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를 심기 위해 비워 놓은 밭 이랑이 두 개 있다.
작년에는 잎들깨, 열매를 맺지 않고 깻잎을 먹기 위한 잎들깨 모종을 심어 깻잎을 엄청 잘 먹었었다.
이번에는 깻잎도 먹고 들깨도 수확해 보려는 마음에 잎들깨가 아닌 진짜 들깨를 심으려 한 것이다.
5월 초 텃밭 모종을 사러 갔을 때 들깨는 6월은 되어야 심는 것이라 했다.
가지 모종을 샀던 종묘상 아저씨는 5월 20일은 넘어야 나올 것이라 했다.
어제 장날 들깨 모종을 사서 심으려 장에 갔다.
그런데 모종을 펼쳐 놓고 파는 곳을 둘러 보아도 들깨는 없었다.
몇 군데 물어 보았는데 모종 파는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은 그냥 옆집에서 좀 얻어다 심으라는 것이다.
뭘 어찌 얻어다 심으라는 것인지...
장에서 무얼 물어 보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한 마디 씩 하기 때문에 게다가 사투리도 심해서 잘 알아 듣기가 어렵다.
여러 군데 물어 본 결과 종합 분석해 보면
지금 잎들깨가 아닌 들깨 모종은 없다.
들깨는 모종으로 심지 않는다.
씨를 뿌려서 싹이 나면 심어라...
잎들깨가 아닌 들깨 모종은 사다 심기가 비싸서 안 나온다.(이건 내가 예상한 것임)
그리고 참깨가 먼저고 들깨는 6월 중순 쯤 심어라.
그래서 들깨 씨앗을 사기로 했다.
씨앗 파는 곳에 가서 물어 보니 또 옆집에서 얻어다 심으라는 것이다.
밭 한 구석에 뿌려라...망을 덮어라....옆에 있던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또 한 마디 씩 하신다.
결국 포장되어 나오는 들깨 씨앗은 없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정 필요하면 쌀집 가서 사라고 하신다.
쌀집?
장에 있는 쌀집에 가서 물으니 들깨 씨앗이 그냥 들깨였다.
또 그 쌀집에 있던 여러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그냥 한 주먹 얻어다 심으라 하신다.
들깨를 달라고 했더니..얼마나? 하신다.
글쎄요...조금이면 되는데...했더니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3천 원어치는 사야지...
그럼 주세요...했더니 작은 됫박으로 가득 담으신다.
너무많아요 조금만...깎아서 한 됫박.
3천 원 드리니.. 아니지...그리 돈 받으면 안 되지...하시고는 2천 원 받으시고 한 주먹 더 넣어 주신다.
씨 뿌리고 남는 것은 먹으라 하신다.
그래서 결국 들깨 2천 원어치와 잎들깨 모종 세 개를 사서 돌아왔다.
다시 정리하면
들깨를 수확하기 위한 모종은 잘 팔지 않는다.
들깨 한 개(?)에서 나오는 들깨 양이 적다는 것은 나도 안다.
즉 들깨를 수확하려면 엄청나게 많이 심어야 하는데 그것을 모종으로 심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보통 텃밭을 하는 사람들은 깻잎을 먹으므로 팔고 있는 모종은 잎들깨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봐도 들깨 모종을 사서 들깨 농사를 지었다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들깨는 다 파종을 하고 옮겨 심기를 하는데 6월 중순 쯤 옮겨 심는다.
우리의 행색을 보아 들깨 농사를 지을 것 같지는 않으니 그냥 동네 들깨 농사 짓는 집에서 모종을 얻던지 아니면 깨 한 줌 얻어다 하라는 말들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
작년 잎들깨는 다른 모종을 살 때, 즉 5월 초에 심었던 것 같다.
어제 장에는 잎들깨 모종도 거의 없었다. 딱 한 아주머니만 팔고 있었다.
또 어떤 할머니는 다 들어 갔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오월 초 모종을 사러 갔던 나에게 들깨는 5월 20일 지나야 나온다고 말했던 종묘상 아저씨의 말은 무엇일까....
들깨 모종도 팔기는 판다는 것인가? 아님 잎들깨 모종을 말했던 것인가?
다시 가서 물어볼 걸 그랬나?
그러기에는 종묘상 아저씨가 좀 무서웠다.
되도 않는 소리 하는 사람 보면 짜증 나는 기분...을 그 아저씨에게서 살짝 느꼈기 때문이다.
어쨌든 들깨를 밭에 뿌렸다. 새들이 다 먹는다고 했는데 그래도 망은 덮지 않았다.
뭐 싹쓸이야 하겠냐는 생각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했으니 들깨 심은 데 들깨가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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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가셔서 사시는 게 전보다 훨씬 스펙터클 하십니다.
잠재적 능력이 눈부시게 개발되어 가시는 것 같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
들깨는 모종이 필요없는게 맞아요.
아무렇게나 뿌려놔도 아무렇게나 잘 자라죠.
또 수확철 깜빡 해서 들깨 알이 조금이라도 흘렀으면
그 자리에서 또 들깨가 무지하게 올라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농사를 지었던 곳, 특히 주말 농장 같은 곳에선
들깨 같은 건 공짜로 얻어요.
주말농장의 필수옵션이 들깨라 ㅋㅋ
여기저기서 들깨가 마구 올라오죠..
나중에는 들깨가 잡초 취급받는 현상도 생깁니다.. -_-;;;
그렇군요...제 눈 높이에서 딱 말씀해 주시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답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매일 매일 배우는 게 많으실 듯 해요. 그렇게 발로 뛰어 얻는 정보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테니 감사한 일입니다. ㅎㅎ
저희집 뒷마당에 심으면 토끼, 사슴, 청설모 등이 입도 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잎들깨더군요. 그래서 씨앗을 사다 심으려고 했더니, 다니던 한국 마트에서 그 씨앗은 다 떨어졌다 하더라고요. 이 포스팅을 읽다 드는 생각은, 볶지 않은 들깨를 마트에서 사다 심으면 혹여 잎이 나올까도 싶네요.
아마 날걸요? 마트에서 파는 대두를 심었더니 그냥 콩이 나더라고 들었거든요. 들깨는 몇 년 묵어도 싹을 틔어요.
깻잎 향이 막 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