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계절은 찬란하다.
햇살은 눈부시고 신록은 짙어지고 바람도 기분 좋고 모든 것이 반짝인다.
사람들의 세상에서 새어 나오는 썩은 냄새와 상관 없이 자연의 시간은 아름답기만하다.
바로 위층집 베란다 밖에 내걸린 에어컨 실외기 뒤 틈새로 까치가 물어다 만들어 놓은 새집(?)이 보인다.
이사온 집 베란다 창문으로 까치가 날아드는 것이 보인다.
집 안으로 들어올 것 같아 어떤 때는 창문을 열기가 무섭기도 하다.
우리집은 9층이다.
베란다에 나가 멍 때리고 있다 무심코 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위층 에어컨 실외기 뒤로 새집(윗집에 가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밑에서 보니 새집처럼 보임)이 있는 것이었다.
그제사 까치들이 왜 우리집으로 돌진하듯이 날아드는지 알게 되었다.
위층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알고도 내버려 두는 것일까 아니면 모르는 것일까...
신기하고 기특한 일일까 아니면 난감한 일일까...
저런 모자와 저런 옷은 어디서 구했나몰라...
딸아이가 체육대회를 했단다. 파김치가 되어서 돌아왔다.
너도 뭐 하는 것이 있냐고 했더니 나름 자기가 에이스란다.
계주 대표 빼고 전 종목 대표 출전이란다.
난 체육대회가 제일 재미 없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땡볕에 앉아 있던 기억밖에 없다.
체육대회 경기와는 내 몸이 맞지 않았다.
세상에서 공이 제일 무서웠으며 달리기는 백미터 21초 기록에
달리는 폼도 너무 이상해서 사람들이 내가 달리는 것만 보면 웃어댔다.
딸아이 가방에서 이상한 색동저고리와 우산 같이 생긴 모자가 나왔다.
응원복장이란다. 아이들은 귀엽고 싱그럽다.
그날이 생각난다.
난 용가리와 딸아이를 데리고 안과에 갔다.
딸아이 렌즈 처방 때문에 토요일 오전 안과에 간 것이다.
용가리는 주차 때문에 차 안에 있고 나와 딸아이는 병원 안에 있었다.
용가리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안 끝났어 좀 더 있어야 해..'
'그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사고가 났대... 돌아가셨다고도 하고 ...이게 무슨 일이야..'
차 안에서 디엠비를 보고 있던 용가리가 전화한 것이다.
5월 23일 토요일 9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봉하마을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 조금 잠잠해지면 봉하에 내려가 얼굴 한 번 보려던 내 계획은
그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대신 그의 무덤을 보러 봉하에 가게 되었다.
그랬다....
오월은 정말 찬란한 계절이다....
그 오월에
곽재구
자운영 흐드러진
강둑길 걷고 있으면
어디서 보았을까
낯익은 차림의 사내 하나
강물 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염색한 낡은 군복 바지에
철 지난 겨울 파커를 입고
등에 맨 배낭 위에
보랏빛 자운영 몇 송이 꽃혀
바람에 하늘거린다
스물 서넛 되었을까
여윈 얼굴에 눈빛이 빛나는데
어디서 만났는지 알지 못해도 우리는 한 형제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에
뜨거운 눈인사를 한다
그 오월에 우리는 사랑을 찾았을까
끝내 잊었을까 되뇌이는 바람결에
우수수 자운영 꽃잎들이 일어서는데
그 오월에 진 꽃들은
다시 이 강변 어디에 이름도 모르는 조그만
풀잡맹이들로 피어났을까
피어나서 저렇듯 온몸으로 온몸으로 봄 강둑을
불태우고 있을까
돌아보면 저만치 사내의 뒷모습이 보이고
굽이치는 강물 줄기를 따라
자운영 꽃들만 숨가쁘게 빛나고
햇살은 눈부시고 신록은 짙어지고 바람도 기분 좋고 모든 것이 반짝인다.
사람들의 세상에서 새어 나오는 썩은 냄새와 상관 없이 자연의 시간은 아름답기만하다.
바로 위층집 베란다 밖에 내걸린 에어컨 실외기 뒤 틈새로 까치가 물어다 만들어 놓은 새집(?)이 보인다.
이사온 집 베란다 창문으로 까치가 날아드는 것이 보인다.
집 안으로 들어올 것 같아 어떤 때는 창문을 열기가 무섭기도 하다.
우리집은 9층이다.
베란다에 나가 멍 때리고 있다 무심코 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위층 에어컨 실외기 뒤로 새집(윗집에 가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밑에서 보니 새집처럼 보임)이 있는 것이었다.
그제사 까치들이 왜 우리집으로 돌진하듯이 날아드는지 알게 되었다.
위층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알고도 내버려 두는 것일까 아니면 모르는 것일까...
신기하고 기특한 일일까 아니면 난감한 일일까...
저런 모자와 저런 옷은 어디서 구했나몰라...
딸아이가 체육대회를 했단다. 파김치가 되어서 돌아왔다.
너도 뭐 하는 것이 있냐고 했더니 나름 자기가 에이스란다.
계주 대표 빼고 전 종목 대표 출전이란다.
난 체육대회가 제일 재미 없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땡볕에 앉아 있던 기억밖에 없다.
체육대회 경기와는 내 몸이 맞지 않았다.
세상에서 공이 제일 무서웠으며 달리기는 백미터 21초 기록에
달리는 폼도 너무 이상해서 사람들이 내가 달리는 것만 보면 웃어댔다.
딸아이 가방에서 이상한 색동저고리와 우산 같이 생긴 모자가 나왔다.
응원복장이란다. 아이들은 귀엽고 싱그럽다.
그날이 생각난다.
난 용가리와 딸아이를 데리고 안과에 갔다.
딸아이 렌즈 처방 때문에 토요일 오전 안과에 간 것이다.
용가리는 주차 때문에 차 안에 있고 나와 딸아이는 병원 안에 있었다.
용가리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안 끝났어 좀 더 있어야 해..'
'그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사고가 났대... 돌아가셨다고도 하고 ...이게 무슨 일이야..'
차 안에서 디엠비를 보고 있던 용가리가 전화한 것이다.
5월 23일 토요일 9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봉하마을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 조금 잠잠해지면 봉하에 내려가 얼굴 한 번 보려던 내 계획은
그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대신 그의 무덤을 보러 봉하에 가게 되었다.
그랬다....
오월은 정말 찬란한 계절이다....
그 오월에
곽재구
자운영 흐드러진
강둑길 걷고 있으면
어디서 보았을까
낯익은 차림의 사내 하나
강물 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염색한 낡은 군복 바지에
철 지난 겨울 파커를 입고
등에 맨 배낭 위에
보랏빛 자운영 몇 송이 꽃혀
바람에 하늘거린다
스물 서넛 되었을까
여윈 얼굴에 눈빛이 빛나는데
어디서 만났는지 알지 못해도 우리는 한 형제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에
뜨거운 눈인사를 한다
그 오월에 우리는 사랑을 찾았을까
끝내 잊었을까 되뇌이는 바람결에
우수수 자운영 꽃잎들이 일어서는데
그 오월에 진 꽃들은
다시 이 강변 어디에 이름도 모르는 조그만
풀잡맹이들로 피어났을까
피어나서 저렇듯 온몸으로 온몸으로 봄 강둑을
불태우고 있을까
돌아보면 저만치 사내의 뒷모습이 보이고
굽이치는 강물 줄기를 따라
자운영 꽃들만 숨가쁘게 빛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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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4,5월이면 꼭열병을 앓듯 드러누워 며칠을 지내게 됩니다.
저도 저분이 돌아가신 날을 기억합니다. 토요일..별일없는데도 출근하여 있는데 집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더군요. 노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속보기 떴다고...바로 퇴근하여 집사람과 봉하마을에 갔지만 그분을 뵐수는 없었지요. 그래도 위안이랄가...제가 아는 어느 회사는 꼭 5월만 되면 회사 건물 전체를 덮는 걸게그림을 걸어 추모하더군요. 그분을 지키지 못한 댓가를 이제야 국민들이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가까운 곳에 위안을 주는 어떤 회사가 있네요...저도 그 걸개그림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