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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표 나는 일 2016/06/29

by jebi1009 2018. 12. 27.

표 나는 일


산골 일이라는 것이 사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 많다.

하면 좋지만 안 해도 넘어 갈 수 있는 그런....

그런 일들 중에 눈에 확 표가 나는 일을 드디어 했다.

창고 벽면은 그냥 오일스텐으로 마감을 해서 어떤 처리가 꼭 필요했다.

특히 빗물이 많이 튀어 아랫부분은 더 손상이 심했다.

용가리는 고심 끝에 벽 밑 부분을 사이딩 처리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재료의 구입과 운반이었다.

이곳은 배달이라는 것이 드물다. 본인이 트럭을 몰고 가서 가져오는 방법밖에는 도리가 없다.

우리는 트럭이 없으니...쩝...


매주 수요일 목공 하러 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던 끝에 둥이 아빠와 조각가 스승님의 도움과 격려에 힘입어

머릿속에서 생각으로만 머물던 일이 드디어 머리 밖으로 나와 실현되기 시작했다.

둥이 아빠가 어렵게 시간을 내어 주어 함께 자재 구입과 운반을 도와주었다.

구입한 나무는 공방으로 가져가 조각가 스승님이 단 몇 분 안에 잘라 주었고

그것을 둥이 아빠는 트럭에 싣고 집까지 친히 가져다 주었다.

'콤프레샤'라는 공기가 팍팍 나오는 기계도 빌려 주었고 혹시 필요할지 모른다며 작은 전기톱과

나무를 자를 때 대고 쓰라며 삼각자(?)도 함께 빌려 주었다.

조각가 스승님은 '타카'라는 것을 빌려 주어 보름 잡고 시작했던 일을 단 이틀 만에 끝냈다.









남은 자재로 재활용 쓰레기 담는 틀을 만들었다.



사실 용가리는 어찌어찌 긴 나무 자재를 사 와서 집에서 일일이 톱으로 잘라 하나하나 망치로 못을 박으려 했던 것이다.

만약 그렇게 했으면 정말 보름 일정이었을 것이다....

둥이 아빠는 어찌 그리 알고 꼼꼼하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 주었는지....

혹 필요할지 모른다며 챙겨 준 작은 전기톱은 정말 요긴하게 사용했다.

처음 보고 처음 사용해 본는 기계들은 일을 손쉽게 만들어 주니 잠시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콤프레샤' 라는 것으로 툇마루 사이사이를 청소하니 속이 다 시원하고...

하지만 일년에 몇 번이나 쓴다고...

트럭도 그렇다. 시골에서는 땔나무 옮길 때나 이렇게 간단한 공사를 위한 자재 운반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것이 일년에 몇 번이나 될까...

모든 기계란 것은 갖고 있는 순간부터 돈이 들기 시작한다. 트럭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돈이 들고...

또한 보관 장소도 그렇고...

잠시 생겼던 물욕을 곧 접어들였다. ㅎㅎ


둥이 아빠와 자재를 사러 함께 다녀온 용가리가 그런다.

둥이 아빠와 같이 가게에 들어가니 기분이 좋더란다.

사용하는 용어나 말투에서 노련함과 능숙함이 느껴졌다나 ㅎㅎ

일단 우리는 뭘 하러 가면 말투에서 밀린다. 서울말씨는 어디서든 티가 난다 ㅠㅠ

게다가 철물점이나 건축자재점 같은 곳에 가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초짜티가 팍팍 난다.

어쨌든 이렇게 일을 도와 주어서 쉽게 끝낼 수 있었으니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트럭이나 기계를 빌려 준 것도 그렇지만 함께 동행하고 시간을 내어 준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둥이네 도와 줄 일은 가을에 밤을 줍는 일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마당에 풀을 뽑아 주자니 내가 가서 그러고 있으면 불편해 할 것이고...

나도 무언가 잘 하는 것이 있어서 도와 주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언젠가는 그리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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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퐁 2016/06/30 18:39

    참 예쁜 창고네요!!!
    이웃도 예쁜 이웃!

    • 제비 2016/07/03 14:41

      창고 주인은 안 이쁜데 어쩌죠? ㅎㅎ

  2. 너도바람 2016/06/30 22:21

    왕십리에서 옛 동료들을 만났는데 제비네는 지리산에서 뭐하고 사냐기에
    풀 뽑고, 돌담 쌓으며 산다고 답했는데 창고 베름빡도 고치고 산다고 정정해야겠심다.
    훌륭하십니다. 용가리 목수님. 형이상학적 돌담도 환상이고요.

    • 제비 2016/07/03 14:40

      베름빡! 요 말 맘에 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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