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겨울 나기는 일단 땔감과 보일러 기름이 충분하면 그럭저럭 지낼 수 있다.
먹거리는 가끔 면에 나가서 사 오면 되고 혹 눈이 와서 본의 아니게 갇혀 있게 될 경우 냉장고 파 먹기 하면 일주일 이상은 문제 없다.
맥주와 소주만 잘 비축하면 되고 와인은 연말 박싱데이 할 때 저렴한 가격으로 좀 쟁여 놓았으니 안심이다.
산골 겨울밤 술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 ㅎㅎ
가끔 눈 치우는 일이 아니면 집 안에서 열 발자국 이상 움직이지 않으니 앉아서 꼼지락거리는 일만 하게 된다.
동네에는 추운 날씨에도 산책하거나 산에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마치 집 밖으로 나가면 큰 일 나는 양 집 안 따뜻한 햇살 비치는 창가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는 것만 좋아한다.
나는 팟캐스트 들으며 뜨개질을 하게 되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고
용가리는 인터넷 동영상 보며 기타 연습에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담백한 빵이 먹고 싶은데 빵집은 너무나 멀어서 추운데 나가 사 오느니 그냥 말지...하다가
그래..오븐도 있는데 한 번 구워 보지 뭐..이런 기특한 생각이 들어 빵까지 굽게 되었다.
그리하여 뜨개질 옷 서너 벌과 담백한 통밀빵을 얻게 되고 용가리는 신곡 두어 곡을 마스터(?)하게 되었다.
사실 마스터한 곡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더 맞다.
맨날 안 되는 곳은 계속 안 되고 어떤 날은 되고 좀 지나면 또 안 되고 또 되고...
그래도 악보 찾아서 연주 동영상 보면서 그것도 휴대폰 화면이 작아서 돋보기 끼고 보면서 악보 외워 치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기도 하다.
언젠가는 완성된 연주곡을 들을 날이 오겠지...올까?
어쨌든 땅이 쉬는 겨울에 덩달아 우리도 쉬면서 뜻하지 않은 결과물들을 얻게 되었다.
참 괜찮은 나날들이다...
* 해마다 잊지 않고 연하장을 보내 주시는 가온건축 노은주 임형남 소장님...
* 멀리 이탈리아 남부 도시에서 날아온 예쁜 캔디. 유럽여행 다녀온 둥이네의 선물이다. 힘들고 정신 없었을텐데 산골마을 이웃을 위해 챙겨오다니....식구들 모두 잘 다녀와 내가 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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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장인이 되어 가시는 듯 합니다. 아랑무늬가 예뻐요.
진정 뜨개질 장인은 huiya님이신데요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