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에 나가서 새 신발을 샀다.
간청재 다니면서 처음 구입한 빨간 장화가 수명을 다 했다.
여기저기 찢어져서 정들었지만 아쉽게도 작별을 고했다.
이번에는 파란 장화.
빨간 장화가 가벼움에 중점을 두어 구입한 것이라면
파란 장화는 좀 더 무게감 있고 축대의 거친 풀을 제거할 때 뾰족한 가지에 찔려도 구멍이 잘 나지 않을 것 같아 구입했다.
매끈한 새 장화를 장만하니 기분이 좋다 ㅎㅎㅎ
새 장화를 신고 무씨를 뿌리고 배추 모종을 심었다.
무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어찌나 귀여운지....
올라온 무싹 중 세 개는 고라니가 먹어버렸다.ㅠㅠ
탐스럽게 잘 손질한 밭 이랑에 이렇게 싹이 올라오고 있는 모습, 작은 모종이 자리 잡으려 애 쓰고 있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
고추도 말리기 시작했다.
끝까지 잘 마를지 마른 고추를 어찌할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고추가 빨갛게 되어 말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 봉암사에 다녀왔다.
하안거는 끝났지만 봉암사는 다시 한 달 공부에 들어갔다.
잠시 틈이 난 시간에 스님을 뵙고 왔다.
동암 마당에는 상사화가 피었고 스님도 좋아보이셨다.
봉암사 입구에서 너도님과 상봉하여 함께 스님을 뵈었다.
내려오는 길에 샀다며 40년 전통 그리운 양수리 떡집 가래떡과 절편을 건네주셨다.
놀토가 시작되면서 새벽 양수리 나들이를 하며 떡을 먹고 커피를 마시던 시절이 언제인가 싶다....
돌아가는 우리들에게 스님은 전단향 자투리를 광목 보자기에 넣어 주셨다.
천재조각가에게 전단향 불상을 맡기시면서 조각하며 남은 나무 자투리들을 하나도 버리지 말고 가져오라 하셨단다.
돌아오는 차 안에 전단향 향기가 진동을 한다. 왠지 명상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천재조각가가 불상을 조각하면서 떨어져 나온 나무 자투리와 가루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스님께 가져다 드리자 스님은 주머니에 넣어 우리에게 주셨다. 집 안에 은은한 전단향이 감돈다.
문경까지 갔으니 빈 손으로 올 수는 없지.
은척에 들러 막걸리를 샀다.
양조장에 들어서서 막걸리 사러 왔다 하자 박스로만 팝니다...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용가리 무심한 듯 대답한다. 두 상자 실어 주세요...
막걸리 두 상자를 싣고 돌아오며 둘이 낄낄댔다.
'우리가 초짜인 줄 아나봐'
'그래서 내가 약간 거만하게 두 상자 실어주세요 했지'
'그래서 기분 좋냐?'
우리는 참 별거 가지고 으스댄다 ㅋㅋㅋㅋ
그래도 먼 길 다녀왔다고 아는 이웃도 별로 없지만 이웃과 막걸리를 나눴다.
막걸리 한 상자 2만 6천원. 이 정도 가격에 이만큼 기분 좋게 하는 물건도 없는 것 같다....
막걸리 나눠주고 간청재에 돌아오자 벌써 어둑해진다.
후다닥 밭에 나가 오이, 깻잎 따고 대파 쑥 뽑아와 골뱅이 넣고 버무렸다.
구찮아서 접시에 담지도 않았다. 말랑한 절편과 골뱅이무침, 그리고 은척막걸리...우리의 저녁밥이다.
영양소가 골고루 갖춰진 질 높은 밥상!
오늘 아침 어리연이 피었다.
올해는 수련도 보고 어리연도 보고...횡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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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참 단정합니다, 돌담도 커튼도, 떡조차도...
막걸리 명상!
ㅎㅎ 막걸리 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