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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10월

by jebi1009 2019. 10. 11.

텃밭을 비워가는 수순이다.

땅콩을 수확했고 토마토와 피망을 정리했다.

이제 대파와 쪽파 그리고 김장 배추와 무가 남았다.

아...아직 고추도 남겨 두었다.

빨갛게 되고 있는 고추들도 있고 막 자라고 있는 고추들도 있어서 확 뽑아 버리기가 좀 그랬다.

지금 고추를 말리고 있는데 한 번 더 고추를 따서 말려야 할지 두고 봐야겠다.

고추 말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두어 번 말리면 그만 하고 싶다...ㅠ

고추를 말리려면 날씨에 엄청 민감해야 한다. 피곤 피곤...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도 비 예보가 있으면 딸 수가 없다.

햇님이 방긋거리는 날씨가 계속 되는 예보가 떠야만 고추를 딸 수 있다.

올해는 태풍도 자주 오고 비도 자주 와서 날씨 눈치 보는 것이 힘들었다.

고추를 따서 아침 해가 뜨면 득달같이 고추를 내어 놓고, 해 그림자가 지기 시작하면 또 들여 놓고...

어느정도 꾸득해지면 가위로 일일이 잘라서 펼쳐 놓는다.

그리고 계속 날씨 눈치보며 말려야 한다.

날씨만 받쳐주면 괜찮은데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 계속되면 낭패다.

어쨌든 먹을 만큼 확보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다음달 적당한 날 배추와 무를 뽑아 김장하고 나면 이제 텃밭은 비워지고 그 위로 하얀 눈이 쌓일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을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지만 지리산 내려오고는 1년이란 시간은 텃밭을 준비하고 텃밭을 채우고 또 비우는 시간.

텃밭이 비워지면 마음의 편안함도 함께 온다.

텃밭은 채워져 있어도 기분 좋지만 비워지면 더 기분이 좋다.

이 편안함과 좋은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ㅎㅎ







땅콩은 영 신통치 않아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땅콩이 달리기는 달렸다.

작년보다는 양이 줄었다. 벌레 먹은 것도 많고 일단 많이 달리지가 않았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잘 말려서 껍질 까고 저녁 술 안주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3년 만에 버섯 구경도 했다.

표고목 대여섯 개를 놓았는데 영 소식이 없어서 그냥 땔감으로 써야 하나....실망하고 있었다.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요 근래 정신 없이 서울 왔다 갔다 할 때쯤 버섯이 나왔었나보다.

며칠 전 우연히 용가리가 담배 피다 버섯을 발견한 것이다.

상태가 어떻든 일단 버섯이 나왔다는 것이 신기했다.

정말 저 하얀 구멍에서 버섯이 나왔다. 우와~~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땔감으로 쓰는 것은 좀 미루어야겠다.






과발육(?)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첫 버섯이라 나름 볶아먹고 된장찌개에도 넣어 먹었다. 커서 양이 많다 ㅋㅋ



마당 옆을 어슬렁거리는데 투둑..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밤송이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밤 주워야겠다.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덤불숲을 헤치며 알밤을 주웠다.

덤불숲에는 어떤 생명체가 그랬는지 밤을 까 먹은 흔적이 있었다.

밤 겉 껍질을 잘 벗기고 갉아 먹은 흔적...그리고 야무지게 겉 껍질 벗겨 놓은 흔적도 보인다.

사람이 이 곳에 와서 밤 껍질 까지는 않았을 거이고 어떤 생명체가 이렇게 껍질을 잘 깠지?

다람쥐가 이렇게 껍질 까서 먹나?  ^^;;






이제 구들방 군불을 때기 시작했고 아침 저녁으로 보일러를 돌린다.

곧 내복을 장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노란 파카를 꺼내야 할 것이다.

두 개의 파카가 옷걸이에 걸리는 시점에 맞춰 용가리가 옷걸이를 완성했다.

여름부터 기획, 제작했던 것인데 드디어 다 완성해서 벽에 설치했다.

여기서는 옷걸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추워지면 잠깐 마당에 나갈 때도 겉옷을 꼭 입어야 하고 여름에는 모자도 쓰고 나가야 한다.

일복을 매일 빨 수는 없으니 일복을 걸어 놓아야 한다.

잠옷, 실내복, 일복, 외투...이렇게 구분해서 입어야 하는 상황이라 옷걸이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둥형 옷걸이를 썼다.

그런데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고 좀 지겨워졌다.

처음에는 파티션 같은 것을 만들어 기둥 옷걸이를 좀 가려볼까도 했는데 답답해 보이고 실용성도 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벽쪽에 붙이는 옷걸이를 만들었다.

본 판은 나무를 구입해서 용가리가 만들고 옷을 거는 고리는 이케아에서 주문했다.

만들고 사용해 보니 나름 보기도 깔끔하고 (물론 사용하다 보면 또 지저분하게 옷이 걸릴 것이다 ㅠ) 활용도가 높다.

아래쪽에 청소기와 먼지떨이도 걸 수 있다.

큰 파카 두 개도 걸 수 있고 아래쪽에 일복을 따로 걸 수 있다.

용가리에게 큰 칭찬을 하사했다. ㅋㅋㅋ

이제 곧 파란 색, 노란 색 파카가 걸릴 것이다. 털모자와 목도리도....ㅎㅎ





그리고 하늘은 점점 더 쨍~소리를 낼 것이고 산그림자는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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