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 갇히기(?) 직전 옆 골짜기 청매암과 천재조각가 공방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해도 바뀌고 겸사겸사....
목공을 쉬는 바람에 조각가 얼굴 본 지도 오래 되었고 연관스님이 써 주신 간청재 글씨 서각도 의뢰할 겸,
바닥과 한 몸이 되어 뒹굴거리는 딸아이도 바닥에서 떼어낼 겸.
그런데 마침 청매암 스님이 차 마시러 오라는 연락을 주셨다.
청매암에 먼저 들러 새해 인사도 드리고 스님의 향긋한 차도 마셨다.
순둥이 깜돌이와 새침한 양이가 맞이해 주었다.
먼저 귀한 중국차라며 내어 주시고 나중에 스님의 녹차를 내어 주셨는데 역시 스님 차가 맛있다.
딸아이를 보며 곶감이며 과일이며 누룽지까지 이것저것 내어주시며 권하신다.
스님 토방에 못 보던 탁자 세트가 놓였다.
조각가의 솜씨라 하셨다.
조각가는 청매암의 산신각과 약사전 불단을 먼저 만들었고 지금은 약사전 불상을 만드는 중이다.
단아하고 깔끔한 불단을 보고 참 예쁘다...를 연발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꼼꼼한 스님의 눈을 통과했다면 예쁘지 않을 수 없는 작품들이다.
돌아가는 우리에게 제주 보리찐빵을 한아름 안겨주셨다.
이렇게 스님은 우리를 먹여 살리신다. 과일이며 곡식이며 가끔은 된장 고추장 김치도...ㅎㅎㅎ
보리찐빵은 눈으로 갇혀 있는 며칠 동안 우리들의 훌륭한 먹거리가 되었다.
딸아이에게는 특별히 금꽃이 있는 잔에 차를 내어 주셨다.
목공하러 다닐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갔었는데 꽤 오랜만에 방문하는 공방이었다.
목공 가지 않더라도 커피는 종종 볶아 가져다 주려고 했는데 그게 영....쩝...
목공 중단하고 처음 가는 것이다...이 게으름 ㅠㅠ
마실가는 기분으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지만 도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
간청재는 경상남도, 공방은 전라북도.
내가 있는 이곳 마천과 공방이 있는 산내는 가깝지만 참으로 분위기가 다르다.
대부분의 귀촌한 사람들은 산내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어쨌든 하루에도 몇 번씩 경상도와 전라도를 넘나든다. ㅎㅎ
바쁜 일은 끝냈지만 또 일감이 많이 들어와 조각가의 공방은 조용하지만 쉬지 않고 움직였다.
일이 계속 있다는 것은 다행 중에 다행이다.
이제 5월에 둘째가 태어난다는 반갑고 기쁜 소식도 들었다.
열심히 벌어라...ㅎㅎㅎ
봉암사 동암에 걸릴 목불 탱화도 거의 완성단계다.
천불 조각도 계속 하고 있고 다른 불상도 조각 중이다.
간청재 서각을 부탁하니 가르쳐 줄테니 직접 하라고 난리다.
일단 전문가의 작품을 걸어 놓고 보고 익혀 나중에 직접 하겠노라고...
만일 내가 한다면 그것을 걸어 놓고 볼 때만다 얼마나 눈에 거슬리겠는가!
차차 익혀서 간청재 7언 싯구는 내가 하던지 아님 용가리 시키던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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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꽃에 찻잔과 차탁이 어우러져서 꽃송이로 보여요. 저도 어딘가에 안정된 생활을 한다면 조각가님이 만드신 탁자와 의자를 쓰는 생활을 하고 싶네요.
나무로 만든 생활용품이 있으면 괜히 마음이 따뜻하고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경상도와 전라도를 넘나드는 수고(?) 하실만 한걸요? 천재 조각가 라는 말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집니다. 정말 정말 예쁘네요. 봉암사 동암에 걸릴 목불탱화! 저도 완성되어 걸어지면 볼 기회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래집니다 ^^
불상 조각을 보면 종교적 의미를 떠나 그냥 아름답습니다. 벨라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기를 저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