.
여기서 양산 평산마을까지는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마을 들어가는 길도 좁고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 두어 시간 일찍 도착해서 임시 마련된 주차장에 주차하고 30분 정도 걸어 들어갔다.
평산 마을회관으로 가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보인다.
경찰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니 맞게 가는 것 같다.
걸어가면서 맑은 하늘에 무지개가 뜬 것을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하늘을 보며 사진을 찍어서 '뭐지?' 하면서 봤더니 완전 동그란 무지개가 있는 것이다.
나는 동그란 무지개를 평생 처음 봤다. 우와 ~~~
다시 보니 무지개가 두 개다. 쌍무지개. 또 우와 ~~~~
걸어가면서 왠지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졌다.
마을회관 앞에는 펜스를 치고 이미 앞자리는 기자들이나 기타 등등이 차지하고 길가 쪽으로도 앞자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충 자리 잡고 한 시간 넘게 서서 기다렸다.
풍선에 귀여운 머리띠며 꽃까지 붙여서 손수 만든 플래카드까지.... 나도 뭐 만들어서 들고 올 것을..ㅠㅠ
빽빽하게 자리 잡은 곳에서 사람들이 실시간 중계해 준다.
'통도사 역에 내리셨대요~' 유튜브 생중계로 기차역 연설도 같이 볼 수 있도록 휴대폰을 보여 준다.
그 와중에 꽃다발 아기들과 마을 주민, 통도사 스님들이 리허설을 하고 방송 점검을 했다.
갑자기 경호팀이 펜스 앞으로 깔리고 무언가 웅성웅성... 회관 앞으로 까만 차가 들어왔다.
소리 지르고 손 흔들고... 그런데 경호원팀만 내렸다. 아니네...ㅠㅠ
그 뒤로 들어온 까만 차에서 대통령 내외분이 내렸다.
우와~~~ 사람들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있는 곳에서는 대통령 뒤통수만 보이고, 그것도 경호원과 기타 등등의 사람 속에 파 묻혀서 잘 찾기도 어려웠다.
그나마 김정숙 여사님이 한복을 입고 있어서 그 옷자락만 따라갈 뿐이었다.
사람들과 인사하고 꽃다발 받고 마이크 잡으시고 전입신고한다는 간단한 말씀을 주실 때도 그저 보일 듯 말 듯한 뒤통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올라가시는 순간 우리가 있는 쪽 어떤 목청 큰 사람이 '여기 좀 봐 주이소~~ 여기도 사람 있습니더~~' 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걸어가시면서 이쪽을 보고 손 흔들어 주셨다.
사진 찍으려고 계속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혹시 악수라도 할까 싶어 엄청 손 흔들고 소리 지르느라 사진 못 찍었다.
뒤에 있던 용가리에게 물었더니 '나도 소리 질렀지..'
그래서 내내 뒤통수만 보다 정작 사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그래도 좋았다.
좁은 길을 다시 내려가려니 병목현상이...ㅠㅠ
그렇게 밀리며 내려가다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민주당 주요 의원들과 청와대 있던 인사들이 사람들과 뒤섞여 힘들게 일렬로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다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악수도 하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냥 옆에서 지나쳤는데 '가만 저게 누구더라??' 이러면서 내려왔다.
얼떨결에 임종석 전 실장과 악수까지 했다.
저 정도 인사들이면 찻길로 갈 수도 있을 텐데 일반 사람들과 뒤섞여서 낑낑대며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냥 일반 사람들처럼 평범해 보였다. 그리고 왜 이렇게 다들 키가 작은지(고민정 빼고)ㅋ
다리도 아프고 힘도 들었지만 무언가 속이 시원했다.
엊그제 뉴공에서 김어준이 그랬다.
'걱정은 다음 세대에게 맡기시고 이제 친구 노무현 자주 만나시고 편안하시기를 빕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노무현 대통령이 부른 상록수를 틀어 주는 것이다.
울컥했다.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
양산 가는 길에 봉하마을로 빠지는 곳이 보였다. 간청재에서는 봉하마을이 조금 더 아주 쪼끔 더 가깝다.
그렇게 마음속 대통령으로 생각하고 저쪽 것들은 투명인간처럼 무시하고 보지도 듣지도 말고 살아야겠다.
어쩌다 저쪽 것들 이야기가 들리면 내 영혼이 오염되는 것 같다.
반려견들 돌보며 근처 성당 다니며 통도사에서 차도 얻어 마시며 경로당에도 나가고 농사도 짓고 그렇게 자유롭게 사신다고 하니 평산마을 사람들 왕 부럽다~~ 산책길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 것 아닌감?
우리는 같은 경남 도민으로 만족해야지 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양산 횟집 검색해서 회를 떴다.
오늘 하루를 기념하며 어버이날 딸아이가 보낸 술병을 땄다.
금가루도 들어 있고 불도 번쩍번쩍... 웃김 ㅋㅋ
근데 증류주 35도짜리다. 요즘 독주는 거의 마시지 않아서 두 잔에 혀가 돌아간다.ㅎㅎ
** 또 신기한 일이 있었다.
양산에서 회 뜨러 가서 주차장에 주차했는데 우리 차와 똑같은 차를 봤다.
같은 차 본 것이 뭐가 대수냐 하겠지만 차를 사고 여태까지 (약 7,8년) 한 번도 같은 차를 마주친 적이 없었다.
처음 똑같은 차를 본 것이다. 그때 차주를 봤으면 인사할 뻔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