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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surprise! 2016/08/10

by jebi1009 2018. 12. 27.



'오후 배송예정' 이라는 택배 문자를 받았다.

이상하다....택배 올 물건이 없을텐데...

야무지게 포장된 물건이 도착했다.

예상치 못한 물건을 받아 설레는 맘으로 열어 보니 정성스레 포장한 잼이 두 병...

우와~ 활골에서 보낸 아로니아잼이 들어 있었다.

들어는 보았나 아로니아잼!!

이 더운 날 잼을 만든 것도 감동이고 잼을 담은 예쁜 병도 감동이었다.

무엇보다 활골에서 왔다는 것이 정말 surprise!







간청재에 이사하기로 마음 먹고 준비하고 있을 때 우연히 온라인으로 알게 된 활골...

거창하게 귀농 귀촌이 아니라 그냥 다른 동네로 이사하는 것이라는 점도,

달리는 자본주의 급행 열차에서 뛰어내렸다는 점도,

농촌 생활에 어설프다는 점도,

시골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감사하고 신비롭고 새롭게 느낀다는 점도 참 비슷한 것이 많았다.

그래서 남 같지가 않았다. 그랬다. 남 같지가 않았다.

커피 로스팅을 하면서 커피를 보내 주고 싶었다.

혹 커피를 마시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활골 홈페이지를 통해 조심스레 물어봤는데 안주인이 커피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게 커피를 보냈었는데 부자된 것 같고 행복하다는 문자를 받고 기분이 좋았었다.

그 안주인이 아로니아 꼭지를 따고 씻고 다듬어 두 시간 넘게 불 앞에서 만든 잼을 보내 준 것이다.

아까워서 먹지 못할 것 같다는 감사의 문자를 보냈더니 요구르트나 우유에 타서 드시면 좋다는..맛있게 드시라는 답문을 받았다.

나도 정말 부자된 것 같고 행복했다.

언젠가 활골 생활을 엿보다 웃음이 났다.

활골 사진에서 보이는 책이나 소개하는 책을 보면 우리집에 있는 책이랑 거의 똑같다 ㅎㅎ


자본주의 급행 열차에서 뛰어내리기를 참 잘 했다

퇴근길 막히는 올림픽대로 한 가운데서 갑자기 머릿속에 한 줄기 봄바람이 살랑 불더니 열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어졌다. 그리고 뛰어내렸다. 단순하다.

열차를 갈아타거나 열차 칸을 옮기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확 뛰어내리면 되는 것이었다...

인생사 단순한 것이 최고!








단순하게 텃밭을 보다 보면 정말 surprise다.

요즘은 오이와 호박이 나를 놀래킨다.

오이는 눈 부릅뜨고 30분만 지켜보고 있으면 아마 크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돌아서면 커 있고 돌아서면 또 커져 있다.

호박도 참 기특하다. 작년에는 호박을 하나도 못 만났었는데 올해는 벌써 여서일곱 개는 딴 것 같다.

그리고 어찌나 예쁘게 생겼는지....먹기에 아까울 정도다.

두 개는 정말 누런 호박이 될지 몰라 그냥 두어 보기로 했다.







대량의 멸치볶음을 보고 용가리가 놀랬다.

니 술안주 만드냐? 한 동안은 걱정 없겠다 ㅋㅋ

항상 큰 죽방멸치를 손질해서 볶아 먹으니 멸치 머리 따다가 지쳐 많은 양을 볶지 못했다.

이번에는 너도님과 남해를 거쳐 삼천포에 들러 멸치 쇼핑을 하는 김에 볶아 먹는 멸치를 샀다.

아니..너도님이 하사하셨다. ㅎㅎ 멸치 뿐 아니라 푸짐한 회와 문어까지....감사감사....

마늘 청양고추 땅콩 아몬드 멸치...땀 흘리는 김에 한 냄비 볶았다.

볶아 놓은 멸치를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 ㅎㅎ


따글따글한 태양 아래서 폭염주의보 재난 문자를 연속 받지만 간간히 바람이 불고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진다.

세상 넘어갈 것 같지 않던 태양도 뉘엇뉘엇 넘어가면 제법 쌀쌀하기까지하다...

볶아 놓은 멸치에 병곡에서 사다 놓은 막걸리 한 사발이면 시원한 바람까지 한 몫하여 부러울 것이 없다.

사는 게 별거냐 그냥 단순하게 단순하게....그러면 세상 모든 것이 surprise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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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도바람 2016/08/13 16:55

    꽂병에 꽂아두어도 가히 과하지, 들기름과 새우젓으로 볶아 먹은 예쁜 호박 고맙소.
    대개는 속을 파내고 볶는데 간청재 호박은 야들거려 씨 한톨 버리지 않고 볶았다는...

    • 제비 2016/08/16 11:56

      호박들이 너무 불쌍해서 물 받아서 몇 번 줬어요..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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