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痛飮大快
  • 통음대쾌
취중진담

생일? 2014/03/03

by jebi1009 2018. 12. 26.


       


3월 1일 아빠에게 다녀왔다.
3월 1일은 아빠 생신이다.
그 날이 삼일절, 국경일 휴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는 생신 아침을 먹으러 모여야 했다.
다음 날이면 개학이라 심신으로 무척 우울한 상태에서 아침을 먹기 위해 모이는 것은 적잖은 스트레스였다.
아침 생신 상에 우리 집에서 당근 술이 빠질 수는 없는일.
그렇게 아침부터 시작된 술은 하루종일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생신 선물도 엄청 잘 준비해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두고두고 갈굼을 당해야만 했다 ㅎㅎ
그리고 모든 명절 다 통틀어서 아빠 생신상이 가장 상다리가 부러지게 마련되었다.
물론 엄마도 아빠의 갈굼을 피해야 했기에....

용가리는 웃기다고 했다.
돌아가신 분 생신을, 그것도 한 해 한 해 생일초 갯수를 늘여가며 챙기는 것이...
뭐가 웃기냐..내 맘이지..
매 해 3월 1일은 노는 날이고 그러면 항상 아침부터 거나했던 생신날 아침이 생각나는걸...
그래서 어쩌다가 일년에 두 번, 생신날과 기일에 찾아가게 되었다.
명절에는 괜히 가기 싫어서 안 간다.

생일 케잌에 초를 켜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아빠의 삶의 동반자 소주, 간식으로 좋아하셨던 양갱이
쥐포는 몇 해 전 오빠가' 아침부터 무슨 쥐포냐..'며 모든 사람들의 구박을 받으며 휴게소에서 산 것인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이제는 으레 휴게소에서 사 간다.
아침이라 덜 달궈진 맥반석 돌이 달궈지기를 기다리며.. ㅎㅎ

오빠는 아직도 운다...
효자인가보다..
난 안 운다..

바람처럼 살기를 원하셨고 바람처럼 떠나셨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아빠가 좋아하셨던, 수많은 책 뒷장에 가장 많이 남겨 놓으신 구절이다....

바람이 분다...나도 살아봐야겠다....




'취중진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추에 빠지다 2014/03/13   (0) 2018.12.26
봄동, 오빠 2014/03/04   (0) 2018.12.26
이상과 현실 2014/01/24   (0) 2018.12.26
고물? 보물? 2014/01/17   (0) 2018.12.26
노란 달력 2013/12/17   (0) 2018.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