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간 이불 빨래와 전쟁을 치뤘다.
이불 꿰매는 것까지 하면 4일이 넘게 걸렸다.
간청재로 이사 오면서 결혼 때 엄마가 해 주었던 원앙금침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구들방에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지만 문제는 세탁!!
요 위에 까는 얇은 차렵이불은 자주 빨지만 이불 전체를 빠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하다.
이불 홑청을 뜯어 빨고 다시 꿰매야 한다는 사실...ㅠㅠ
여름이 지나면서 이불을 볼 때마다 이불 빨래는 마음을 누르는 숙제로 압박하고 있었다.
추석이 지나고' 그래 해 치우자!!' 결심했다.
그러면서 이불 장 정리 모드로 들어가 그 안에 있는 이불을 몽땅 빠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여름에 우리가 덮었던 이불은 잘 빨아서 넣어 두었지만 갑작스런 기온 변화로 한 두 번씩 덮었던 담요, 두어 번씩 덮었던 손님용(?)이불....
그냥 눈 감고 지나갔어야 했는데 결국은 장 안에 있는 이불을 몽땅 꺼내어 빨기 시작했다.
요와 이불 솜은 햇빛에 따글따글 내어 널고 베개와 방석들도 햇살을 쬐게 했다.
아...요는 정말 무겁다...용가리와 둘이서 하는데도 버거웠다.
손님용 이불은 뒤집어 씌우는 것인데도 벗겨서 빨고 다림질하고 다시 씌워 자리 잡기 바느질 하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
우리가 사용하는 요와 이불은 홑청을 뜯어내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걸렸다.
혹여 제대로 원상복귀 시키지 못할까봐 중요한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가며 해체했다.
세탁기로 빨아서 햇빛에 널었다.
엄마는 풀을 조금 먹이면 때도 덜 타고 좋다고 했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덜 마른 상태로 걷어 발로 밟으라 했던 엄마의 말은 이불 홑청이 너무 빨리 마르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
홑청 뜯어 빨고 다림질 하는 데 하루가 걸렸고 다음 날 이불 꿰매는 데 하루가 걸렸다.
드디어 결전의 시간!! 이불 꿰매는 날이 밝았다.
이불을 뜯어 낼 때 보았던 과정을 복기하면서 엄청 신중을 기했다.
먼저 중심선을 시침질 해주고 사방 폭을 맞추고.....
아....너무도 고된 시간이었다. 오전에 시작해서 오후 5시가 넘어 끝이 났다.
머리가 아프고 눈은 빠질 것 같고 어깨도 쑤시고 손가락에는 물집이 잡혔다.
바늘에 세 번 찔리고...손가락 찔리는 것쯤이야 대수롭지 않지만 핏방울이 홑청에 묻을까봐 엄청 조심했다.
드디어 이불은 완성되었고 구들방에 무사히 다시 깔리고 그날 밤 우리는 뽀송뽀송한 이불을 덮고 잘 수 있었다.
뽀송뽀송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마자 난 바로 뻗어버렸다.
어렸을 때 엄마가 이불 홑청을 뜯어 빨고 풀을 먹이고 발로 밟고 다듬이질을 하고 밤 늦은 시간까지 이불을 꿰매는 모습을 봐 왔다.
엄마가 이불 홑청을 밟으라고 시키면 쭈쭈바 빨면서 이불 홑청 밟던 생각도 난다.
한겨울 풀먹인 홑청으로 꿰매 놓은 새 이불에 들어가면 온 몸이 시렸다.
한참을 이불 속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으면 조금씩 따뜻해졌다.
베갯잇도 빳빳하게 풀을 먹여 꿰매 놓으셨다.
그래서 우리는 이불을 엄청 깨끗하고 정갈한 모습으로 대해야만 했다.
절대 이불은 밟지 말아야 했고 손 발 얼굴 몸을 깨끗이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은 후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이불 속이었다.
이불 위에서 무언가을 먹으면 거의 죽음이었다. ㅎㅎ
나야 딸랑 요 이불 하나씩이지만 식구들 이불 몇 채를 감당해야 했던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
여름에는 얇은 삼베이불에 풀을 먹여야 했으니 엄마는 일년 내내 이불에 풀을 먹였다.
면 보자기에 쉰 밥 한 덩어리를 넣고 물 속에서 계속 주물러주며 풀물을 만들던 엄마 모습이 생각난다.
드디어 완성된 요와 이불
다음 번 이불을 빨 때에는 한 번 해 봤기 때문에 쉽게 할 것인지 아니면 더 힘들 것인지.....
아이구 힘들어라 확 이불홑청 뒤집어 씌우는 것으로 바꿀까부다...하다가도
다음에는 풀 먹여 꿰매볼까...하는 마음도 든다 ㅎㅎㅎ
내가 아무래도 제 정신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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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저까지 속이 시원합니다, 뽀송뽀송~
맞아요.. 몸은 좀 고되도 어찌나 마음은 개운하던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