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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인간 승리! 2016/06/01

by jebi1009 2018. 12. 27.


        

텃밭의 풀을 뽑다 큰 돌덩이를 캤다.

땅을 고르는 일 중 제일 짜증 나는 것이 돌덩이가 걸릴 때이다.

호미나 삽이 들어가지 않고 턱 하고 걸릴 때는 짜증이 확 나고 흙 속에 삽이 쑤욱 들어갈 때는 기분이 다 시원하다.

손바닥 만한 텃밭 만들면서 돌을 한 백 개(?)는 캐냈을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삽이 턱 걸렸다.

가끔은 소리나 전해지는 진동에 비해 작은 돌들도 있었기에 일단 어디까지 가나 파 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 삽으로 파면 돌이 움직이는데 이번에는 정말 꿈쩍도 안 하는 것이다.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호미로 주변을 파 보았다.

드러난 부분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은데 얼마나 크게 묻혔는지 주변을 파서 삽으로 움직여도 여전히 꿈쩍도 안 한다.

오기가 발동...한 시간을 씨름했다.

입에서 쌍시옷이 튀어나오려 한다...

혼자 해결하려 했는데 결국 용가리를 불렀다.

'니가 대물을 건드렸구나....'

이제 꿈쩍은 한다. 조금 더 하니 돌덩이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 돌덩이를 구덩이에서 어떻게 끄집어 내는가...

둘이서 30분 간 씨름했다.

삽으로 지렛대처럼 받치니 삽 자루가 부러지려 한다.

흙을 다시 퍼 부어 둔덕을 낮춘 후 이리 저리 꿈쩍거리다 혼신의 힘을 다 하여 굴려 내었다.

인간 승리! 하늘이 노랗다...

앓던 이 빠지듯 시원하기도 했지만 다음부터는 그냥 눈 딱 감고 다시 덮어버릴 줄도 알아야겠다.


약 2 시간 만에 지상으로 올라온 돌덩이




고사리 밭이 정글이 되었다.

보통 고사리를 하지까지 꺾는다고도 하지만 우리 고사리 밭은 5월 들어서면서 정글이 되어버렸다.

풀을 뽑아 주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다.

큰 맘 먹고 시작했다.

일주일, 길게는 한 달 프로젝트로 삼을 만 한 일이다.

세상에...1미터 전진이 어렵다. 정글에 길을 내는 수준이다.

풀도 풀이지만 뱀이 나올까 무서웠다. 게다가 각종 벌레들에게 엄청 뜯겼다.

며칠 동안 고사리밭 풀을 매면서 고사리도 정말 독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풀 속에서 살아 남아 봄에 다시 순이 올라오다니....

고지가 눈 앞에 보인다. 드디어 오늘 고사리 밭 끝까지 갔다.

아직 디테일한 부분은 더 뽑아 줘야 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걷어낼 것은 모두 걷어 내었다.

인간 승리! 고사리 밭을 되돌아 보면서 얼마나 뿌듯하던지....


before


after  (사진으로 보면 다 초록색이라서 티가 잘 안 나지만 자세히 보면 after 사진에는 초록색인 것이 모두 고사리다.)



뿌듯하던 것도 잠시...고사리 밭을 내려오니 고사리 밭 때문에 눈길을 주지 못했던 마당에 풀들이 삐죽삐죽 올라왔다. 휘휴~ 내 팔자야...

저녁이면 아래 위 이빨이 서로 맞지를 않는다...아침이면 손가락 마디가 항상 부어 있다.

내 몸도 언능 적응하기를 바란다.


짱짱한 햇볕 아래 솜이불 내어 너는 것이 또 해 보고 싶은 일이었다.

서울에서는 솜이불 덮을 일도 없었고 내어 널 마당도 없었다.

이불 내어 너니 기분이 다 좋다. 저녁에 뽀송뽀송한 이불에서 자게 되겠지...ㅎㅎ





내일은 함양 장날이니 들깨 모종을 사다 심어야겠다.

모종 심고 밭 고랑 풀도 매 주고...ㅠㅠ

그래도 콩쥐 보다는 낫다. 나무 호미가 아닌 쇠 호미가 있지 않은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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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allytheCat 2016/06/01 23:22

    제비님이 호미질에 삽질도 하시나 보네요. 대단한 힘입니다. 그치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전 예전에 한 번 호기롭게 삽을 들어 땅에 꽂았는데 도무지 땅 속으로 들어가질 않더라고요. 그 이후로 삽질은 아예 생각도 안 해요. 세상에나, 고사리 밭도 다 평정을 하셨군요. 정말 쇠 호미를 든 콩쥐 같아요. 이제 반딧불이 빛 아래서 옷을 지으실 일만 남았군요. ㅎㅎ

    • 제비 2016/06/03 09:19

      오~ 쇠 호미를 든 콩쥐 ㅎㅎ
      반딧불이 아래서 옷은 못 지어도 구멍난 양말이나 한 번 꿰매볼까요?

  2. huiya 2016/06/03 10:52

    인간승리!시네요. 돌이 너무 커요.
    기념으로 어딘가에 ...
    고사리밭이 있군요.

    • 제비 2016/06/09 21:55

      네 고사리 밭 풀을 뽑으며 내년에는 좀 더 잘 해 보리라는 다짐을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