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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배꽃

by jebi1009 2025. 4. 8.

마당에 있는 돌배나무 가지를 조금 잘랐다.
나무는 적당하게 가지를 잘라 주어야 하는데 그냥 방치해서 야생 나무와 마찬가지다.
가지를 어떻게 잘라야 할지도 잘 모르고 어느 틈에 훌쩍 커 버려서 사다리를 올라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옆으로 마구 자라난 가지들이 옆 나무도 침범하고 서로 얽혀서, 대충 난해한 것들만 조금 잘랐다.
사다리를 올라 가지를 자르는 일은 정말정말 힘들다.
그리고 사다리를 올라도 손이 닿지 않아 자를 수 없는 가지들이 훨씬 많다. 
잘라낸 가지를 정리하는 것도 무척 힘들다.
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뻗어 나간 가지 하나만 자르려고 했는데 결국에는 사다리를 올라 하루 종일 그 일에 매달리게 되었다.
사실 이 나무가 돌배나무라는 것도 작년에야 알게 되었다.
잎사귀만 가지고 어떤 나무인지 몰랐는데 꽃이 핀 것이다.
그러다 옆 골짜기 스님을 찾아뵈었을 때 그 입구에 있는 나무를 보고는 똑같이 생긴 것을 알고 우리 집 나무도 돌배나무라는 것을 알았다.
꽃도 처음에는 꼭대기 몇 군데만 드문드문 피어 잘 몰랐었다.
그렇게 꽃을 피운 지 2년 정도 되었다.
작년 가을에는 나무 밑에 작은 돌배들이 제법 떨어져 있었다.
 

어제 가지를 잘랐는데 전혀 티도 안 난다.ㅠㅠㅠ

 
 
잘라낸 가지들을 정리하는데 꽃망울이 달린 것들이 많았다.
몇 개 잘라서 물에 담갔더니 오늘 아침에 아주 활짝 피었다.
 
 

어제 오후
오늘 아침
오늘 오후

 
 
배꽃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정말정말 예쁘다.
기특한 마음과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당에는 수선화와 튤립이 피기 시작했다.
 
 

 
 
오늘은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다.
오늘 새벽 바람 소리에 잠이 깨고 씨앗 모종 덮어 놓은 통이 날아갈까 걱정되어 다시 나가 보았다.
돌로 눌러 놓기는 했지만 바람의 세기는 상상을 뛰어넘을 때가 많아서 큰 돌을 다시 올려놓고 들어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작고 여린 수선화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짠한 마음이다.
바람을 핑계로 밖에 나가 일하지 않고 하루 종일 꽃만 보고 있다.
꽃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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