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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살구 예찬 2014/07/02

by jebi1009 2018. 12. 26.



요즘 살구를 실컷 먹고 있다.
올해 살구가 눈에 많이 보인다. 게다가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다른 해에 비해 살구가 많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내 눈에 많이 띄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살구를 별로 먹을 수 없었던 다른 해에 비하면 아주 횡재했다.
난 살구, 자두, 복숭아 완전 좋아한다.
그런데 이 과일들은 저장성이 떨어지고 나오는 기간도 아주 잠깐이기 때문에 늘 아쉽게 먹었다.
게다가 살구는 자두와 복숭아에 비해 시장에 나오는 것이 더 적다.
내가 특별히 살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맛도 좋고 먹기도 간편하기 때문이다.
자두와 복숭아는 과즙이 흐르는 관계로 먹으면서 손을 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씨앗에 과육이 붙어 먹고 나서 처리도 잘 해야 한다.
그러나 살구는 복숭아처럼 껍질을 까야 하는 불편도 없고 과즙이 흘러 손을 버리지도 않으며
씨앗이 깨끗하게 떨어져 엄청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탐스러운 살구가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고 한 보따리 샀다.
그리고 잠깐 먹었는데 씨앗을 세어보니 14개....
딸내미가 보더니 '엄마 이제 그만! 또 시작이다...또 시작..' 이런다.

  저기 보이는 살구 씨앗이 14개, 그 후로 나는 11개나 더 먹었다..음하하하..


살구를 먹을 때 홈이 있는 부분을 손으로 쪼개면 이렇게 깨끗하게 떨어진다. 씨앗에 붙는 것도 하나 없고 깔끔한 씨앗 하나만 버리면 끝.


나는  한 번 꽂혀서 먹기 시작하면 잘 멈추지 않는다.
전에는 생땅콩 볶아 먹는 재미가 들려 땅콩 1킬로를 야금야금 먹다가 배 아파 죽는 줄 알았다.
생땅콩을 사서 전자렌지에 1분, 꺼내서 한 번 섞어서 또 1분, 그리고 냉동실에 넣었다가 먹으면 정말 맛있다.
굳이 냉동실에 넣지 않고 그냥 식혀도 되는데 빨리 먹으려고 냉동실에 넣었다.
더 과거로 거슬러 가자면 김장배추를 하도 집어 먹어 '물고 다니는 가시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인가...아님 초딩 1, 2학년 정도?
어쨌든 김장할 때 절인 배추가 무지 맛있었다.
그때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어서인지 그냥 절인 노란 배추를 집어 먹었는데
하루 종일 배추를 물고 다닌다고 '물고 다니는 가시내'가 되었다.
좀 커서는 속 넣은 배추를 좋아해서 김장하는 날이면 배추 한 통은 먹었던 것 같다.
당연히 속이 아프고 똥꼬가 아팠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그때 '짱구'과자가 처음 나왔을 때인데 짱구 한 봉지를 가지고 서로 먹겠다고 언니 오빠와 싸웠다.
먹을 것을 가지고 싸운는 것은 용서 못한다는 아빠 덕에 우리는 짱구 한 상자를 받았다.
단, 그 한 상자를 앉은 자리에서 모두 먹어 치워야 했다.
먹을 것을 가지고 싸운 '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로 교육적이지 못한 방법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울면서 짱구를 먹어야 했고 몇 봉지 먹지 않아 항복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남은 짱구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다시는 짱구를 서로 먹겠다고 찾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울기는 했지만 짱구가 맛있었다. 그리고 나만 끝까지 먹었다.
한 동안 짱구를 먹지 않았던 언니 오빠와는 달리 나는 남은 짱구를 잘만 먹었다.

요즘은 웬만한 과일들은 일년 내내 볼 수 있다.
제철 과일이며 제철 채소가 별 의미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철에 나는 먹거리를 먹는 즐거움은 놓칠 수 없다.
그것이 아주 잠깐일 때는 더 맛나고 아쉽다...

요즘 감자 맛도 장난이 아니다.
결혼할 때 전기밥솥을 장만한 이래로 줄기차게 밥만 해 먹었으나 이제 다른 기능에도 눈이 떠
감자나 고구마를 찔 때 아주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지난번 달걀도 쪘다.
만능찜 기능이 있는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더운 여름에 감자를 통째로 삶으려면 집안이 다 후끈거린다.
게다가 익었나 찔러봐야 하고 또 잠시 방심한 사이에 그 많던 물이 다 졸아 붙어 냄비를 태우기 일쑤다.
앞으로 단호박이나 밤 삶을 때도 이용해야겠다.
아~ 나는 왜이리 똘똘한거지? ㅋㅋㅋㅋ

사진이 별로 맛나게 나오지 않았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포슬포슬 분이 많이 나는 맛있는 감자...행복..

* 지난번 손가방 뜨고 남은 실들이 굴러다녀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나의 의도와 상관 없이 오로지 굴러다니는 실을 처리하고자  손가방을 떴다.
디자인, 색깔은 단지 실의 분량으로 정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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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uiya 2014/07/24 12:42

    손가방 예쁩니다. 시원스럽고, 리본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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