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배달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가까운 곳에 걸어가 외식을 할 수도 없는 산골마을...
먹는 것에 그리 신경 쓰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 저녁은 뭘 해서 한 잔 하나...하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된다.
귀찮기도 하고 바깥 음식이 땡길 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마천면에 나가서 음식을 포장해 올 때도 있다.
그나마 치킨집이 생겨 다행이다. 주문 전화 넣고 가지러 가면 치맥이 가능하니까 ㅎㅎ
그리고 다음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국음식이다. 양장피 두 번 포장해다 먹었었다.
기본적으로 한 끼 해결이 원칙이라 밑반찬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다.
게다가 두고 먹는 밑반찬을 별로 선호하지 않아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것이 보기 싫기도 하다.
그래도 가끔 하는 것은 달걀장조림과 멸치볶음 정도...
요 두 가지는 남아 나지 않는다. 반찬 보다는 술안주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ㅎㅎ
그래도 요 두 가지 하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요즘은 텃밭의 채소들이 마구 생산되면서 먹어 주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요 며칠 작열하는 태양 속에서 풀 뽑기를 잠깐 멈추고 내실을 다지는 일(?)에 주력했다.
시간과 힘든 것은 풀 뽑기나 마찬가지....
우선 들깨가 자라면서 풍성해진 깻잎을 따서 양념깻잎을 해서 넣어 두었다.
벌레 먹어 숭숭 뚫린 잎을 자랑하는 열무. 매번 열무를 볼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저걸 어쩌나...저걸 어쩌나...열무 부침개를 해 먹을까...
큰 맘 먹고 열무김치에 도전했다. 나의 처녀작이다. 김치 처녀작!!
텃밭에서 열무 뽑고 다듬고 절이고 담가서 김치통에 넣기까지 정말 하루 해가 걸렸다.
'짜면 못 쓴다. 풋내나게 뒤적거리지 마라. '
엄마가 명심하라고 일러 주신 두 가지를 생각하며 혼신의 힘을 다 했지만
짠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맛이 나면 어쩌나 엄청 긴장하고 있다.
아무리 이상한 맛이 나도 다 먹을 테니 걱정 말라는 용가리의 응원이 있었지만 그다지 자신이 없다.
김치는 버무려 바로 먹는 그 맛이 진짜 맛이 아니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불안하다.
얼마 전에는 양양에 사는 선배 부부가 보내 준 옥수수 100개를 삶는 대 장정을 펼쳤다.
사실 나는 옥수수를 무척 좋아해서 서울 집에서도 옥수수를 100개 삶기도 했었다.
작은 들통에 가스불로 삶으니 거의 새벽 3시까지 삶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 삶은 옥수수는 실컷 먹고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한 번씩 쪄서 먹으며 오래 먹을 수 있어 좋다.
양양에서 부친 옥수수는 마천까지 오지 못했다.
마천 추성 방면은 택배 불가란다. 산골 오지마을이 맞는갑다. ㅠㅠ
옥수수 찾으러 함양까지 갔다. 함양 다녀오니 시간이 늦어 다음날 삶기로...
아침부터 서둘러 껍질 벗기고 불 피우고 삶고...12시가 넘어 끝이 났다.
산골마을에서 옥수수는 별로 인기 없는 품목이지만 그래도 혼자 먹기 아쉬워 이웃들에게 조금 돌리고....
둥이 엄마가 엄청 좋아해 주어서 보람이 있었다. 역시 통하는 데가 있다...옥수수 좋아하는 것도 말이다 ㅎㅎ
돌아와 솥 닦고 옥수수 소분 포장해서 냉동고에 넣고...
전날 옥수수 찾는 일까지 생각하면 옥수수 삶기도 역시 하루 해가 걸리는 일이다.
아...이 곳에서는 뭐만 시작하면 하루 해다.
뭐하고 뭐하고 뭐해야지...하는 마음은 첫 번째 ‘뭐하고’ 에서 항상 끝이 난다. ㅎㅎ
열무김치를 담고 나니 저녁때다. 텃밭에서 오이와 가지를 땄다.
지난번 따 놓은 고추와 호박도 있어서 이왕 땀 흘린 김에 전을 부치기로 했다.
오이는 양파와 무치고...막걸리 한 잔과 어울리는 한 상이 되었다.
모둠전의 하이라이트는 분홍색 소세지!!
용가리와 둘이서 낄낄대며 사다 놓은 분홍색 소세지.
역시 분홍색 소세지전이 가장 먼저 없어졌다. 햄 따위 개나 줘버려 ㅋㅋ
내일은 또 뭘 해서 한 잔 하나~
크기도 색깔도 실망시키지 않는 분홍소세지 ~
덧붙이는 말
드디어 간청재 작은 연못에 연꽃이 피었다. 먹는 얘기만 하다가 잊을 뻔 했다. 기특하여라~
올 첫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더위와 상관없이 항상 따뜻한 커피를 즐기지만 열무 절여지는 동안 아이스커피를 내렸다.
서버에 얼음을 깔고 진하게 커피를 내려 얼음 추가! 아..맛있다.
역시 귀찮은 만큼 맛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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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전이 아주 맛있게 보입니다. 오이와 양파무침도요....
아이스 커피는 감이 안잡혀요.
저도 옥수수를 좋아합니다.
동경에서 먹는 옥수수는 찰진게 아니랍니다.
찰옥수수가 맛있기는 하지만 옥수수는 다 좋아요~
모든 것은 안주로 통하는 집...ㅎ. 여기도 7월 들면서 시작된 무더위가 계속입니다. 캐나다 와 살면서 가장 덥고 건조한 여름인 것같아요. 그래봐야 숨 턱턱 막히는 한국, 제 고향 대구의 여름과는 감히 비교불가이긴 합니다. 산골은 그래도 견딜만 하지요?
치피님, 안녕하시지요? 전세계적으로 덥다더니, 캐나다도 무척 더운가 보네요. 제가 사는 오하이오도 제법 더워요. 오늘 화씨로 90도라는데 체감기온은 100도쯤 된다네요. 헉~ 하게 덥네요. ㅎㅎ 좋은 여름 보내시길 바래요~.
한 낮 태양이야 뜨겁기는 하지만 그래도 산골 바람이 시원은 해요..그리고 무엇보다 열대야가 없어서 정말 좋아요^^
풀 뽑는 일을 멈추고 내실을 다지시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요. ^^ 좋아하시는 옥수수 삶는 일을 하셨군요.
옥수수를 삶아서 냉동 보관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다시 꺼내 해동한 후 한 번 더 쪄서 드시는 모양이네요.
전 며칠 전 부추전을 한 30장 부쳐 냉동실에 쟁여 놓았습니다. 가끔 한 장씩 꺼내 팬에 데워 먹으면 괜찮더라고요.
크기도 엄청 큰 분홍소시지, 이거 먹어본 지도 오래 되었네요. 그 분홍소시지의 내용물이 무엇인가에 대해 왈가왈부 했던 기억나는데, 그 속엔 도대체 뭐가 든 건지 아직도 확실히 모른다는... ㅎㅎㅎ
오~ 부추전 30장이라니...왈리님 대단하세요!!
전 서너장 부치면 한계점에 다다르는데...
분홍소세지와 매점 햄버거가 항상 말이 많았지요
닭대가리가 들었네 어쩌네 그러면서 ㅋㅋㅋ
한상 근사하게 차리셨네요.
농활 갔을 때에 선배가 잘난 척하면서 담근 열무에서 석유내가 나서 하나도 못 먹고 버렸던 기억이 있는데, 제비님은 손재주가 있으신 듯합니다.
분홍소시지 안에는 어묵이 ㅋㅋ 그래도 옥수수 백 개 드시는 동안 뺄라그라 병 안 걸리게 분홍소시지 드셔 주심이 좋을 듯하네요.
다행스럽게 석유냄새는 안 나고 열무김치 맛이 나요 신기신기 ㅎㅎ
단지 붉은 고추를 갈아 넣지 않아 비주얼이 좀 빠지는 듯...
앙 저도 분홍 소세지 무쟈게 좋아합니다 ^^ 초딩 입맛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 중 단연 최고는 바로 이 분홍 소세지지요....엄마가 달걀물에 입혀 튀겨주시면.... 한 접시 비우고 한번 더! 외칩니다.....
살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다보니 더 먹고잡네요 ^^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 애청자 입니다. 나오는 구성진도 연출자도 팬심 가득 담아 하트 뽕뽕 날리며 시청하는데....거기에 나오는 냄비, 국 끓이는 냄비와 아궁이스트 라는 신조어가 무척이도 어울리는 불피우는 드럼통이 제비님 댁 간청재에도 있군요...... 하트 뽕뽕 튀어 나옵니다 ㅎㅎ
혹 벨라님 한국 오시면 분홍소세지 달걀 입혀 부쳐드리지요 ~
제 생각에 분홍소세지는 생산중지되지는 않을 것같아요. 수많은 햄과 소세지 사이에서 당당하게 아직도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