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가리가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천재조각가에게 운을 띄우기는 했지만 망설임 많은 용가리가 전격적으로 배움을 단행(?)했다.
그것도 둥이네 아빠와 말이다....
가르침을 받는 것은 일주일 한 번, 아무 때나 와서 공방을 써도 좋다는 스승님의 언질...
첫날 다녀와서 도구들을 구입했다.
그냥 간단하게 에누리닷컴 검색해서 구입!
끌세트와 센치, 치가 함께 있는 직각자를 구입했다.
고무망치와 톱은 철물점에서 직접 보고 구입한다 하였다.
끌세트를 보고 어찌나 설레하는지...ㅎㅎ
직각자는 반품했다. 앞뒤 모두 치가 있는 자가 왔기 때문이다.
어째 원하는 직각자가 없는 듯.....
첫수업을 듣고 왔다.
우리는 대충 인터넷 검색해서 땡! 모범생 둥이 아빠는 목공 관련 사이트도 검색해 보고 등등등...
결론!!
둥이 아빠 사는 것 보고 따라서 사라...나대지 말고...
천재조각가 스승님이 로스팅기 테이블을 하사하셨으니 커피라도 볶아드려야....
사실 농산물이 부실하니 드릴 것은 커피밖에 없다.
수업 가는 용가리에게 커피를 보냈다. 함께 온 둥이네에게도....
다음 수업 때는 둥이 아빠가 달걀을 가져 왔다.
물론 스승님께 드리는 것이겠지만 우리에게도 나누어 주셨다.
달걀을 가지고 돌아온 용가리....
입 아프게 말해 소용 없지만 둥이네 달걀은 정말 고귀한(?)달걀이다.
지극 정성으로 키운 닭들이 지극 정성으로 낳은 달걀이니 만큼 나 같이 좀 허접한(?) 사람이 먹으면 안되는 느낌마저 든다.
둥이네 달걀 우리 딸 수능 날 도시락 반찬 해 줬었다...
수능 잘 봤다!! ㅎㅎㅎ
저녁 먹을 때 들으니 용가리는 이미 달걀 두 개를 먹고 왔다고...
둥이 아빠가 가져온 달걀을 삶아 수업장에서 먹었단다.
아....다음에는 감자라도 쪄서 보내야 하남?
선생님께 달걀, 감자, 옥수수 갖다 드리던 시골학교 모습이 떠오른다. ㅎㅎㅎ
둥이 아빠에게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나는 목공 수업장 세 명이 모두 귀엽다 ㅋㅋㅋ
가끔 둥이네가 귀하고 귀한 달걀을 줄 때가 있다. 우리 이사 오고 며칠 안 돼서 둥이 엄마가 가져다 준 달걀. 우리 먹는 달걀이예요~ 하면서 건네 주고 바삐 가셨다. 그때 준 달걀이 너무 귀여워 찍어 두었다. 너무 고맙고 고맙다.
수업 둘째 날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모범생 둥이 아빠의 문자를 받고 무언가 꼼지락거린다.
숙제 한다고 가져온 과제물 팽개쳐 놓다가 수업 가는 날 숙제하는 것이다.
안 해 가도 되는 것 아냐?
진도는 맞춰야 하지 않나 해서....
모범생 둥이 아빠는 잘 한다는 칭찬도 받는다는데 선생님 눈 밖에 나서 쫓겨 나지 않으려면 청소나 열심히 해라....ㅎ
돋보기가 없어서 힘들었다면서 매번 까먹고 안 가져 가더니 이번에는 돋보기 끼고 하니 너무 잘 보인다며 좋아한다. 나이 많은 것 과시...ㅋㅋㅋ
수업 가기 전 초치기 숙제에 몰입 중인 용가리.
용가리 산내 가서 목공 하는 시간에 나도 산내에서 하는 요가 수업을 할까 잠시 생각했었다.
그런데 혼자 있어 보니 너무 좋은 것이다....
물론 용가리와 함께 있는다 해서 불편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혼자 있다는 것은 공기부터가 다른 것이다.
그냥 풀을 뽑더라도 혼자 풀을 뽑는 것은 다른 냄새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냄새를 좋아한다...엄청.....
그래서 당분간은 난 그냥 간청재에 있을 예정이다.
용가리의 돌담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한 편으로는 대견하지만 한 편으로는 발로 한 번 팍 차고 싶은 생각도 든다....무너지나 안 무너지나 보려고...
나는 왜 이리 못됐을까...ㅠㅠ
청경채 자리에 열무 씨를 뿌렸다. 이제 막 싹이 올라왔다.
시간 정말 잘 간다.
작업복 입고 나가면 두세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뭐 하냐고? 그냥 풀 뽑고 뽑다 보면 땅도 판다 땅 파다 바위도 캐고...그러다 하늘이 노래지고...ㅎㅎㅎ
이제야 어린애들이 왜 그리 땅 파는 데 목숨을 거는 지 알 것 같다.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명상이 따로 필요 없는 것 같다. ㅎㅎ
직장에 다닐 때에도 몸은 힘들었다.
그렇다고 뼈마디가 쑤시고 손가락 관절이 붓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는 저녁 나절이면 뼈마디가 노근하고 아침이면 관절이 붓는 것이 더 좋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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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긴 직각자는 처음 보는 거라 하나 갖고 싶어지는 군요. 이 끝없는 물욕이라니... ㅋㅋ
목공 도구들 보자니 예전 제 시아버님 작업실 생각이 절로 나네요. 시공의 차이를 넘어설 수 있다면 그 도구들 다 드려도 좋았을텐데요. 모두 정리하고 경매해서 헐값에 넘겼던 생각이 나요. 용가리님께서 후일 무엇을 만들어 집으로 들고 오실까 몹시 궁금해집니다.
땅 파며 노는 일에 푹 빠지셨나 봅니다. 힘들지만 몰입해서 땅과 노는 일도 좋아 보여요.
언젠가는 근사한 것을 만들게 될까...저도 궁금합니다 ㅎㅎ
아 목공!
제 로망입니다.
나중에 일을 많이 안 해도 될 때가 되면 배울 것 목록에 있습니다.
전에 서각을 배우려고 맘을 냈는데, 선생님께 가르쳐 주십사 부탁을 했다가 거절당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더랬습니다.
저도 이젠 눈이 잘 안 보여서 작은 서각은 무리일 듯합니다.
풀냄새...무슨 말씀인지 알 듯해요.
돋보기 끼면 잘 보인다고 용가리 좋아하던데...돋보기 있으니 걱정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