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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일방적인 품앗이 2017/12/16

by jebi1009 2018. 12. 29.



겨울 분위기, 겨울 냄새, 겨울 느낌....

나는 봄 여름보다 가을 겨울이 더 좋다.

없는 사람은 겨울보다 여름이 지내기 낫다고 하니 나는 아직 가진 것이 많은가보다. ㅎㅎ

연이어 쨍하게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눈까지 한 판 내려 얼어붙은 눈가루가 흩날렸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도 바람만 불지 않으면 그럭저럭...

게다가 햇님이 반짝 맑은 날은 더 그럭저럭...

하지만 날이 추워지려하면 바람부터 불어대니 마당에 조금만 내려서도 콧물이 난다.

뒤뚱거릴만큼 옷을 껴입고 눈 그치기를 기다려 눈 치우러 내려가니 콧물이 줄줄...

움직일 일이 없어도 눈이 쌓이게 내버려두면 얼어붙어 낭패를 보니 부지런히 치워야 한다.

콧물 한바가지는 들이마셔가며 등줄기에 땀나게 눈 치우고 들어와 방바닥에 등짝 붙이고 잠시 누워 허리를 편다.


작은 구들방 하나지만 매일 불을 때니 나무가 솔찮게 들어간다.

작년 이웃 스님의 도움으로 피죽을 사서 쌓아 두고는 내년까지는 걱정 없겠다 뿌듯했는데

나무가 줄어드는 속도를 보니 조금 걱정이 되었다.

사실 주 난방은 석유보일러이기 때문에 겨울 동안 구들방에서 자지 않으면 되지만

시골에서 나무는 그냥 연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 같기도 하다.

옛날 곳간이 그득하면 안 먹어도 배 부른 그 느낌....

땔나무를 쌓아 두는 것은 시골생활의 위안? 자신감? 뭐 이런 것을 준다. 내 경우에 말이다...


이런 와중에 짜잔~ 우리의 정신적 지주인 둥이 아빠가 연락을 해 주었다.

나무 사러 가는데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트럭이 없어 나무를 사면 나무 값보다 운반비가 더 많이 든다.

그런데 트럭 가진 둥이 아빠가 기꺼이 나무를 운반해 주었다.

물론 나무 구입도 도와주고...

우리야 어디서 나무를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일도 모르는 멍충이들 아닌가.

이번에는 피죽이 아니라 참나무를 통으로 샀다.

둘이서 내리는 것을 보니 무게가 엄청난 것 같았다.

이제 그 나무를 잘라서 도끼로 쪼개서 장작으로 쓰면 되는 것이다.

며칠 두고 보다가 용가리가 전기톱으로 자르기를 시도했다.

피죽은 전기톱으로도 가능했지만 통나무는 힘이 드는 듯....

그 중 별로 굵지 않은 놈들로 몇 개 자르는데 두어시간이 지났다.

고민하다 또 둥이 아빠에게 연락하여 엔진톱을 빌리기로 했다.

짜잔~ 보무도 당당하게 엔진톱을 들고 둥이 아빠가 나타났다.

톱만 빌려서 자르고 돌려주려 했는데 몸소 시범을 보이고 사용법도 가르쳐줄 겸 직접 온 것이다.

잠시 사용법만 익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몇 분 만에 다 잘라버렸다.

두어 번 용가리도 자르기는 했지만 거의 대부분 둥이 아빠가 잘랐다.

산판장에서 들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뭐 솔직히 직접 들어본 적은 없지만 상상으로 말이다. ㅎㅎ







전기톱으로도 자를 수는 있지만 날을 바짝 잘 갈아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전기톱은 날이 다 나갔다고 했다.ㅠㅠ

지난번 피죽 자르면서 내가 막 썼나?

톱이나 예초기는 날을 잘 갈아 써야 한다며 지도편달해 주었다.

요령도 없고 힘만 들고 일은 안 되고....그게 다 사전 준비를 갖추지 못해 그런 것 같다.

나머지는 반복을 통한 학습.

일하는 둥이 아빠를 보니 리스펙!!

우리도 몇년 후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있겠지? 있을거야 !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품앗이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품앗이 -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

품을 지기만 하고 갚을 일이 없다는 것...ㅠㅠ

우리는 빌려줄 농기구나 공구 트럭 등등도 없고 일하는 것도 아직 서툴러서 막 나서서 해 줄 수 없다는 것.

살면서 갚을 날이 오겠지...빨리 와야 할텐데.....

우리가 일을 잘 해서 둥이 아빠가 막 불러다 막 부려먹었으면 좋겠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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