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는 나의 관심 밖의 음식이었다.
어렸을 때 엄마는 인삼과 대추를 넣어 푹 끓인 인삼차를 떨어지지 않게 끓여 아빠에게 상납(?)했다.
푹 끓인 인삼과 대추의 잔해들이 항상 넘쳐났는데 그때 대추를 집어먹지는 않았었다.
삼계탕에 들어간 대추도 그랬고 약밥이나 다른 음식의 고명으로 들어간 대추도 골라버리고 먹었다.
대추의 뻣뻣한 껍질이 거슬렸고 대추향도 별로였다.
생대추를 먹은 기억은 없다.
항상 말린 대추만 봤었다.
나이 들어서 생대추를 먹었지만 그냥 그랬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녀가 죽기 전에 대추가 달다며 소년에게 내밀었던 장면을 보고
맛도 없는 대추가 달다고 내밀다니...했었다.
엊그제 지리산에서 이웃 골짜기 스님께서 주신 대추가 한보따리 있었다.
스님은 끓는 물에 대추를 살짝 데쳐 먹으면 대추가 소독도 되고 맛있다 하셨다.
대추는 반짝반짝 좋아 보였다.
술 마시며 안주로 조금 데쳐 먹었는데 그 맛이 상상 이상이었다.
한 50개는 먹은 것 같다.
정말 달고 맛났다.
대추가 원래 이런 맛이었나..아님 이 대추가 특히 맛있는 것인가..
앉은 자리에서 대추를 그렇게 먹어본 일이 없던 터라 신기했다.
술안주로도 딱이다.
그래서 큰 맘 먹고 대추차를 끓여보기로 했다.
맑은 대추차 말고 걸죽하게 끓인 대추차...
대추를 씻어 일단 끓였다.
푸우욱.....
잠시 딴짓했더니 한 냄비 물이 졸아버릴 때까지 푹 익었다.
씨를 발라내고 끓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씨까지 함께 끓여야 더 좋을 것 같아서 통째로 끓였다.
그리고는 대추를 건져내어 씨를 발라냈다.
대추가 흐물거려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푹 고아진 대추는 그냥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맛있었다.
정말 정말 달았다. 단호박과 고구마 중간 맛이 났다...
씨를 발라낼 때 아까워서 씨를 쪽쪽 빨아 먹었다. ㅎㅎ
다음에는 그냥 삶아서 퍼먹어도 되겠다.
씨를 발라낸 대추를 블랜더로 갈았다.
그리고 다시 끓여 체에 걸렀다.
사실 체에 거르지 말고 그냥 거칠게 먹고 싶었으나 제대로 해 보자는 마음에 걸렀다.
뻑뻑해서 잘 걸러지지 않았다.
걸러지지 않는 것은 그냥 내가 퍼먹으려 했으나 체에 구멍이 나도록 벅벅 눌러서 웬만큼 걸렀다.
걸러낸 것을 다시 한 번 끓였다.
대추가 워낙 달아서 아무것도 넣지 않으려 했으나 그래도 몸에 좋은 꿀 한숟가락을 넣었다.
한대접 퍼서 먹으니 달콤하고 향긋하고 온 몸이 따뜻해진다. 정말 맛나다...
비도 오고 날도 으슬으슬한데 이보다 딱일 수 없다.
대추 갖고 씨름하다 보니 용가리가 퇴근하고 집에 온다.
한대접 주었더니 대추차가 아니라 대추죽이란다.
이런 싸구려 입맛 같으니라고...
그래 물 부어 10배로 늘려주마...이런 진국을 몰라보다니...쯧쯧...
걸죽한 대추차를 보니 설님 생각이 난다.
사실 설님 덕에 이런 대추차를 알게 된 것이다.
난 대추에 물 넣어 우려낸 맑은 대추차밖에 몰랐다.
그런데 설님이 이런 대추차를 좋아하신다며 성북동 수연산방에서 먹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옆에 살면 한대접 드릴텐데.....
어쨌든 이제 한동안 대추에 빠져 살 것 같다.
이런 걸죽한 차를 또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술안주로 즐겨 찾을 것 같다. ㅎㅎ
어렸을 때 엄마는 인삼과 대추를 넣어 푹 끓인 인삼차를 떨어지지 않게 끓여 아빠에게 상납(?)했다.
푹 끓인 인삼과 대추의 잔해들이 항상 넘쳐났는데 그때 대추를 집어먹지는 않았었다.
삼계탕에 들어간 대추도 그랬고 약밥이나 다른 음식의 고명으로 들어간 대추도 골라버리고 먹었다.
대추의 뻣뻣한 껍질이 거슬렸고 대추향도 별로였다.
생대추를 먹은 기억은 없다.
항상 말린 대추만 봤었다.
나이 들어서 생대추를 먹었지만 그냥 그랬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녀가 죽기 전에 대추가 달다며 소년에게 내밀었던 장면을 보고
맛도 없는 대추가 달다고 내밀다니...했었다.
엊그제 지리산에서 이웃 골짜기 스님께서 주신 대추가 한보따리 있었다.
스님은 끓는 물에 대추를 살짝 데쳐 먹으면 대추가 소독도 되고 맛있다 하셨다.
대추는 반짝반짝 좋아 보였다.
술 마시며 안주로 조금 데쳐 먹었는데 그 맛이 상상 이상이었다.
한 50개는 먹은 것 같다.
정말 달고 맛났다.
대추가 원래 이런 맛이었나..아님 이 대추가 특히 맛있는 것인가..
앉은 자리에서 대추를 그렇게 먹어본 일이 없던 터라 신기했다.
술안주로도 딱이다.
그래서 큰 맘 먹고 대추차를 끓여보기로 했다.
맑은 대추차 말고 걸죽하게 끓인 대추차...
대추를 씻어 일단 끓였다.
푸우욱.....
잠시 딴짓했더니 한 냄비 물이 졸아버릴 때까지 푹 익었다.
씨를 발라내고 끓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씨까지 함께 끓여야 더 좋을 것 같아서 통째로 끓였다.
그리고는 대추를 건져내어 씨를 발라냈다.
대추가 흐물거려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푹 고아진 대추는 그냥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맛있었다.
정말 정말 달았다. 단호박과 고구마 중간 맛이 났다...
씨를 발라낼 때 아까워서 씨를 쪽쪽 빨아 먹었다. ㅎㅎ
다음에는 그냥 삶아서 퍼먹어도 되겠다.
씨를 발라낸 대추를 블랜더로 갈았다.
그리고 다시 끓여 체에 걸렀다.
사실 체에 거르지 말고 그냥 거칠게 먹고 싶었으나 제대로 해 보자는 마음에 걸렀다.
뻑뻑해서 잘 걸러지지 않았다.
걸러지지 않는 것은 그냥 내가 퍼먹으려 했으나 체에 구멍이 나도록 벅벅 눌러서 웬만큼 걸렀다.
걸러낸 것을 다시 한 번 끓였다.
대추가 워낙 달아서 아무것도 넣지 않으려 했으나 그래도 몸에 좋은 꿀 한숟가락을 넣었다.
한대접 퍼서 먹으니 달콤하고 향긋하고 온 몸이 따뜻해진다. 정말 맛나다...
비도 오고 날도 으슬으슬한데 이보다 딱일 수 없다.
대추 갖고 씨름하다 보니 용가리가 퇴근하고 집에 온다.
한대접 주었더니 대추차가 아니라 대추죽이란다.
이런 싸구려 입맛 같으니라고...
그래 물 부어 10배로 늘려주마...이런 진국을 몰라보다니...쯧쯧...
걸죽한 대추차를 보니 설님 생각이 난다.
사실 설님 덕에 이런 대추차를 알게 된 것이다.
난 대추에 물 넣어 우려낸 맑은 대추차밖에 몰랐다.
그런데 설님이 이런 대추차를 좋아하신다며 성북동 수연산방에서 먹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옆에 살면 한대접 드릴텐데.....
어쨌든 이제 한동안 대추에 빠져 살 것 같다.
이런 걸죽한 차를 또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술안주로 즐겨 찾을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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