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잠자리 들기 전에 양치질을 하는데 갑자기 물이 안 나오는 것이다.
이게 뭥미???
순간 머릿속이 뜨끈해지면서 지하수가 말랐나? 펌프가 고장났나? 앞으로 어떻게 살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치약을 마저 닦아내지도 못하고 용가리에게 알렸다.
일단 용가리는 창고로 가서 지하수 펌프와 연결된 전기 차단기부터 살피고 비상용 생수 한 통을 들고 왔다.
전기는 이상 없다며 아마도 압력스위치가 나간 것 같다고 했다.
펌프에 달린 압력스위치는 소모품이라고...
내일 동이 트면 살펴보자고 했지만 나는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용가리는 '내가 너 때문에 이 밤중에 나간다'라고 말하며 손전등과 휴대폰을 챙겼다.
내가 불을 비추고 일단 관정을 열었다.
대충 살펴 본 후 바로 전 날 택배로 온 작은 물건을 꺼내왔다.
그것이 바로 압력스위치다.
압력스위치 때문인지 잘 모르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교체하는 일.
먼저 인터넷으로 교체하는 것을 공부하고 관정 안에 있는 스위치를 잘 살피고 교체에 들어갔다.
오른쪽 왼쪽 전선 연결을 기억하느라 일단 사진부터 찍고 나사를 돌려 떼어냈다.
그리고 똑깥이 새것으로 다시 끼워 넣었다.
가슴이 두근두근...펌프가 돌아야 될텐데...
전원을 올리고 물을 틀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교체 전과 다름 없이 관정 안은 고요했다.
울고 싶었다...ㅠㅠㅠㅠ
펌프 자체가 고장났나..질소통이 어쩌고 하면서 용가리는 다시 인터넷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갑자기 급 피곤이 몰려오면서 만사가 귀찮아졌다.
에이 몰라 내일 아침 다시 살펴보자...이러고 있는데,
뭐가 문제일까...고심하던 용가리.
압력스위치를 이리저리 비교분석하더니 전선과 접지하는 부분의 차이를 발견했다.
접지된 부분도 함께 교체해야 하는데 전선에 달린 접지 부분을 놔 두고 힘들게 나사를 돌려 빼서 스위치 몸체만 교체했던 것이다.
다시 스위치를 장착.
다시 심장이 두근두근....
전원을 넣자 펌프가 돌았다. 만세!!!
'어쩐지 나사를 빼면 안 될 것 같이 생겼더라..'
용가리가 말한다. 그냥 접지 부분만 떼고 다시 끼우면 되는데 잘 몰라서 더 어렵게 낑낑된 것이다.
이 모든 일이 깜깜한 밤중에 일어났다는 것.
한 마디로 달밤에 쌩쇼를 한 것이다.
너무 신기한 것은 압력스위치를 구입한 바로 다음 날 밤에 펌프가 멈췄다는 것!
'어떻게 알고 이것을 샀어?'
'인터넷 보고 이것저것 알아보는데 이 스위치가 소모품이라고 하더라고...그래서 사 두었지.'
만일 압력스위치를 다음날 구입해서 교체하고 했더라면 하루 이상은 물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다.ㅠ
이런 기특한 용가리 ㅎㅎ
나는 펌프가 돌자 너무 기쁜 나머지 용가리를 두 팔 벌려 안아 주었다.
오밤중 엄청난 과업을 해 낸 우리는 엄청나게 피곤했지만 마음은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한 동안은 용가리 특별 우대 기간이 될 것이다~~
산골에서 살아갈 때 전기와 물은 정말 무지무지무지 중요하다.
전기에 문제가 생기면 물도 차단되고 모든 것이 먹통이 된다.
혹 지하수에 문제가 생긴다면 앞이 캄캄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물론 해결책을 찾아서 어찌어찌 살겠지만 생각만 해도 엄청 겁난다.
산골에서는 고라니 멧돼지 뱀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전기와 물이 무섭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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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용가리님 만세!에 동참합니다.
용가리에게 전해 주었더니 으쓱~ 했답니다. ㅎㅎ
제비님, 저를 커피 부자로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요새 필드,에서 일해요.^^
토요일 밤에 집에 와보니까 커피가 있더라고요.
근데 바로 답장을 못 했어요.
꽃차남과 벗들이 집안을 이사갈 집으로 만들어놔서요.
그거 치우고 잘 자고 그 다음 날에 다시 필드,에 나갔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끝나야 하는데..
그 난장판 속에서 잠들었어요.^^::
우리 집은 아버지와 아들이 있어서 이미 부자인데 욕심은 끝이 없네요.
커피 부자도 되고 보니 좋습니다.^^
필드일 몸 챙겨가면서 하시기를...
그리고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심진심진심~
그냥 무조건 화이팅!!! 임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