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비워가는 수순이다.
땅콩을 수확했고 토마토와 피망을 정리했다.
이제 대파와 쪽파 그리고 김장 배추와 무가 남았다.
아...아직 고추도 남겨 두었다.
빨갛게 되고 있는 고추들도 있고 막 자라고 있는 고추들도 있어서 확 뽑아 버리기가 좀 그랬다.
지금 고추를 말리고 있는데 한 번 더 고추를 따서 말려야 할지 두고 봐야겠다.
고추 말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두어 번 말리면 그만 하고 싶다...ㅠ
고추를 말리려면 날씨에 엄청 민감해야 한다. 피곤 피곤...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도 비 예보가 있으면 딸 수가 없다.
햇님이 방긋거리는 날씨가 계속 되는 예보가 떠야만 고추를 딸 수 있다.
올해는 태풍도 자주 오고 비도 자주 와서 날씨 눈치 보는 것이 힘들었다.
고추를 따서 아침 해가 뜨면 득달같이 고추를 내어 놓고, 해 그림자가 지기 시작하면 또 들여 놓고...
어느정도 꾸득해지면 가위로 일일이 잘라서 펼쳐 놓는다.
그리고 계속 날씨 눈치보며 말려야 한다.
날씨만 받쳐주면 괜찮은데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 계속되면 낭패다.
어쨌든 먹을 만큼 확보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다음달 적당한 날 배추와 무를 뽑아 김장하고 나면 이제 텃밭은 비워지고 그 위로 하얀 눈이 쌓일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을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지만 지리산 내려오고는 1년이란 시간은 텃밭을 준비하고 텃밭을 채우고 또 비우는 시간.
텃밭이 비워지면 마음의 편안함도 함께 온다.
텃밭은 채워져 있어도 기분 좋지만 비워지면 더 기분이 좋다.
이 편안함과 좋은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ㅎㅎ
땅콩은 영 신통치 않아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땅콩이 달리기는 달렸다.
작년보다는 양이 줄었다. 벌레 먹은 것도 많고 일단 많이 달리지가 않았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잘 말려서 껍질 까고 저녁 술 안주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3년 만에 버섯 구경도 했다.
표고목 대여섯 개를 놓았는데 영 소식이 없어서 그냥 땔감으로 써야 하나....실망하고 있었다.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요 근래 정신 없이 서울 왔다 갔다 할 때쯤 버섯이 나왔었나보다.
며칠 전 우연히 용가리가 담배 피다 버섯을 발견한 것이다.
상태가 어떻든 일단 버섯이 나왔다는 것이 신기했다.
정말 저 하얀 구멍에서 버섯이 나왔다. 우와~~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땔감으로 쓰는 것은 좀 미루어야겠다.
과발육(?)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첫 버섯이라 나름 볶아먹고 된장찌개에도 넣어 먹었다. 커서 양이 많다 ㅋㅋ
마당 옆을 어슬렁거리는데 투둑..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밤송이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밤 주워야겠다.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덤불숲을 헤치며 알밤을 주웠다.
덤불숲에는 어떤 생명체가 그랬는지 밤을 까 먹은 흔적이 있었다.
밤 겉 껍질을 잘 벗기고 갉아 먹은 흔적...그리고 야무지게 겉 껍질 벗겨 놓은 흔적도 보인다.
사람이 이 곳에 와서 밤 껍질 까지는 않았을 거이고 어떤 생명체가 이렇게 껍질을 잘 깠지?
다람쥐가 이렇게 껍질 까서 먹나? ^^;;
이제 구들방 군불을 때기 시작했고 아침 저녁으로 보일러를 돌린다.
곧 내복을 장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노란 파카를 꺼내야 할 것이다.
두 개의 파카가 옷걸이에 걸리는 시점에 맞춰 용가리가 옷걸이를 완성했다.
여름부터 기획, 제작했던 것인데 드디어 다 완성해서 벽에 설치했다.
여기서는 옷걸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추워지면 잠깐 마당에 나갈 때도 겉옷을 꼭 입어야 하고 여름에는 모자도 쓰고 나가야 한다.
일복을 매일 빨 수는 없으니 일복을 걸어 놓아야 한다.
잠옷, 실내복, 일복, 외투...이렇게 구분해서 입어야 하는 상황이라 옷걸이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둥형 옷걸이를 썼다.
그런데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고 좀 지겨워졌다.
처음에는 파티션 같은 것을 만들어 기둥 옷걸이를 좀 가려볼까도 했는데 답답해 보이고 실용성도 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벽쪽에 붙이는 옷걸이를 만들었다.
본 판은 나무를 구입해서 용가리가 만들고 옷을 거는 고리는 이케아에서 주문했다.
만들고 사용해 보니 나름 보기도 깔끔하고 (물론 사용하다 보면 또 지저분하게 옷이 걸릴 것이다 ㅠ) 활용도가 높다.
아래쪽에 청소기와 먼지떨이도 걸 수 있다.
큰 파카 두 개도 걸 수 있고 아래쪽에 일복을 따로 걸 수 있다.
용가리에게 큰 칭찬을 하사했다. ㅋㅋㅋ
이제 곧 파란 색, 노란 색 파카가 걸릴 것이다. 털모자와 목도리도....ㅎㅎ
그리고 하늘은 점점 더 쨍~소리를 낼 것이고 산그림자는 더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