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꽃을 보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잘 가꿔진 남의 예쁜 꽃밭을 보면 그저 이쁘다~ 할 뿐이었다.
대신에 먹을 것에는 관심이 많아서 이것 저것 심어서 맛나게 먹을 생각만 하였다.
꽃을 좋아하는 너도님 때문에 꽃씨도 뿌리고 꽃을 얻어와 심기도 했다.
누가 가져다 심으라 하면 솔직히 귀찮은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반은 주겠다는 사람 눈치 살피느라, 반은 심드렁한 마음으로 가져다 심은 꽃들이 기특하게 간청재 마당에서 터를 잡기 시작하면서 마당에 꽃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살피고 좋아하게 되었다.
남의 집 마당에서 가져다 심고 싶은 탐나는 꽃도 생기고 우리집 마당의 꽃씨를 받아다 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간청재 마당에는 전국(?)에서 모인 아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실상사 수월암, 옆 골짜기 청매암, 문경 봉암사, 경기도 서종사, 이번에는 담양까지....
수월암 암자는 한 줌 재가 되었지만 그 마당에서 스님은 생명 가진 아이들을 다 살리셨다.
진달래, 작약, 복수초, 수선화, 도라지, 하수오....모두 수월암에서 온 아이들이다.
입구의 홍매는 간청재 들어 서고 스님이 옮겨 주신 것인데 1년 넘게 몸살을 하다가 이제 튼실히 자라고 있다.
마삭줄, 해당화, 파초, 초피나무, 연.... 옆골짜기 청매암에서 온 아이들이다.
실상사에서 봉암사로 옮기신 스님이 봉암사로 찾아 뵈었을 때 꽃 보고 가꾸고 마음 붙이고 잘 살기를 바라고 주신 꽃양귀비, 달맞이꽃, 루드베키아, 금낭화, 매발톱....
양귀비꽃 씨앗이 바닥에 다 떨어지기 전에 꽃씨를 받으라고 전화까지 주셨다.
사실 그런 전화 하실 분이 아닌데 말이다 ㅎㅎㅎ
이번에는 너도님 덕분으로 담양으로 놀러가 맛있는 점심도 대접 받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할미꽃, 금꿩의 다리, 능소화를 챙겨 주셔 받아와 그 아이들도 간청재의 식구가 되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쥐와 지네와 벌레들 이야기, 풀 뽑는 이야기...
잘 갈아 놓은 밭이 정말 이쁘고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작년? 재작년? 너도님이 서종사에서 가져다 놓은 불두화를 간청재에 심었는데 올해 꽃을 피워 정말 놀랐었다.
그 작은 아이가 꽃을 피울 줄은 몰랐었다....
멀리 바다 건너 온 수레국화도 지금 한창 이쁘게 꽃을 피우고 있다.
불두화. 이 작은 아이가 꽃을 피워서 놀랐었다.
할미꽃
금꿩의 다리
능소화
어리연, 고라니가 그렇게 연잎을 먹어대더니 요즘 먹을 것이 많아서 그런지 연잎이 제법 생겼다.
밭 이랑 위를 화단으로 만들고 재정비하기로 했다.
간청재 위에 있는 밭으로 일하러 다니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챙겨 주신 아이들도 있다.
산더덕을 캐어다 주시며 나무 밑에 심어 놓으면 잘 자랄 것이라 일러 주신 할머니,
마당에 심어 퇴비 요만큼만 주면 큰 딸기 먹을 수 있을 거라 말씀하시며 산딸기 나무(?)를 캐어다 놓고 가시는 할아버지.....
산이나 밭으로 오가시면서 으름이나 산벚나무 열매를 먹어보라 주고 가시기도 한다.
작년까지 잡초에 뒤덮여 더덕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랐는데 잡초 뽑고 표시를 해 두었더니 더덕이 이렇게 잎이무성해졌다. 사실 풀 뽑으면서 더덕을 뽑기도 했다. 다시 심었는데 살았다. 다행~ 타고 올라갈 기둥을 만들라는 너도님 명을 받들어 더덕밭(? ㅎㅎ)을 만들었다.
비오는 날 들깨 모종하러 가시면서 건네주신 산딸기.
이제 산딸기도 먹을 수 있겠다. ㅎㅎㅎ
산버찌, 밭에서 내려오시며 용가리에게 주고 가신 할머니가 내가 안 보이니 나 주라며 건네셨단다. 나를 더 이뻐하시나보다 으쓱 ㅋㅋㅋ
오이, 토마토, 고추를 첫수확해서 먹었다. 꽃 이야기만 하면 밭에 있는 아이들이 서운할지 모르니 함께 눈여겨 보고 있다고 알려야지...
간청재 마당에는 수많은 인연들이 함께 한다.
간청재 마당을 바라보며 내가 이 곳에 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인연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다.
계획하고 작정하고 준비하고 공부하지도 열망하지도 않았지만 인연은 나에게 그냥 왔다.
그렇다. 그냥 찾아 왔다. 놀랍고 신기하고 감사하다.
나는 많이 울고 떼쓰고 고집 부리는 아이였는데, 즉 싼타할아버지가 말하는 착한 아이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 복이 나에게 오는 것일까.....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다.
'음풍농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작품 2016/07/03 (0) | 2018.12.27 |
---|---|
표 나는 일 2016/06/29 (0) | 2018.12.27 |
신기한 날들 2016/06/16 (0) | 2018.12.27 |
돌담, 목공 2016/06/09 (0) | 2018.12.27 |
들깨 모종의 진실 2016/06/03 (0) | 2018.12.27 |
정말 별별 꽃을 다 키우고 계시는 군요. 풍요롭다는 느낌이 드네요. ^^
인연이 이어져 전국 곳곳에서 모여 든 꽃들도 꽃이지만 그 이름을 다 알고 계시다니, 꽃이름 잘 모르는 저로서는 대단하시단 생각이 드네요.
제가 꽃이름 많이 안다는 소리를 듣다니...날아가던 파리가 다 웃겠네요 ㅎㅎㅎ
꽃이름은 꽃을 나누어 주시는 분들이 알려 주셔서 잊지 않으려 애써서 겨우 그리 된 것이지요.
꽃이름은 너도님이 도사여요...꽃도 없이 잎사귀만 가지고도 무슨 꽃인지 아신다니까요
저는 그저 파란 아이들은 다 풀로 보입니다 ㅋㅋㅋ
재미있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쥐와 지네와 벌레들 이야기, 풀 뽑는 이야기라고 하시니 세레나를 담양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 한가득 입니다....사실 요즘 세레나의 벌레 사랑으로 이름 모를 벌레들까지 3개국어로 찾게 만드는 수고덕에..... 한 숨 섞은 신세한탄 하고 갑니다 ㅎㅎㅎㅎ
비내리는 간청재 제비님댁 앞마당이 참....청아합니다....
간청재 마당은 세레나에게 천국이겠는데요?
잠시 흙장난 하고 있으면 백여가지의 벌레들을 만나게 될테니까요..게다가 날아다니는 아이들까지..ㅎㅎ
캬~ 저 구름들!
제겐 구름이 꽃만큼 아름답습니다!
맞아요.. 하늘과 구름은 항상 다른 모습으로 탄성을 지르게 만들어요..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