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정신 없이 일했다.
땀 흘리며 일했다.
뭐 굳이 보람찬 일은 아니었지만 닥쳤으니 해야 할 일이었다.
지난 달 30일 이사했다. 그리고 연휴가 시작되어 이사한 집 팽개쳐 두고 간청재로 가서 풀과 씨름했다.
다시 올라와서 팽개쳐 두었던 이사 뒷정리를 했다.
이제 겨우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하루도 빠짐 없이 술을 먹었다.
29일 결혼 기념일. 다음날 이사 대비 화이팅 하는 의미에서 동네 작은 초밥집에 가서 생선회와 한 잔을 시작으로
저녁마다 술을 먹었다.
일을 하다 보면 배도 별로 고프지 않고 밥 생각도 없고
그저 맥주나 소주 한 잔하고 몸이 노근해지는 것을 느끼고 싶다.
우리 사회는 정의도 아니고 질서도 아니고 소주가 받쳐준다는 말이 실감난다.
딸아이가 돌도 되기 전에 왔던 집에서 쭉 살았으니 16년 만의 이사다.
이사업체는 16년 전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뭐 업체 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하청에 하청을 주고 계약직 직원이 넘쳐나는 세계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이사하며 제일 힘들었던 것은 사람들의 방문이다.
전화, 인터넷, 정수기, 연수기, 에어컨 등등
시간에 맞춰 사람이 방문하여 일을 보는 것은 여러가지로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일의 처리 정도도 그렇고...
이사업체의 서비스로 진드기 청소를 받게 되었다.
이사 정리가 대충 되어갈 무렵 침대 침구 진드기 청소 방문을 받았다.
무료로 해 준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받았는데 그것이 홈케어 서비스나 청소기계를 팔기 위한 홍보였다.
무려 2시간 반 동안 청소하는 모습을 보아주며 직원의 말을 들어주며 응대를 해 주어야 하는데
직원이 가고 나서 나는 완전 초토화되어 바닥에 드러누웠다. 온 몸의 진이 다 빠져 나간 느낌이었다.
그 직원은 한 건이라도 실적을 올려야 했고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으니
그 긴 시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힘이 들었겠는가....
침대를 훑어나간 청소기가 보여주는 엄청난 먼지와 진드기시체(현미경으로 보질 않았으니 모르겠으나 진드기라고 함)
또 공기 정화기를 돌려 필터에 걸러지는 먼지들...
한마디로 먼지와 진드기 속에서 산다는 것...
대부분 이런 것들을 확인하면 굉장히 놀라고 질문을 하고 반응이 오면서 대화가 풀리나보다.
근데 나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고 또 저것들을 없애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없애버린다고 없어질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살아왔는데
뭐하러 눈으로 더러운 것 확인하며 살아갈 것인가
생각해 보니 한 10여년 전에도 이런 청소기 홍보를 받은 적이 있었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때 그 고가의 청소기가 수입되면서 홍보를 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냥 공짜로 청소해 준다기에 받았다가 청소기가 몇백만원 한다는 소리에
저런걸 누가 사나 하는 심정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번에 완전히 쌩까고 그냥 안 하겠다고 할 수 없었던 것이
그 직원이 우리집에 있는 노무현 달력을 보더니 나더러 무슨 관계자시냐고 물었다.
아니 그냥 재단 후원자라고 했더니 자신도 정말 존경했던 분이라고...
이번 사고 때 보다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 더 울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심드렁하고 짜증나 있었던 나는 심기일전하여 열심히 응대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내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난 먼지도 진드기도 다 상관 없고 관심이 없는데 어쩌랴...쩝..
여러가지 전방위로 나와의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했지만 나도 그도 능력이 딸렸다.
그 직원은 나중에 나에게 정말 궁금하다며 딱 두가지만 물어봐도 되냐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첫번째는 자신이 어떤 집에서도 제시하지 않았던 초특가를 제시했는데도 안 하시는 이유가 뭐냔다.
보통 이렇게 먼지 진드기 보여주고 가격 적정하게 제시하고 렌탈이나 할부를 잘 조절해서 제시하면
거의 백프로 구십구프로는 다 계약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별 문제 없이 살았기에 그냥 모르고 살 것이며 또 곧 시골에 내려가 살 생각이므로
홈케어서비스나 고가의 청소기가 필요없다고 했다.
그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일반 청소기를 거의 5년 마다 바꾸므로 계산해 보면 가격이 비슷하단다.
통계에도 있단다.
난 지금 청소기 15년 째 쓰는데요? 했더니 통계를 벗어난 예란다...
두번째는 나더러 도대체 뭐에 관심이 있냔다.
요리도 아니라고 하시고 청소도 아니시고 건강 웰빙도 아니시고....게다가 골동품 휴대폰에 골드스타 텔레비전..
강남 한복판에 사시면서 찢어진 이불에 골동품 휴대폰에 골드스타 텔레비전이라니...
나는 그냥 웃었다.
그 직원은 기념이라며 우리집 텔레비전과 내 휴대폰을 촬영해 갔다.
이쪽 지역 나와서 이렇게 가기는 처음이라며....
휴대폰은 아직 통화가 잘 되고
텔레비전은 2만원 주고 컨버터블 설치했더니 디지털로 전환되어서 공중파 채널 나오고
이불은 부들부들 감촉만 좋은데 어쩌라고...
찢어진 이불은 내가 결혼 할 때 장만한 것이다.
당시에 침대 보다 더 비쌌던 침대이불이다.
꼭 비싸게 샀던 것이라서 아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낡아서 나달나달해진 촉감을 좋아한다. 이것 뿐 아니라 다른 이불도 대부분 낡아서 헤졌다.
속옷도 그렇다. 우리 딸은 런닝이 하도 낡아 내가 좀 버리라고 해도 그게 좋다며 새 것은 잘 입지 않는다.
게다가 이불은 부피가 있어 버리기도 힘들다. 대용량 쓰레기봉투가 필요하다.
힘들게 버리느니 부들부들해진 감촉을 즐기는 것이 더 좋다.
너무 너덜거리나 싶어 큰 맘 먹고 바늘로 꿰맸다. 나에게는 이것이 최선이다.
꿰매는 김에 옆이 터져서 버리려던 때수건도 꿰맸다. 아직 쓸만한데 뭘....
그 직원이 간 후 바닥에 널부러져서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무엇에 관심이 있나....
꼭 갖고 싶다...꼭 하고 싶다...꼭 해야 한다...이런 마음들이 점점 없어진다.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땀 흘리며 일했다.
뭐 굳이 보람찬 일은 아니었지만 닥쳤으니 해야 할 일이었다.
지난 달 30일 이사했다. 그리고 연휴가 시작되어 이사한 집 팽개쳐 두고 간청재로 가서 풀과 씨름했다.
다시 올라와서 팽개쳐 두었던 이사 뒷정리를 했다.
이제 겨우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하루도 빠짐 없이 술을 먹었다.
29일 결혼 기념일. 다음날 이사 대비 화이팅 하는 의미에서 동네 작은 초밥집에 가서 생선회와 한 잔을 시작으로
저녁마다 술을 먹었다.
일을 하다 보면 배도 별로 고프지 않고 밥 생각도 없고
그저 맥주나 소주 한 잔하고 몸이 노근해지는 것을 느끼고 싶다.
우리 사회는 정의도 아니고 질서도 아니고 소주가 받쳐준다는 말이 실감난다.
딸아이가 돌도 되기 전에 왔던 집에서 쭉 살았으니 16년 만의 이사다.
이사업체는 16년 전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뭐 업체 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하청에 하청을 주고 계약직 직원이 넘쳐나는 세계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이사하며 제일 힘들었던 것은 사람들의 방문이다.
전화, 인터넷, 정수기, 연수기, 에어컨 등등
시간에 맞춰 사람이 방문하여 일을 보는 것은 여러가지로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일의 처리 정도도 그렇고...
이사업체의 서비스로 진드기 청소를 받게 되었다.
이사 정리가 대충 되어갈 무렵 침대 침구 진드기 청소 방문을 받았다.
무료로 해 준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받았는데 그것이 홈케어 서비스나 청소기계를 팔기 위한 홍보였다.
무려 2시간 반 동안 청소하는 모습을 보아주며 직원의 말을 들어주며 응대를 해 주어야 하는데
직원이 가고 나서 나는 완전 초토화되어 바닥에 드러누웠다. 온 몸의 진이 다 빠져 나간 느낌이었다.
그 직원은 한 건이라도 실적을 올려야 했고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으니
그 긴 시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힘이 들었겠는가....
침대를 훑어나간 청소기가 보여주는 엄청난 먼지와 진드기시체(현미경으로 보질 않았으니 모르겠으나 진드기라고 함)
또 공기 정화기를 돌려 필터에 걸러지는 먼지들...
한마디로 먼지와 진드기 속에서 산다는 것...
대부분 이런 것들을 확인하면 굉장히 놀라고 질문을 하고 반응이 오면서 대화가 풀리나보다.
근데 나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고 또 저것들을 없애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없애버린다고 없어질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살아왔는데
뭐하러 눈으로 더러운 것 확인하며 살아갈 것인가
생각해 보니 한 10여년 전에도 이런 청소기 홍보를 받은 적이 있었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때 그 고가의 청소기가 수입되면서 홍보를 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냥 공짜로 청소해 준다기에 받았다가 청소기가 몇백만원 한다는 소리에
저런걸 누가 사나 하는 심정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번에 완전히 쌩까고 그냥 안 하겠다고 할 수 없었던 것이
그 직원이 우리집에 있는 노무현 달력을 보더니 나더러 무슨 관계자시냐고 물었다.
아니 그냥 재단 후원자라고 했더니 자신도 정말 존경했던 분이라고...
이번 사고 때 보다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 더 울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심드렁하고 짜증나 있었던 나는 심기일전하여 열심히 응대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내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난 먼지도 진드기도 다 상관 없고 관심이 없는데 어쩌랴...쩝..
여러가지 전방위로 나와의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했지만 나도 그도 능력이 딸렸다.
그 직원은 나중에 나에게 정말 궁금하다며 딱 두가지만 물어봐도 되냐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첫번째는 자신이 어떤 집에서도 제시하지 않았던 초특가를 제시했는데도 안 하시는 이유가 뭐냔다.
보통 이렇게 먼지 진드기 보여주고 가격 적정하게 제시하고 렌탈이나 할부를 잘 조절해서 제시하면
거의 백프로 구십구프로는 다 계약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별 문제 없이 살았기에 그냥 모르고 살 것이며 또 곧 시골에 내려가 살 생각이므로
홈케어서비스나 고가의 청소기가 필요없다고 했다.
그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일반 청소기를 거의 5년 마다 바꾸므로 계산해 보면 가격이 비슷하단다.
통계에도 있단다.
난 지금 청소기 15년 째 쓰는데요? 했더니 통계를 벗어난 예란다...
두번째는 나더러 도대체 뭐에 관심이 있냔다.
요리도 아니라고 하시고 청소도 아니시고 건강 웰빙도 아니시고....게다가 골동품 휴대폰에 골드스타 텔레비전..
강남 한복판에 사시면서 찢어진 이불에 골동품 휴대폰에 골드스타 텔레비전이라니...
나는 그냥 웃었다.
그 직원은 기념이라며 우리집 텔레비전과 내 휴대폰을 촬영해 갔다.
이쪽 지역 나와서 이렇게 가기는 처음이라며....
휴대폰은 아직 통화가 잘 되고
텔레비전은 2만원 주고 컨버터블 설치했더니 디지털로 전환되어서 공중파 채널 나오고
이불은 부들부들 감촉만 좋은데 어쩌라고...
찢어진 이불은 내가 결혼 할 때 장만한 것이다.
당시에 침대 보다 더 비쌌던 침대이불이다.
꼭 비싸게 샀던 것이라서 아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낡아서 나달나달해진 촉감을 좋아한다. 이것 뿐 아니라 다른 이불도 대부분 낡아서 헤졌다.
속옷도 그렇다. 우리 딸은 런닝이 하도 낡아 내가 좀 버리라고 해도 그게 좋다며 새 것은 잘 입지 않는다.
게다가 이불은 부피가 있어 버리기도 힘들다. 대용량 쓰레기봉투가 필요하다.
힘들게 버리느니 부들부들해진 감촉을 즐기는 것이 더 좋다.
너무 너덜거리나 싶어 큰 맘 먹고 바늘로 꿰맸다. 나에게는 이것이 최선이다.
꿰매는 김에 옆이 터져서 버리려던 때수건도 꿰맸다. 아직 쓸만한데 뭘....
그 직원이 간 후 바닥에 널부러져서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무엇에 관심이 있나....
꼭 갖고 싶다...꼭 하고 싶다...꼭 해야 한다...이런 마음들이 점점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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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이 들어 가는 것만은 분명하니 걱정 마시길요. ^^
잘 들어가든 못 들어가든 다 제가 만든 것이겠지요...그러니 어떤 모습이든 내가 다 수용해야겠지요?
잘 사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