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에 와서 20 여일 동안 함께 했던 방문객이 돌아갔다.
역시나 그 방문객은 도착하는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우리의 긴장을 놓지 못하게 했다.
어찌하여 그 방문객은 매번 도착할 때와 떠나갈 때 뚜껑 열리는 일을 안 하면 안되는 것일까...ㅠ
이번에는 지도 찔렸는지
'아니야, 나 요즘에는 절대 안 그래 엄마 아빠 있는 데서만 그러는거야..'
도착하는 날 항상 하던 대로 예매했던 차를 놓치고 다음 차를 타고 오는 바람에 깜깜한 밤에 도착했고
돌아가는 날도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딸아이가 왔다 가면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울적한 기분이 든다.
딸아이도 더 있다 갈까..하면서 서로 서로 애틋함을 마구 발산하다.
그. 러. 나 막 출발하려고 짐을 다 챙겼는데 딸아이가 지갑을 못 찾는 것이다.
간청재 내려온 이후 지갑을 쓸 일이 없어 신경도 쓰지 않다가 돌아가는 날 챙기니 없는 것이다.
아니야..가방에 있어..아니야...이상하다..
여기 저기 뒤적거리고 차 바닥까지 살폈는데 없다.
너 서울에서 안 가져온 것 아냐?
아니야 분명 내가 버스에서 손에 쥐고 내렸고 여기 와서도 본 기억이 있는데?
난 여기서 니 지갑 본 기억이 없다..
아냐..본 것 같아..용가리도 한 마디.
어째 우리 딸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것일까?!
내 생각에 분명 버스나 길바닥에 흘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함양 지리산고속에 전화해서 혹 25일 분실물 들어온 것이 없냐 물었더니 지갑 있다며 찾으러 오란다.
참나...작년에 흘린 지갑 해가 바뀌고 찾으러 가네 그려...
한바탕 난리를 치고 함양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지리산고속 사무실로 가서 지갑을 찾았다.
우리는 차에서 기다리고 딸아이가 가서 가져오는데 지갑을 가져오면서 하는 말
'저기 지갑 엄청 많던데? 나만 지갑 잃어버린 거 아니네 뭐..'
그래 잘났다. 잘났어...
그래도 이상한 것은 나도 많이 겪어봐 단련이 됐는지 전에 만큼 열딱지가 뻗치지는 않았다. ㅎㅎ
이 방문객은 언제쯤이면 이런 난리굿 없이 왔다 가게 될까...........................휘휴~
딸아이 터미널에 데려다 주러 나가는 것이 거의 1주일 만의 바깥 출입이었다.
눈이 엄청 내리고 게다가 기온이 많이 내려가 차를 움직일 수 없었다.
봉암사 스님 뵈러 가려고 했던 약속도 지킬 수가 없었다.
눈발이 조금 잦아들고 해가 비치면 눈을 밀었지만 워낙 추워서 금방 얼어붙었다.
눈만 치우면 어찌 그리 콧물이 흐르는지...한바가지의 콧물은 흘린 것 같다.
눈이 계속 내리고 추위가 계속되니 딸아이가 서울에 돌아가는 것도 힘들것 같았다.
딸아이는 눈이 더 와서 못가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 반,
제 날짜에 돌아가서 일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 반인 것 같았다.
그 마음 나도 알지..ㅋㅋ
그러다 주말에서야 날이 풀려 마을길도 다 뚫린 것 같았다.
눈이 많이 내린 날 쌓인 눈 때문에 눈이 너무 부신 것에 감탄하며
길 상태도 살펴볼 겸 둘둘 감고 밖으로 나가 잠시 집 뒤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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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하하하 저에게도 늘 일어났었고 멀지 않은 미래에 제 딸아이에게도 일어날법한 상황일 것 같아 마구마구 웃어져요. 엄마와 딸 ^^
처마끝 고드름도....... 눈내린 간청재도....... 예쁨니다. 제비님의 포스팅은 고국떠난 이방인, 저같은 신세에게는 늘 그리움을 더해주셔서........ 미워용 힝!!!!!!!!!!!!!!
저에게는 별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라 더 심하게 뚜껑 열리는 날이 많았나 봅니다. ㅎㅎㅎ
벨라님은 산골 사는 저에게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보여 주셔서.....이뻐요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