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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가지 2013/07/10

by jebi1009 2018. 12. 25.


  참이슬에 좋은데이가 보인다. 좋은데이 병을 재활용 한 것인가보다...경상도에서 여기꺼정..신기..ㅎㅎ

오늘 아파트 장이 서는 날이다.
가지 세개와 자두 한 바구니를 샀다.
난 가운데 큰 씨가 있는 과일을 매우 좋아한다. 자두 복숭아 살구 등등...
올해는 복숭아 작황이 좋지 않다니 자두나 열심히 먹어둬야겠다.
올 들어 가지를 처음 샀다.
용가리가 가지를 싫어해서 잘 사게 되지 않는다.
무언가 노력해서 먹을 것을 만들면 다 같이 나눠 먹어야지 안 먹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나의 노력을
기억하지 않을 터라 누군가 먹지 않는 것을 자주 하게 되지는 않는다.
물론 먹고 싶으면 나혼자 해서 먹지만 말이다.....
엄마가 밥 위에 쪄서 무쳐주었던 가지 나물이 생각났다.
밥에 살짝 보랏빛이 물들고 순한 가지 나물이 밥이랑 술술 잘 넘어 갔던 것이...
딸내미를 위해서 가지볶음을 하고 나를 위해서 찐 가지나물을 했다.
밥 위에 찌지는 못하고 따로 쪄냈다.
표고버섯, 새우, 양파를 함께 넣어 볶고 가지나물은 국간장과 마늘 파 청량고추를 넣었다.
그러나 마지막 들기름을 넣을 때 꿀렁 하고 나오는 바람에 가지나물에 들기름이 넘쳤다 ㅠㅠㅠ
뭐라도 한다고 불 앞에 서 있으니 땀 나고 기운 빠지고...
밥 생각은 달아나고 가지 반찬에 술이나 한 잔
인간의 몸은 노동 후에 음주를 부른다.. 생활음주..
딸은 가지반찬 두접시와 밥그릇을 보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반찬이 가지 하나야? (어제는 계란찜)
무슨...두개잖아 가지볶음, 가지나물..
딸내미는 밥과 가지, 나는 소주와 가지...

딸은 내일까지 시험이다.
밥을 먹으며 미친듯이 수다를 떨었다...
밥을 다 먹고 아쉬운 듯이 아..계속 엄마랑 수다 떨고 싶다..나도 술 같은 거 한 잔 하면서..
너는 공부를 하여라..나는 음주를 계속 하마..

밥 먹기 약 두시간 전에 작은 사건(?)이 있었다.
나는 늘어지게 자고 있는데 딸내미가 내 옆에서 왔다갔다 한다.
내가 아주 짜증나는 꿈을 꾸었다고 하자 딸내미는
'엄마 그거 예지몽이야...아마 지금부터 엄청 짜증날거야...나랑 학교에 후딱 갔다오면 안될까..'
내일이 화학 시험인데 화학 교과서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지하철 타고 다녀오라 했다.
딸은 제발 부탁이라며 읍소(?)했다.
'너 학교 가면 그 책 있는거 확실해?'
딸은 자기도 이상하다며 분명 학교 사물함과 책상을 정리했는데 집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단다.
아이고....시험 전 날 교과서 안 가져가는 멍충한 놈이 내 딸년이라니 ㅠㅠ
그때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친구에게 딸내미 화학책이 있다는 것이다.
친구가 자기 것인 줄 알고 가져갔는데 책이 두개였단다...쩝...
집이 강변역이란다..다행이다..도봉구나 강서끝이면 어쩔뻔 했냐..
딸은 친구에게 건대역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다.
강변은 2호선, 청담은 7호선인데 다행히 건대역에서 만나니 서로 두정거장씩만 가면 되는 것이다.
근데 전화통화가 순조롭지 않다.
다시 하고..다시 하고..
물어보니 공부해야 한다고 나가지 못한다나...그리고 엄마가 옆에서 계속 난리를 치고 있나부다...
친구 엄마 때문에 잠시 통화가 중단됐다.
지가 내 책을 가져가 놓고 청담역으로 가져오지는 못할 망정 중간지점에서 만나기는 해야지 나더러 집까지 가질러 오라구?
나는 진정시키며..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니가 을이다. 여차하면 강변까지 가야지 별 수 있냐...
다시 통화를 했다..
친구 엄마가 공부해야 하는데 어딜 가냐며 계속 그러나부다..
그래도 건대역울 주장하며 얼른 튀어나가 만나자며 잽싸게 딸아이는 나갔다.
건대역에서 서로 만나자면 왕복 30분이면 뒤집어쓸텐데 오래 걸렸다.
들어오는 딸아이가 씩씩댔다.
공부 시간 아낀다고 엄마가 데려다 준다고 했단다.
아이고...지하철 역 두정거장이고 거기서 만나면 다시 돌아오기도 쉽고 한데
차로 오면 복잡한 강변 건대 막힐 것이고 또 지하철 타고 가는 사람 밖에까지 나가야 하고...
아니나 다를까 건대역 찜통 같은 역내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십오분 이상 기다렸단다
전화하니 길은 막히고 어디로 나올 것이지 가서 연락할테니 기다리라고 했단다.
딸아이는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계속 기다렸단다.

참 내....잠깐 나와서 지하철 역에서 만나면 됐지..그 엄마는 왜..
그리고 이왕 차 타고 나올 것이면 아예 가져다 주던가..
엄마 차 안에서 엄청 열공했나부다 헐..
그래..그렇게 공부해서 전교 1등 해라..못하기만 해봐라..
좀 뭐라고 하고 오지 그랬냐?

내일 시험 끝나고..일단 오늘은 시험 잘 보라고 하고 왔어..(요 대목에서 딸내미 승!)

야 너도 니 책 못 챙긴 것에 대해 반성해야해..(딸 보다 생각이 짧은 것 같아 찔려하며 괜히 구박함)

그리고 가지랑 밥 먹으며 같이 욕해주고 서로 반성하고 그랬다.

그래도 친구가 착한 거라고..가지고 있으면서도 말도 안 해줬으면 어쩔뻔 했냐..
뭐 어째 그냥 프린트랑 자습서로 공부하고 보는거지 뭐..
맞아..시험 끝나고 몰랐다고 책 내어 놓을 수도 있었을텐데 이렇게 알려주니 고맙지..
그래 니 친구 착한거다 야..

그런데 아무래도 친구 엄마가 자기를 엄청 욕할 것 같으니 나도 욕해 달란다. ㅎㅎ
엄마가 블로그에다 그 엄마 욕해줄게 걱정마..그랬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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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uiya 2013/07/10 21:22

    일본에서는 그렇게 까지 극성스럽게 공부를 하질 않습니다...
    시험이라도 널널하다는... 그래서 선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지요.

    • 제비 2013/07/11 17:10

      너무 극성이라 선생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답니다..
      무결점, 단 0.00001퍼센트의 오점도 허용하지 않는 시험을 위해서 ㅠㅠㅠ

  2. 美의 女神 2013/07/11 10:04

    아이들의 일기를 보는듯...넘 솔직한 일상을 엿보았심다.
    역시...쿨한 제비님을 왜 모두들 사랑스러워 하는지 알듯.... ^^

    • 제비 2013/07/11 18:58

      우리 딸이 그랬슴다
      아빠의 게으름과 엄마의 '인생 별거냐 사는게 다 그렇지..'하는 태도를 물려받아 자기가 1등을 못하는 것이라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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