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청재는 매화를 보고 빗소리를 듣는 집이다.
이번 봄에는 간청재가 이름값을 꽤 하고 있다.
매화가 이쁘게 피었다. 이렇게 풍성하게 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아님 내가 무심해서 몰랐던지....
오늘은 봄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매화를 보며 빗소리를 듣고 있다.
風茶雨酒라 했으니 술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재난문자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코로나 관련 외에도 강풍, 산불, 지진까지...게다가 이곳은 전라북도와 접하고 있어 경남과 전북, 그에 속한 여러 군에서 모두 문자를 발송한다.) 우리 생활은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가끔 장을 보기 위해 면이나 읍으로 나가는 것만 빼고는 이곳 백미터 반경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
이것은 이 난리가 나기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때가 되어 밭 갈고 감자 심고 꽃씨 뿌리고....
씨감자를 5천원어치만 사야 하는데 감자 파는 할머니가 내가 '반만 주세요'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냥 봉지에 담아 버려서 할 수 없이 만원어치나 가져 오게 되었다. 그래서 한 고랑 더 늘렸는데도 남았다. 재를 버무려서 심었으니 벌레 먹지 말고 잘 자라기를.
작년 수확한 감자 중에 아주 자잘한 것들은 귀찮아서 먹지 않고 놔 두었더니 이렇게 자라났다.
싹이 너무 나서 어찌될까 모르겠지만 그래도 궁금하여 몇 개 심어 봤다.
요즘은 고사리밭에 미친듯이 돋아난 풀을 뽑느라 거기 처박혀 있다.
새싹채소처럼 생긴 것이 온 천지에 돋아났는데 거의 쪽집게로 뽑아내듯이 뽑고 있다.
이것을 손으로 뽑아 없애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씩 풀이 없어진 공간이 눈에 보이자 오기가 생겨 거의 매일 올라가 뽑고 있다.
오늘은 비가 와서 내일까지 못 뽑으니 그것들의 기세가 더 확장되었을까 걱정 ㅠㅠ
아마도 어찌어찌 밭 끝까지 가더라도 내가 뽑은 곳에서 다시 나기 시작할 것 같다. 그래도 나가 떨어질 때까지 한 번 해 봐야쥐~
요렇게 생긴 풀들이 사방천지 돋아났다.
티도 안 나지만 저 뒤쪽 푸르스름한 곳이 안 뽑은 곳이고 앞쪽이 뽑은 곳이다.
개강이 미뤄지니 딸아이가 한 번 더 다녀갔다.
술 먹다가 졸업과 그 이후의 계획을 말하면서 크게 격돌했고 급기야 다음날 서울 가겠다고...
하지만 용가리가 중재해서 다시 화합모드로...
자식은 참 어렵구나...했더니 자기는 그래서 자기같은 자식 가질까봐 안 낳겠단다...그러던지...
그래도 먹거리는 열심히 챙겨 먹었다.
딸아이는 스끼야끼와 탕후루를 만들었고 나는 딸아이가 요구한 파전과 김치전, 골뱅이 소면을 해서 기분 좋게 한 잔 하며 먹었다.
떡볶이인데 떡은 잘 안 보임
파전과 김치전 둘 다 요구해서 할 수 없이 두 개를 다 했다. 용가리 왈, 내가 해 달라고 했으면 닥치라고 했을텐데...당연하지!
지난번 쪽파지옥을 겪으며 다듬은 겨울을 보낸 쪽파와 김장김치 새로 썰어서 부쳤다.병곡막걸리 오랜만에 먹으니 맛난다.
다 때려 넣고 끓이는 전골은 쉽지만 일일이 후라이판에 지져내야 하는 스끼야끼는 귀찮아서 안 하는데 딸아이가 했다.
표고버섯과 대파는 간청재에서 난 것이다^^
난 솔직히 이걸 왜 해 먹는지 모르겠다. 아까운 과일 그냥 먹지 이 단 것을 입혀 먹다니...ㅠㅠ
우리가 이뻐하는 수선화가 인사했다.
수선화는 무사할까?
무슨 말이냐면 드디어 고라니가 꽃까지 먹어치웠다.
딸아이에게 할미꽃을 보여 주려고 했는데 그전까지 이쁘게 피어 있던 할미꽃들이 없어진 것이다.
살펴보니 꽃을 아주 똑똑 다 먹어 치웠다. 세상 극성맞은 고라니....
이제 고라니가 먹지 못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작년 고추가 달리기 시작할 무렵 고추잎과 가지들도 모조리 먹어치웠으니 말이다.
토마토, 오이, 파 등등도 이제 안전하지 않다.
엊그제 고라니 울음소리가 꽤 가까이 들려오기에 자다가 깨서 누마루와 처마에 불을 모두 켰다.
그리고 울음소리가 좀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켰다.
이제 좀 지나면 감자 순이 올라올텐데 고라니가 먹어치우면 어쩔까 걱정이다...감자만은 건드리지 말아다오...ㅠㅠ
머위꽃이다. 예전에는 이쁜 줄 몰랐는데 참 이쁘다.
위에 탐스럽게 피었던 할미꽃이 이렇게 무참하게....ㅠㅠ 양심 없는 고라니
고라니를 피해 수선화 옆에 살아 남은 할미꽃
看梅聽雨....
세상은 시끄럽고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하지만 빗소리 들으며 매화를 보고 있으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게다가 언제나 痛飮大快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갖추어져 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ㅎㅎㅎ
Cheers~~!!