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은 참 이상하다.
내가 아무리 자리를 잡아 주어도 항상 가장자리나 돌 틈에서 핀다.
화단 흙에서는 잘 피지 않고 경계석이나 마당 자갈 틈에서 핀다.
몇 번 화단으로 옮겨 심었지만 이제는 그냥 놔둔다.
그렇게 피는 할미꽃이 짠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키도 작고 얼굴도 잘 들지 못하는데 그 꼬맹이가 어느 틈에 보면 피어 있다.
튤립과 수선화는 자기 자리에서 잘 자라는데 할미꽃은 그 언저리 마당 돌 틈에서 핀다.
멀쩡하게 자리를 잡아 줘도 싫다는데 할 수 없지 뭐...
12월부터 뒤숭숭하고 산불까지 겹쳐서 마음이 황망해 일할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마당 호수를 연결했다.
예년에 비하면 많이 늦었다.
엊그제 보니 연이 있는 곳이 바짝 말라 있었다.
나는 그저 물이 조금 줄어든 줄 알았는데, 쌓인 낙엽 때문에 몰랐는데 진흙이 손에 닿았다.
이런.... 한창 물이 올라야 하는 아이들이 다들 말라가고 있었다.
정신 차리고 겨울에 걷어 두었던 호스를 꺼내 연결해서 연에 물을 채우고 잎들을 피워내는 모든 아이들에게 물을 주었다.
오이와 단호박, 꽃씨들을 포트에 심었다.
용가리는 이곳저곳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긁어내고 어그러진 돌담을 다시 쌓기 시작했다.
이제 밭갈이가 시작되었다.
삽질을 하고 퇴비를 주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시작되면 시간은 정말 빠르게 간다.
그리고 수건을 바꿨다.
어제 새로 주문한 수건이 도착해 오늘 세탁해 널었다.
쓰던 수건을 새 수건으로 교체했다.
매일 쓰는 물건을 새롭게 바꾸면 새로운 기분이 든다.
이 수건들도 곧 새로움을 상실하겠지만 한동안은 폭신하고 신선한 느낌으로 욕실을 이용할 것이다.
생활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발매트, 수건, 커피잔, 맥주잔, 숟가락, 젓가락.... 소소하게 바꿔 주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금요일 드디어 헌재가 판결을 한단다.
진이 다 빠졌다.
그래도 숨통이 조금 트인다.
여러 가지 불안한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파면 이외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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