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모종을 심었다.
씨 뿌린 아이들은 제법 올라와 기특함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에는 땅콩과 대파도 심었다.
장에 가서 모종 파는 아주머니께 대파 모종을 물었더니 파 한 단을 들고 나오신다.
오잉? 대파는 까만 틀에 담긴 다른 모종과 달리 그냥 파다.
먹는 파랑 달리 조금 가늘게 생겼을 뿐이다.
위 파란 잎을 짧게 잘라내고 깊게 심으라 하셨다.
파가 갈라지는 부분에서 싹이 나오니 그 부분이 묻히지 않게 심으라고 하시고...
그러면서 고구마 심는 거 사다가 심으면 잘 심긴다고 하셨다.
'고구마 심는거요?'
'요렇게 끝이 갈라진 것이 있어..그걸로 푹푹 찔러 넣으면 잘 심겨...'
도구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용가리가 근처 철물점에 가서 고구마 심는 것(?)을 샀다.
'고구마 심는 것 있어요?' 용가리가 묻자
오매 고구마 심는 것도 있당가?
얼마나 고구마를 심을라고 고구마 심는 것도 있당가?
내도 처음 들어보네...
철물점에 놀러 오신 아주머니들이 한마디씩 하신다.
주인 아주머니가 그 고구마 심는것을 들고 나왔다.
'이걸로 대파도 심어요? '
'나는 모르것는디...' 주인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다.
그 고구마 심는 것을 들고 다시 대파 모종 아주머니께 갔다.
용가리는 아주머니께 그 고구마 심는 것을 이용한 대판 심는 요령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차 안에서 보고 있던 나는 용가리의 그 심각하고 학구적인 표정에 감탄했다.
평소 텃밭이나 풀뽑기에는 별로 관심이 덜했던 용가리가 2천원짜리 고구마 심는 도구에 홀려 얼른 가서 심어보잔다.
밭 만들고 퇴비 뿌리고 정리하는 것은 하지만 씨를 뿌리고 모종 심고 솎아 내고 하는 것은 다 내가 했다.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것을 싫어하고 밭일에는 관심이 덜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대파를 심겠다고 나서다니....
이것이 바로 그 고구마 심는 것이다. 저 갈라진 사이에 대파를 두 세 개 끼워 땅 속으로 깊이 찔러 넣으면 된다.
대파 아주머니께 배운 대로 용가리는 도구를 사용했고 나는 그냥 손으로 심었다.
대파 모종 5천원어치는 너무 많았다. 반도 넘게 남았는데 버리기는 아깝고....
한 곳에 무더기로 심었다. ㅎㅎ
밭 두 이랑이 남았다. 그 곳에는 들깨를 심을 것이다.
들깨는 5월 말이나 6월에 심어야 한단다.
작년에는 잎들깨를 심어 깻잎만 먹었는데 이번에는 깨도 털어볼 참이다.
모종을 심고 다음날 저녁부터 비가 내렸다.
우리집 텃밭으로 옮겨온 아이들 힘들지 않게 비님이 내려주셨다.
가지,
고추
땅콩
, 오이
토마토
, 피망
호박. 호박은 그 덩굴이 근처 텃밭과 마당까지 마구 침범하므로 뒤쪽 땅에 심었다. 전혀 밭도 만들지 않고 척박한 곳에 심어 미안했다. 하늘의 뜻에 맡기는 수밖에.....
대파. 남은 대파는 한 쪽에 무더기로 투척했다.
쌈채소
, 청경채
적상추,
청상추
깊은 밤 고라니 울음 소리에 잠이 깼다.
고라니 울음 소리를 몰랐을 때는 정말 놀랐었다.
처음에는 술취한 아저씨가 우리 마당에 들어와 소리 지르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정말 만취한 아저씨가 꺽꺽대며 지르는 소리 같다.
고라니는 어찌 저런 소리로 울까....
간청재 앞마당이나 뒷마당까지 내려온 듯 가까이에서 한참을 울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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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아저씨의 꺽꺽대는 울음, ㅎㅎㅎ
우리 동네는 소쩍새가 울더니 어젯밤엔 홀딱벗고새까지...
비 오시는 날, 제비님을 불러낼 수 없어 많이 아쉬웠다는...
여기도 홀딱벗고 울어요..말이 이상하네 ㅎㅎㅎ
5월 간청재 착공식 할 때 홀딱벗고 울었었는데 요맘때 나오는 새인가봐요
여기선 민들레 제거할 때 쓰는 도구랑 비슷하네요. 앞부분이 좀 크다는 정도? ㅎ.
꽃 모종이랑 채소 모종도 팔기 시작은 했는데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할 듯해요. 김치 담그려고 배추 사러 갔는데 너무 비싸서 포기, 거의 한 포기에 5불 정도...이렇게 비싼 적이 없었는데...물론 시기적으로 애매한 때이긴 하죠. 미국서 들어오고 온타리오산은 아직 덜 컸을 테고. 시댁 가는 남편에게 오는 길에 토론토 한국 식품점에 들러 박스로 사오라 해야겠어요. ^^
민들레를 제거해야 하나보네요..
멀리서 배추 사서 김치도 담그시고 훌륭하세요!
오메 새가 홀딱 벗으면 안 울 수가 없겠네요, 내털내놔~ 내털내놔 이렇게 우나요? ㅋㅋ
울음소리가 꼭 '홀딱벗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부르나봐요 ㅎㅎ
둥글게둥글게 새도 있어요
그 새는 내가 붙인 별명인데 '둥글게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이 노래 가락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