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궁이 앞에서 멍 때리며 불구경 하고 생선이며 고구마며 구워 먹을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사람 몸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덥다고 난리칠 때에는 불로 익혀 먹는 것이 다 귀찮고 먹고 싶지도 않더니
이제는 자연스레 뜨끈한 국물이며 생선구이가 생각나니 말이다.
오랜만에 아궁이 앞에서 생선을 구웠다.
올 봄 삼천포 갔을 때 사다 놓은 꽃돔과 서대를 구웠다.
물론 맛이야 말하여 무엇하리...
용가리와 둘이서 소주 곁들여 맛나게 먹고는 혹시나 하고 생선 대가리와 뼈를 뒷마당에 내다 놓았다.
내다 놓을 때 사진을 찍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이것의 두 배는 넘게 대가리와 내장과 뼈가 있었다. 지느러미에 붙은 살들까지...생선 잘 못 발라 먹고 버리는 것 많다고 구박 받아 온 우리들 ㅠㅠ
아침에 나가 보니 어제 내다 놓은 양이 반 정도 줄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자 작고 까만 고양이가 나타났다. 청소년 고양이 정도 되는 것 같다.
생선뼈 근처에 와서 먹으려 하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전속력으로 도망갔다.
그리고는 얼마 안 있어 다시 나타나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본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고 눈치 보면서 생선뼈를 떠나지 않는다.
이제는 아주 눈치도 보지 않고 그냥 고개 박고 먹기에 바쁘다.
잠시 후 사라졌다가 이번에는 친구 얼룩 고양이와 함께 왔다.
친구 고양이는 좀 태평한 것 같다.
나를 보고도 별로 놀라거나 도망가지도 않는다.
그리고 급히 먹다가 가시가 걸렸는지 켁켁거리기도 한다.
고양이의 2차 식사 후의 모습
두번째 나타난 얼룩 고양이. 첫번째 고양이보다는 경계심이 덜 한다.
고양이들이 모두 떠나간 뒤 가 보니 정말 깨끗하게 처리했다.
우리는 생선을 깨끗이 발라 먹는 편이 아니라 먹고 나면 버리는 것이 반인데 고양이가 정말 말끔히 먹어 주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두 고양이들이 다녀간 뒤에도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이 우리 앞뒤 마당을 배회하였다.
소문이 났나보다.
우리 집에 맛있는 것이 있다고...ㅎㅎㅎ
앞으로 대접 잘 해 줘야겠다.
들쥐나 두더지들이 고양이 냄새 맡고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고양이들에게 너무 잘 해줘서 쥐나 두더지를 잡아서 마루에 올려 놓으면 곤란하고 그냥 쫓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 적절한 접대의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참 어렵구나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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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마음 백분 이해 가는데요? 생선굽는 고소한 냄새에 저였어도 제비님 앞뒤 마당을 많이 배회했을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아궁이 사진.....정말 좋아요.... 몸과 마음이 그저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따뜻해 지는 것 같습니다. 모스크바 추워요~~~~~~~~~~힝
모스크바의 추위라...저도 겁나네요 ㅎㅎ
보드카가 있잖아요?! ㅋㅋ
나누는 마음, 참 아름답습니다.
저 먹을 거 일부러 떼어 준 것도 아닌데 나누는 마음이라 하시니 부끄부끄...
생선 잘 안 발라 드셔서 먹을 것이 많이 남아있는 생선을 잔뜩 남겨놓은 걸 본 고양이들이 얼마나 행복했을지가 저절로 상상이 가네요. 고양이 친구 몇 두시면 앞으로 들쥐 따위 걱정도 없겠는 걸요. 예전에 저희 고양이 보면, 쥐 한 마리를 통째로 턱 선물로 놓고 가는 게 아니라, 자기 기준에 가장 맛있는 부위를 깔끔하게 정리해, 손볼 것도 없이 드시기만 하면 되게 만들어 놓고 가더라고요. 너무 놀라지는 마셔요. ㅎㅎ
헉!! 특정 부위를 손질까지...
이미 놀랐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