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계획 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잠이 깨서 일어나는 시간과는 상관 없이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시간은 거의 비슷하다.
즉 일찍 일어나더라도 주섬주섬 일을 시작하는 시간은 거의 비슷하다는...
아침에 뒹굴거리며 멍때리고 시간을 조금 보내야만 활동 개시를 한다는 말이다.
나는 6시에 눈이 떠지던 8시, 9시에 눈이 떠지던 10시는 되어야만 무언가를 시작한다.
그 전에는 이불 속에 누워서 공상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멍하니 툇마루에 앉아 산을 바라보거나....
오늘도 그렇게 10시 조금 넘어 마당을 어슬렁거리다 무밭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 한 번 내리고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풀들도 뽑아주고 제법 자란 무싹들을 솎아 주리라...
그런데 언제 올라가셨는지 벌써 밭 일을 마치고 내려오시는 할머니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도라지를 한 바가지 나누어 주신다.
껍질 벗겨 짝짝 찢어서 소금에 바락바락 주물러 고추장 넣고 물엿 넣고 무쳐 먹으라 하신다.
고마운 마음에 어리버리 감사하다는 말만 연신 내뱉고는 도라지를 한 참 쳐다 보다가 이내 결심했다.
그래 오늘 도라지 무쳐 먹지 뭐!
도라지를 씻고 껍질을 벗기고 잔뿌리를 다듬고 칼로 가늘게 갈라내고....
쪼그리고 앉아 고개 쳐박고 꼬박 손질하고 소금에 주물러서 무쳐내니 그냥 저녁 반찬이다.
즉 저녁 밥 먹을 시간이 된 것이다.
내가 직접 밭에서 캐기까지 했으면 정말 아침에 캐서 저녁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도라지구나...
고생은 했으나 막걸리 안주로는 최고!
내 평생 돈 주고 사보지 않은 도라지를 이렇게 많이 먹어보다니 ㅎㅎㅎ
오늘 아침 눈을 뜰 때만 해도 하루종일 도라지와 씨름 할 줄은 몰랐었다.
덕분에 무 밭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역시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것이 사람 일이다...ㅋㅋ
용가리가 내 맘에 쏘옥 드는 가구(?)를 제작했다.
우리집은 부엌, 욕실, 다용도실이 워낙 콤펙트하다.
그래서 공간 활용이 매우 중요한데 다용도실의 세탁기 틈새 공간을 적절히 활용하고 싶었다.
쌀이나 각종 부식들을 둘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 대충 세탁기 틈새에 넣어 두었는데 그 곳에 놓을 적당한 선반 같은 것을 제작했다.
역시 못을 사용하지 않고 끼워 맞추어 제작.
다용도실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이래서 맞춤가구 맞춤가구 하는구나...ㅎㅎㅎ
이제 용가리에게 필요한 주문을 좀 넣어도 되겠다.
내 평생 용가리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역시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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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우면 저도 책장을 주문하고 싶어요....
장래가 기대됩니다.
장래가 기대된다는 말씀 용가리에게 전해주겠습니다^^
바퀴까지 달면 아주 그만이겠어요. 멋있어요
오~ 바퀴!
"handy man"은 어디서나 존재가 빛나지요. ㅎ...옆에 두고 사시니 복이십니다. ^^
제 복이 되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겠는걸요 ㅎㅎㅎ
한치 앞 도 내다 볼 수 없는 사람일의 오늘의 결론이......도라지 한 바구니 라면....인생 살아볼만 한데요? ㅎㅎㅎㅎㅎ 목감기 달고 살고 있는 저희 부부.... 도라지 한 바구니 받아 볼 수 있는 내일을 희망해 봅니다 ^^
맞아요.. 인생 뭐 별거 있나요..
알고 보면 도라지 한 바구니보다 더 중한 것도 덜 중한 것도 없는 게 인생 같기도 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